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디자이너 신덕호

단국대학교 시각디자인을 졸업하고 프리랜스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다. 타이포그래피를 기반으로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협업을 즐겨 한다. 현재 혜화동에서 조촐한 작업실을 열고 친구들과 함께 운영하고 있다. www.shindokho.kr

 

신덕호 작가가 인터뷰 중 자신을 아주 적절히 설명하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자신은 마치 직구만 던질 줄 아는 투수 같다고, 아직 어리기 때문에 (충분한 경력을 쌓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변화구를 연습할 때가 아니니 당분간은 직구 연습에 집중할 생각이라고, 했다. 직구만 던질 줄 아는 투수는 분명 직구도 변화구도 던질 줄 아는 능숙한 투수와의 대결에서 불리할 것이 사실이지만, ‘예술 세계’에선 얘기가 다를 지 모른다. 하나만 예술적으로 잘하기도 힘든 세상이니까. 직관적이고 명확한 작업을 보여주는 그래픽디자이너 신덕호의 존재감은 지금도 충분하다.

망망대해 : 대안적 협력체제

대안적 협력체제들에 관한 전시 아이덴티티. 주로 콜렉티브 팀들이 많았는데 활동 형태를  보니 독립적으로 활동하다가 특정 상황에 모여 활동하는 경향이 많았다. 이런 활동 형태가 콘셉트가 되었고, 타이포그래피 역시 흩어져 있다가 모이는 식의 형태를 띠게 되었다.

 

대학시절 자치 워크숍 TW에서 비롯된 프레스 키트 프레스의 활동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지금은 어떤가

프레스 키트 프레스는 출판권을 ‘공유’하는 출판사다. 작가와 협업을 할 때나 작업 중 ISBN 번호가 필요할 경우 등의 상황에서 사용하는 플랫폼이라고 보면 된다. 그래서 활동하는 방식이 가변적인데, 독립적으로 활동하기도 하며 전시나 공동 프로젝트가 있을 때는 모여서 작업한다. 최근에 <망망대해: 대안적 협력체제>라는 전시 프로젝트에 공동으로 참여했다.

 

오래 전 이야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디자인을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

원래 어릴 때부터 작가가 되는 게 꿈이었다. 고등학교가 예고였는데 회화과였다. 그러다가 현실적으로 원하는 대학이 아니라 갈 수 있는 대학을 지원해야 했고 단국대 시각디자인과를 가게 됐다. 아무 생각 없이 가서 중간에 그만두려고 했는데 동료들이 말려서 같이 작업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이 일을 시작하게 됐다.

 

대학 재학 시절부터 소모임 활동도 많이 하고 외부적인 작업도 많이 했다. 그렇게 일을 시작해서 아마추어와 프로의 경계가 모호할 것 같다. 언제부터 프로가 되었다고 생각하나

아마추어와 프로를 나누는 건 좀 웃긴 것 같아서 별 생각 없다. 예전에도 일할 때는 아마추어와 프로를 나눠서 생각해본 적이 없고 그냥 좋은 작업을 하려다 보니 일을 자연스럽게 하게 됐다. 일을 하게 된 건 거의 2009년부터다. 3년이 좀 안 된 것 같다. 2008년도에는 소모임 공간에서 주로 개인 작업이나 전시를 많이 했고, 의뢰는 거의 없었다. 그렇지만 그때의 경험들이 지금까지 많이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처음 클라이언트 일은 어떻게 시작되었나

소개로. (웃음) ‘그문화’라는 갤러리가 있었는데 거긴 디자이너가 없었고, 우리(TW)는 일이 필요했다. 클라이언트가 있고 없고에 따라 작업의 의미가 많이 틀려지기 때문에 우리는 그런 커머셜한 작업을 해보고 싶었던 거다. 그런 와중에 타이밍이 맞아서 일을 하게 됐고 페이 없이 우리가 그쪽 일을 1년 동안 작업해주고, 그 공간에서 전시를 하겠다는 일종의 ‘거래’였다. 그때 그런 일들을 조금씩 하게 되다가 나중엔 소개소개로 다른 일들을 하게 됐다.

 

1. 2011 단국대학교 시각디자인 졸업전시회

 

2. Ding Newspaper Teaser

 

지금은 어떤 일을 하나

혼자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다. 작년까지는 주로 미술 쪽 일들을 많이 했는데, 요즘엔 좀 더 폭이 넓어졌다. 건축·패션 관련 일도 했었고 예전보다는 다양하게 하고 있다. 그리고 우태희 디자이너와 협업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사실 엄청난 규모의 일을 하지 않는 한 이쪽 일은 그래픽디자이너가 여러 명이 필요 없는 것 같다. 물론 다른 분야에서의 협력자들은 매우 중요하다.

 

홈페이지에 있는 작업들을 보면 다 다른 듯 공통점이 느껴지기도 한다. 각각의 프로젝트에서 주제를 살리면서 자기 개성을 담기가 쉽지 않을 텐데

개성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거의 없다. 작업을 할 때는 디자이너나 작가들 각자가 방법론이 다르겠지만, 나는 기본적으로 의뢰 들어온 일의 중요한 개념이나 키워드를 정리해보고 거기서 시작하는 편이다. 딱 떨어지는 단어 한두 개 정도, 정말 중요할 수 있는 텍스트들을 추출하고 그 다음엔 이 텍스트가, 아니면 이 개념이나 맥락이 시각화되면 어떤 형식일까를 고민하는 편이다. 물론 다른 방식으로 고민하는 때도 있다.

