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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스타일 / 오창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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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스타일

글. 오창섭, 일러스트레이션_이지영

 

아침 10시 30분, 강남 아파트 숲 인근 카페 K! 하얀 블라우스와 타이트한 까만 치마를 단정하게 차려 입은 직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인다. 여기저기서 크고 작은 소리가 들리지만 그 소리가 구체적으로 어떤 소리인지는 알 수 없다. 순간적으로 나타났다가 사라지기 때문만은 아니다. 이곳에서 그런 소리는 감춰져야 하는 대상이고, 따라서 ‘소음’이라는 명예롭지 못한 이름으로 불려진다. 그렇게 소음이라고 호명된 소리들은 짧고 희미한 이곳에서의 시간들을 보내다 사라진다.

사실 소리의 측면에서 주목받아야 할 대상은 따로 있다. 탄노이 웨스트민스터 로얄(Tannoy Westminster Royal)과 같은 이름 있는 스피커를 타고 울려 퍼지는 이국적 음악이라면 그 목록에 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지금 연주되고 있는 재즈야말로 이곳을 더욱 이곳스럽게 만들어내는 음악임에 분명하다. 하지만 재즈의 역사에 서려있는 흑인 노예들의 고통은 떠올려지지 말아야 한다. 무엇이든 이곳에 등장하기 위해서는 슬픈 기원은 물론이고 그 어떤 고통의 기억도 삭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알코올 성분이 없는 맥주’처럼 위험한 요소가 제거된 채 쾌락의 가능성만을 끊임없이 뿜어대야 한다는 것, 이것이야말로 변하지 않는 이곳의 법칙이다. 일정하게 배열된 카페 K의 가구들은 그 법칙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준다. 19세기 말, 사물이 사회적 계급을 증언하고 확인하는 시공간에서 근대 디자인의 선구자들은 키치의 범람을 짜증 섞인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그 시선에는 평등한 사회에 대한 꿈이 배어있었다. 평등한 사회를 향한 그들의 사회주의적 열정은 곧 사물의 표면에서 장식을 걷어내는 운동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기능에 충실한 사물, 더 이상 사회적 관계의 위계를 표현하지 않는 사물, 무엇보다 그러한 사물들과 함께하는 소박한 삶에 대한 꿈은 쉽게 현실화되지 않았다.

사물에서 장식을 걷어낸 것은 자본주의였다. 자본주의는 초기 근대 디자인 운동에서 위험한 문제의식을 제거하고, 단지 그 스타일만을 전유함으로써 그것을 가능하게 하였다. 하지만 겉은 바뀌었어도 구조는 바뀌지 않았다. 여전히 계급은 존재하고 있고, 계급의 표식도 존재하고 있다. 그 표식이 장식이 아닌 탈장식의 스타일이라는 사실은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카페 K! 이곳이야말로 그러한 아이러니가 구체화되고 있는 공간이다. 모던 디자인의 기억과 배신은 더 이상 여기서 이야기되지 않는다. 재즈가 그러한 것처럼, 이곳의 모던한 가구들 역시도 불온한 의미나 기원을 환기시키지 않는다. 그래야만 럭셔리한 이 공간에 자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손님을 기다리는 세련된 가구들의 표정은 기억상실증 환자의 멍한 표정처럼 무심해 보인다. 드디어 이곳에 손님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남자는 찾아보기

어렵다. 지금은 그녀들의 시간이다. 남편과 아이를 직장과 학교로 보내고, 휘트니스에서 가볍게 몸 관리를 해주고 나서,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하나둘 이곳으로 모여드는 것이다. 이 시간, 이곳은 세속의 믿음을 확인하는 그녀들만의 성스러운 미사가 집전되는 성당이다. ‘있어 보임’, 혹은 ‘그럴듯함’이야말로 이곳 신자들이 추구하는 유일한 가치이자 믿음이다. 이 가치는 그들의 외모, 교환되는 몸짓, 그리고 오가는 말의 스타일에 의해 확인된다.

그녀들은 아주 잘 차려 입지 않았다. 그렇다고 아무 옷이나 막 입고 나온 것도 아니다. 그녀들은 잘 안다. 때로는 어딘지 모를 허술함이 더 세련되어 보인다는 사실을…. 정장을 차려 입는 것보다 몸에 달라붙는 운동복 차림에 하얀 이어폰을 끼고 있는 모습이 더 있어 보인다는 사실을…. 때문에 어딘지 모르게 허술한 그녀들의 차림은 정밀하게 계산되고 계획된 최선의 차림인 것이다.

그녀들은 웬만해서는 사이다나 콜라를 주문하지 않는다. 그 달콤함에 매혹된다는 것은 스스로가 이 공간에 어울리지 않는 존재라고 고백하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에스프레소나 아메리카노이어야 한다. 최근에는 케냐 AA나 콜롬비아 슈프리모 원두를 갈아 만든 드립커피가 대세다. 그들은 맛을 느끼기 위해 커피를 들이키지 않는다. 그들은 멋을 표현하기 위해 커피를 입으로 가져가는 것이다. 커피의 쓴 맛이 맴도는 혓바닥을 티라미슈의 달콤함으로 씻어 내릴 때에도 멋에 대한 집착은 여전히 살아있다. 본능에 충실한 표정, 솔직한 몸짓은 여기서 찾아보기 어렵다. 그녀들의 관심은 언제나 상대의 시선에 비춰지는 자신의 모습이기 때문에 늘 스스로를 포장하고 과장해야 하는 것이다. 오늘 그녀들의 미사는 자녀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되었다. 교육은 언제나 이 미사의 주된 화두였다. 계급을 세습시키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교육이라는 것을 모두들 본능적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학원과 과외 선생님에 대한 정보 교환은 어느새 자식 자랑으로 변화하였고, 그 자랑의 움직임은 남편 자랑과 자기 자랑으로 번졌다. 여기에 참여한 이들은 모든 것을 자랑으로 변화시키는 언어의 마술사들이다. 자랑은 비교의 움직임을 만들어내는데, 그 과정에서 누군가는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 정도의 상처가 주는 아픔은 얼마든지 웃음으로 위장할 수 있어야 이 미사에 참여할 수 있다.

드라마와 연예인, 명품 가방, 혹은 그릇들, 주름제거와 피부관리…. 이 순례의 목록에는 부동산도 빠질 수 없는 아이템이다. 하기야 그녀들을 지금 이 자리에 있게 한 경제적 토대는 다름 아닌 아파트가 아니었던가? 아파트에 대해 이야기하는 그녀들을 저 멀리 자리한 브랜드 아파트의 로고가 쳐다본다.

이제 오늘의 미사가 끝나는 시간이다. 카페 K, 아니 자신들만의 성당을 나온 그녀들은 인사를 주고받고 내일 미사의 소재를 찾아 떠난다. 선선한 초가을 바람이 그녀들의 몸을 휘감고, 멀리서는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울려 퍼진다. “낮에는 따사로운 인간적인 여자….”

 

오창섭 오창섭은 서울대학교 산업디자인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문화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디자인의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나서는 데 관심을 가지고 있다. 저서로 『내 곁의 키치(『디자인과 키치』개정판)』, 『이것은 의자가 아니다: 메타디자인을 찾아서』, 『인공낙원을 거닐다』, 『9가지 키워드로 읽는 디자인』, 『제로에서 시작하라』 등이 있으며, 현재 건국대학교 디자인학부 교수로 재직하면서 ‘메타디자인연구실 (Meta Design Lab.)’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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