g: Remake Project ⑨

청춘의 문장들

누구에게든, 이미 통과했거나 통과하는 중일 ‘청춘’이라 이름 붙여진 한 시절이 있다. 젊은 디자이너 8인은 저 마다 마음 한 켠에 꽂아 둔 책 갈피 속 문장들을 공개했고, 이번 달 리메이크 프로젝트는 그들 각자의 ‘청춘의 문장’을 그래픽적으로 재해석한 것이다. 청춘의 문장과 청춘의 그래픽디자이너들. 어떤 화학작용이 일어났을지 무척이나 궁금하다.

/ 에디터 이상현, 박현진

/ 디자인 류보미

 

 

 

 

질투는 나의 힘 기형도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리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김명진 / 프리랜스 그래픽디자이너 mureel@naver.com

젊은 날의 방황, 번민과 갈등 속에 살아온 모습을 되돌려 보며 스스로도 자신을 사랑하지 않았음을 시인하고 있지만 글을 남기고 있는 그가 회상하고 있는 것은 오로지 고통만은 아니었음을 알 수 있다. 청춘, 이는 우리가 살아가는 데 있어서 누구나 한 번쯤은 거쳐 가는 삶의 한 시기이다. 그 시기는 유기적인 모습으로 변화를 시도하고 때로는 사라지기도 한다. 활활 타오르듯 격정적이기도 하며 불안하리만큼 고요한 적막이 흐르기도 한다. 기쁨과 슬픔, 관심과 무관심, 고통과 행복처럼 청춘이 느끼는 감정은 대칭을 이루듯 함께 마주 보며 보이지 않는 또 다른 이면과 함께 존재한다.

 

 

 

먼지투성이의 푸른 종이 기형도

나에게는 낡은 악기가 하나 있다.

여섯 개의 줄이 모두 끊어져

나는 오래 전부터

그 기타를 사용하지 않는다.

‘한때 나의 슬픔과 격정들을

오선지 위로 데리고 가

부드러운 음자리로 배열해주던’

알 수 없는 일이 있다.

가끔씩 어둡고 텅 빈 방에 홀로 있을 때

그 기타에서 아름다운 소리가 난다.

나는 경악한다.

그러나 나의 감각들은

힘센 기억들을 품고 있다.

기타 소리가 멎으면

더듬더듬 나는 양초를 찾는다.

그렇다.

나에게는 낡은 악기가 하나 있는 것이다.

그렇다.

나는 가끔씩 어둡고 텅 빈 희망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

그 이상한 연주를 들으면서 어떨 때는

내 몸의 전부가 어둠 속에서

가볍게 튕겨지는 때도 있다.

먼지투성이의 푸른 종이는 푸른색이다.

어떤 먼지도 그것의 색깔을 바꾸지 못한다.

정설원 / 건국대학교 커뮤니케이션디자인전공 재학 중 jeong628@gmail.com

시인은‘어두운 텅 빈 방’같은 현재에서 지나간 젊은 날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푸른 종이’는 시간이 겹겹이 쌓이는 중에도 변하지 않는다. 오히려 선명해진다. 빔프로젝터를 이용했다.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있잖아, 눈감아봐

뭐가 보여?

그냥 깜깜하기만 해.

거기가 옛날에 내가 살던 곳이야

깊고 깊은 바다 속.

난 거기서 헤엄쳐 나왔어.

임근화 / 홍익대학교 애니메이션과 재학 중 sena891001@nate.com

청춘을 담고 있는 영화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영화 속 쿠미코는 자신을 심해 속 물고기로 비유했다. 깊고 깊은 심해는 아닐지라도 조제는 여전히 깊고 넓은 바다를 헤엄치고 있지 않을까. 그녀뿐만이 아니라 모든 청춘들과 심해를 방황하는 물고기들은 닮았다. 정처 없이 헤매이는, 유약하지만 아름다운 청춘을 표현하고자 했다.

 

 

 

너에게 묻는다 안도현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이해인 / 홍익대학교 시각디자인과 졸업 baro35@naver.com

안도현 시인이 시를 통해 우리에게 진정 묻고자 하는 것은‘ 우리가 어떠한 사람인지, 어떤 열정을 꽃피울 수 있는 사람인지 우리 스스로가 알고 있는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당신은 어떠한 사람입니까’를 타이틀로 한 시집 표지를 만들어 보았다. 말린 멸치들의 먹먹한 듯한 모습과 사선의 보라색 프레임을 통해 진정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에 불타 올라야 하는지 모른 채 눈 앞의 현실 안에 갇혀 열심히 달리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을 표현하고 싶었다.

 

 

 

흔들리며 피는 꽃 도종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이영주 / 단국대학교 시각디자인과 재학 중 www.at-typography.kr

직선의 흔들림, 그래픽으로‘흔들리며 피는 꽃’을 만들어 보았다.

 

 

 

‘새세대 청춘송가’ 조국과 청춘 3집

내가 철들어 간다는 것이 제 한 몸의 평안을 위해

세상에 적당히 길드는 거라면 내 결코 철들지 않겠다

오직 사랑과 믿음만으로 굳게 닫힌 가슴 열어내고

벗들을 위하여 서로를 빛내며 끝까지 함께 하리라

모진 시련의 세월들이 깊은 상처로 흘러가도

변치 않으리 우리들의 빛나는 청춘의 기상

우리 가는 이 길의 한 생을 누구 하나 안 알아주어도

언제나 묵묵히 신념을 다 바쳐 세상을 지켜내면서

진짜 의리라는 게 무언지 참된 청춘의 삶이 무언지

몇 마디 말 아닌 우리의 삶으로 기꺼이 보여주리라

함초롱 / 단국대학교 시각디자인과 재학 중 www.at-typography.kr

8, 90년대의 운동권에서 활동했던 대학 노래패‘조국과 청춘’의 노래 중 청춘과 관련된, 시적이고 인상 깊은 곡을 선정해 90년대에 많이 팔리던 카세트 테이프의 재킷을 만들어보면 어떨까 싶었다. 일러스트나 서체에서 저항하는 분위기나 의식을 보여주고자 했고 이런 카세트 커버의 형식은 노동가요나 민중가요의 커버를 차용했다.

 

 

 

마쓰오 바쇼의 하이쿠

당신을 생각하고 생각하며

걷고 걸으며

이진형 / 계원디자인예술대학 그래픽디자인과 졸업 iradot@gmail.com

목표를 향해 강행하는 아름다운 열정만이 청춘이랴. 왕성한 세포 줄기만큼이나 복잡한 것을 생각하고 생각하는 것 또한 청춘이다. 갈 길을 알든 모르든 배회하며 걷고 걷는 것 또한 청춘이 아닐까. 청춘은 혼란스럽고 벅차다.

 

 

 

잘 가라 내 청춘 이상희

달면 뱉고

쓰면 삼킨다

가죽처럼 늘어나버린

청춘의 무모한 혓바닥이여

안다혜 / 건국대학교 커뮤니케이션디자인 전공 재학 중 ddddddda_@naver.com

작업한 이상희의 <잘가라 내 청춘>은 읽었을 때 청춘의 이미지가 또렷하게 떠오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추상적으로 다가온다. 이런 과정에서 청춘은 어떤 특정한 이미지를 가진다기 보다 그저 여러 가지 감정들이 엉켜있는 덩어리로 나에게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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