 

<ggc: grand green conference> 포스터 작업이 독특해서 눈에 띈다. 작업 과정에 대한 설명을 부탁한다

일러스트레이션은 이광무가 했다. ggc는 grand green conference인데 환경 관련 컨퍼런스나 행사들을 기획하는 단체였고 후원이 KT였다. 그린이 콘셉트라 어떻게 로고 타입을 만들까 고민하다가 그린 디자인 쪽에 귀엽고 아기자기한 건 많으니까 우리는 좀 다르게 해보자고 생각했다. 그러다 녹색성장이라는 키워드에서 덩쿨 콘셉트가 나왔고, 넝쿨처럼 세로로 타이포그래피가 배치되었다. 효과적인 시각화를 위해 일러스트레이션이 들어갔으나 결과적으로 채택되진 않았다. 이광무의 일러스트레이션이 워낙 특이하기 때문에 더 눈에 띄는 것 같기도 하다.

 

포스터 작업을 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무엇인가

매체가 무엇이든 그것에 대한 개념이나 주제가 잘 사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 특별히 포스터에 대해 말한다면, 시각적으로 보이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포스터 한 장에 힘 있고 단단한 느낌의 형태를 담아야 하는데 나는 그런 걸 잘 못해서 계속 공부 중이다.

 

그럼 클라이언트 작업과 개인 작업에서의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인가

일단 제약이 있고 없고의 차이인 것 같다. 클라이언트 작업은 시작할 때부터 몇 가지 제약이 있으나 개인 작업은 스스로 판단하여 제약을 만들어야 한다. 어떻게 보면 전자는 친절하게 미리 가이드 라인이 있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래서 클라이언트 작업을 할 때만 느낄 수 있는 재미도 다른 것 같다. 개인 작업이나 클라이언트 작업이나 과정은 비슷한 것 같다. 진행하는 방식이나 내가 생각했던 것들이 서로 많이 다르진 않은데, 대신 작업 방식이 비슷해서 그런지 클라이언트 작업을 할 때 가끔씩 공감을 얻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1. on poster(디자인 : shin, dokho,woo,taehee)

 

2. 교환 X로서의 세계

 

개인 작업을 할 때는 주로 어떤 주제에 흥미를 느끼나

산발적인 주제는 굉장히 많다. 하지만 그건 다 스쳐지날 것들이어서 요즘에는 앞으로 깊게 공부하고 싶은 것을 찾고 있다.

군대에 갔다 와서 처음 디자인을 공부할 때는, ‘디자인 서울’, ‘디자인 코리아’를 슬로건처럼 외치던 때였는데, 내가 무슨 과인지도 모르던 우리 할아버지가 ‘그래 넌 디자인하길 잘한 거다’하셨다. 그때 매스컴의 영향력에 놀랐다. 그래서 그런 부분에 흥미가 생겼다. 디자인을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든지 하는. 당시 2008년도에 <디자인적>이란 작업을 했는데, 사람들이 ‘디자인적’이라는 말을 많이 쓰는 것에서 착안했다. 원래 ‘디자인적’이란 형용사가 없는데, 사용된 의미를 따져보면 대부분 시각적 형태로만 국한된 말들이 많았다. 매스컴이나 그런 데서 오는 영향력도 큰 것 같고. 그래서 그 단어를 리서치해서 책으로 만든 적이 있었다. ‘디자인적’이라는 용어가 쓰인 문장들을 아카이브 해놓은 것이었다. 또 촛불 시위를 할 때는 디자이너로 뭘 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포스터 작업을 한 적도 있었다. 한때는 그런 것에 관심이 많았는데, 지금은 고민 중이다.

 

인쇄물과 관련된 디자인을 한다. 프린트 디자인을 할 때는 인쇄 과정에서 생기는 변수가 있다. 사전에 그런 변수를 줄이려는 노력을 하는지, 즐기는지, 어떤 스타일인지 궁금하다

작업에 있어서, 개념이나 맥락에 따라, 그게 정말 중요한 것이면 정확히 맞춰야 하는 것이고, 큰 차이가 없다고 생각하면 그냥 무시할 때도 있다. 프로젝트마다 다르다.

 

당신의 작업(포스터 같은)을 보면서 느낀 건 보자마자 읽기가 쉽지는 않지만 자꾸 보면 이미지로 읽히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그런 걸 보면서 가독성에 대해 생각했다. 가독성이란 요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가독성이 더 중요할 때가 있고, 콘셉트가 더 중요할 때가 있다. 그런데 사실 나에게 일이 들어올 때는 클라이언트가 나에 대해 잘 알고 오는 경우가 많다. 내가 어떤 성향이고 어떤 작업을 하는 줄 이미 알고 나에게 일을 준다. 물론 가독성이란 건 디자이너로서 당연히 생각하고 있는 것이지만, 그것도 프로젝트에 따라 다른데, 콘셉트나 이런 게 더 중요할 때는 특별히 가독성을 고려하면서 (강박관념에 빠져) 작업을 하지는 않는 것 같다.

 

그럼 클라이언트가 더 쉽게, 다르게 해달라고 요구할 때는 어떻게 하나

작업의 핵심이 될 수 있는 부분을 안 건드리면 맞춰주는 편이다.

 

작업 전에 아이디어를 구체화시키는 과정은 어떤가

다른 디자이너들보다는 훨씬 단순한 것 같다. 예를 들어 동료 디자이너인 신동혁의 작업을 보면 레이어가 꽤 많다. 이 작업이 어떤 것인지 해독하려면 레이어 한 면 한 면들을 파악해서 조합하는 능력이 관람자에게 요구된다. 나는 단순한 걸 좋아해서 키워드나 텍스트를 고민하고, 특정한 콘셉트가 나오면 그걸 비유할 수 있는 다른 매개체를 찾는다든지 하는 식으로 단순하게 작업한다.

 

 

 

 

 

*나머지 기사는 지콜론 7월호 디자이너 인터뷰 코너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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