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duct - 뜻밖의 선물

에디터. 유인경

유머는 뜻밖의 재미있는 농담 같은 것이다. 유머는 삶을 지혜롭게 사는 자의 일상적 휴식 같은 것이다. 유머는 창의적이고 상상력 가득한 가치관의 일종이다. 유머는 지적이고 그렇기 때문에 예리한 사람의 안목일지도 모른다. 유머는 빨간색 꽃을 파는 사랑하는 여인에게 파란색 꽃을 사다 주는 연인의 낭만적 센스 같은 것이다. 유머는 인생을 즐기는 자들의 여유이고 힘이기도 하다. 이 세상엔 유머가 필요하고 이 세상을 이루는 사람들에겐 유머가 필요하다, 라고, 나는 생각한다.

생활 속에서 유머를 주고 받는 방법은 여러 가지이다. 시답잖은 농담이나 웃긴 이야기를 동료에게 건네는 일로부터 우리가 머물고 사용하는 공간이나 가구나 물건들에 유머의 요소들을 심는 엄청난 작업도 있다. 무엇보다 가장 쉬운 방법은 그저 ‘유머적 사고 방식’을 갖는 것이다.

물론 누구나가 유머의 위대함을 깨닫고 유머를 널리 전파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모든 예술가들이 자신의 작품에 유머를 새겨 넣을 필요도 없다. 그리고 누구나가 그 속에 담긴 비밀스런 (혹은 노골적인) 유머나 위트를 알아차려야 할 필요도 없다. 그것이 유머라고 불리우든 아니든, 그저 누구나가 삶 속에서 받을 수 있는 작은 선물을 찾을 수 있길 바라는 강요 아닌 권유일 뿐이다. 무언가를 보고 갑자기 옆구리를 찔린 사람처럼 ‘픽’ 짧은

웃음을 흘리는 일. 무언가에서 순간적으로 재미를 느끼거나 기쁨을 느끼거나 놀라움을 느끼거나 하는 방식으로 갑작스럽게 잠시 충격을 받거나 영감을 얻는 일. 그러한 지극히 사적인 찰나의 즐거움을 잡아챌만한 마음의 여유만 있다면, 그에게 세상은 곳곳에 존재하며 시시때때로 찾아오는 유머를 기꺼이 선물할 것이다. 자신의 마음에 조금의 빈틈을 내어놓는, 그런 미미하지만 중요한 ‘유머적 사상’이 결국 이 건조한 삶을 조금 더 재미있게 살 수 있도록 해주는 에너지가 되어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독일의 디자인 스튜디오 METROFARM의 작업을 소개한다.

그들의 의도와는 관계 없이 나에게 짧지만 강렬한 웃음, 소소한 삶의 재미를 느끼게 해준 디자인들이다. 유머와 같은 주관적 기준은 차치하고 즐거운 디자인임에는 분명하니 누구라도 눈여겨볼 만 하다.

METROFARM www.metrofarm.net

베를린에 기반을 둔 METROFARM(이하 메트로팜)은 Julia Böttcher와 Jan ‘Nunu’ Müller에 의해 2001년 설립된 디자인 스튜디오이다. 메트로팜은 콘셉트 구상(pre-conceptual) 단계부터 제품과 설치 작업의 완성까지 모든 과정을 컨트롤하는 디자인 제조 분야 전문 디자인 컨설팅 회사이다.

그들은 다재다능하고 통합적인 능력으로 다양한 국제적인 작업들을 해오고 있는데, 그래픽과 패키지, 프로모션 작업, 의류, 조명, 전시와 행사, 상점 / 쇼룸/ 갤러리 인테리어, 가구 등 다양한 디자인 영역을 아우르고 있다. 클라이언트로는 Nike, Absolut, Smart, ZDF, Allianz, Bang & Olufsen, Zeiss, Royal Copenhagen, Fritz Hansen과 같은 국제적인 기업들이 있으며, 개인의 의뢰에 의한 독특하고 독창적인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무엇보다 메트로팜은 클라이언트의 작업뿐만 아니라 자신들의 가구와 제품 컬렉션 또한 끊임없이 발전시키는 열정적이고 부지런한 디자인 스튜디오다.

Animal Sculpture Masks for De : Bug (Painted Composite)/ 2007

거리에서 이런 마스크를 쓴 사람과 마주친다면, 웃음이 터지거나 혹은 친구에게 이야기하거나 혹은 어디에서 샀냐고 묻거나 하다못해 실소라도 터뜨리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인간이 곰의 입이나 오리의 부리를 쓰고 있자니 분명 눈에 띄는 고통(불특정다수의 시선을 받는 건 고통스럽다)을 감내해야겠지만 그런 용기가 있는 자에겐, 사용자에게나 보는 이들에게나 웃음을 줄 수 있는 귀여운 디자인이다.

Lunar Glide Package Presentation Giftbox for Nike / 2010

(Painted Wood, Laser Cut Aluminium)

운동화가 직사각형의 단정한 종이박스에 들어있는 것도 물론 마음에 들지만, 나무 상자에, 글자가 조각되어 있어 그 사이로 운동화가 보이는 알루미늄 뚜껑이 있는 박스를 갖는 일도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다. 이 나이키 운동화 패키지는, 어쩌면 알맹이가 빠져나가고 나면 버려져야 하는 비운의 운동화 박스를 주인공으로 승격시킨 멋진, 의외의 디자인이다.

Gold Pack

Gift Box for Nike (Screen-Printed Cardboard) / 2007

나이키 운동화를 보물로 만들어주는 동시에 운동화 박스가 얼마나 기발하고 아름다울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디자인. 상자를 열면 운동화와 ‘금은보화’가 가득하다. 그 안에 들어 있는 신발주걱도 골드 컬러. 보물상자의 소재가 종이라는 점도 놀라운 점.

Time Capsule for Nike (Aluminium) / 2008

자신의 소중한 것들, 기억하고 싶은 것들을 넣어서 땅에 묻는 혹은 어딘가 깊숙한 곳에 숨겨두는 타임캡슐을 패키지로 활용하는 건 참 의미 있다. 어지간히 센스 있는 디자인이다.

Sneakerknob

Nike Air Max Doorknob @ Overkill, Berlin (Cast Aluminium) / 2008

운동화 매장의 문고리가 운동화 모양이면 얼마나 재미있을까 생각한 적이 있다. 한국의 곳곳을 다녀본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한국에선 본 적이 없는데, 웹 서핑을 하다가 메트로팜이 작업한 이 운동화 문고리를 발견하고야 말았다. 운동화는, 길쭉해서 손에 잡기 편한 형태, 즉 문고리로 쓰기에 부족함이 없다는 사실을 마침내 이들이 알아냈다.

Nike Air Max Doorknob @ The Good Will Out, Cologne (Cast Bronze) / 2007

* 기사의 전문은 <지콜론> 5월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