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 Artist

에디터. 박선주, 디자인. 송소영

 

물과 잉크로 쓴 시

알렉산드로 산나

일러스트레이터이자 그림책 작가 알렉산드로 산나의 작품은 시처럼 유려하며, 동시처럼 천진하다. 그의 붓은 색과 색 사이를, 여백과 여백 사이를 지나며 흰 종이 위에 형상을 만들어내고, 그의 표현대로 ‘독자적으로 생명을 가진’ 이미지는 보는 이에게 어떤 감정을 전한다. 생각해 보면, 마법 같은 일이다.

 

알렉산드로 산나(Alessandro Sanna) /1975년 태어났다. 현재 이탈리아의 가장 중요한 일러스트레이터 중 한 명으로 평가되며, 일러스트레이터로서, 작가로서 유럽 전역에서 인정받고 있다. 그의 작품은 이탈리아의 국립 일간지인 <Il sole 24 ore>, 이탈리아의 명문 출판사 Einaudi의 표지 작업 등에 쓰였다. 35권 이상의 책을 출간했는데, 그중에는 이탈로 칼비노나 잔니 로다리 같은 작가들과 함께한 작업도 있고, 2007년에는 프랑스 퐁피두 미술관과의 협업으로 꼬라이니에서 『Mostra di pittura』라는 책을 내기도 했다. 이탈리아와 프랑스, 이스라엘, 한국 등에서 전시를 가졌으며, 2006년과 2009년 안데르센상을 수상했다. 현재 이탈리아 만투아의 교외에서 작업하며 살고 있다. www.alessandrosanna.com

 

 

Christmas in New York

개인 작업 / 2012

 

 

요즘은 어떤 작업을 하고 있나

동시에 여러 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스페인의 한 출판사의 의뢰로 이탈로 칼비노의 『마르코발도(Marcovaldo)』에 작업을 하고 있고, 몇몇 개인 작업들을 진행하고 있다. 그중 하나는 인쇄업에 종사하는 친구의 의뢰로 진행하는 『모비딕』 작업인데, 그는 얼마 전에 글 없이 일러스트레이션으로 이루어진 고전들을 출판하려고 독립 출판사를 시작했다. 그리고 최근 3년 동안 내가 사는 곳에 있는 강인 포(Po)의 사계절에 대한 책 작업을 하고 있다. 일종의 글 없는 일러스트레이션 소설로, 나는 물과 붓들 그리고 빛으로 이 소설을 쓰고 있다. 내 일생의 책이 되지 않을까 싶다.

Can you explain any projects you have been working on lately?

I’m currently working at several projects at the same time: I’m working on Marcovaldo by Italo Calvino for a Spanish publisher and I’m doing some personal research, like for example a Moby Dick commissioned by a printer, a friend of mine, who’s starting an independent publishing house to publish illustrated classics without words. I’ve also been working for the last three years on a book project about the four seasons on the river of my region, The Po. It’s a kind of illustrated novel without words that I’m writing with water, brushes and light. It might be the book of my life.

 

어린 시절부터 그림을 그렸는지, 그림이란 당신에게 자연스럽고 선천적인 것이었는지 궁금하다

11살쯤 자화상을 그리기 시작했는데, 빛과 그림자, 비례가 어떻게 기능하는지 이해하려고 노력했었다. 훈련을 받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확신했었다. 지금도 그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물론 타고난 재능은 있지만, 매일 연습을 하며 내 머리가 굴러가도록 해야 한다. 그림을 잘 그리는 법을 배우는 유일한 방법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그리는 것이다. 그치지 않고.

Did you draw a picture from a child? Drawing, is it something natural and innate to you?

At the age of eleven I started drawing pictures of myself, trying to understand how lights, shade and proportions work. I was convinced that having discipline was fundamental. Still now I think this is true. Of course I had a natural talent, but I needed to make my head work doing daily exercises. The only way to learn how to draw well is drawing from the morning to the evening. Continuously.

 

어떤 경험이나 훈련, 기억, 특정한 사람이나 작가 등 지금의 당신이 있는 데 큰 영향을 미치거나 기여한 것이 있는지

나를 인도하고 내가 무엇이었는지를 인식하도록 한 유일한 선생님이 한 분 있다. 나는 마치 연소되길 갈망하는 불 같았다. 나는 예술 전반에 관한 모든 것을 알고 싶어했고, 그녀는 내게 책들과 음악, 영화들을 가져다 주었고 춤이나 피나 바우쉬의 공연들을 볼 수 있도록 극장표들을 주곤 했다. 제 2의 어머니와도 같았던 그녀는 내게 손의 기술적인 능력 그 자체는 충분하지 않다고, 세상을 향한 나의 호기심을 길러야 한다고 가르쳤다. 그래야만 이미지를 통해 세상에 대한 생각을 세상에 다시 줄 수 있다고.

Is there something that strongly influences on you, contributing to make you who you are now? (Experience, training, particular person or artist, certain memory, etc.)

I’ve only had one teacher who guided me and recognized me for what I was: a fire eager to burn. I wanted to know everything about art in general and she used to bring me books, music, movies, she used to get me tickets to the theater to see dance and Pina Baush’s show. A second mum taught me that the manual and artisanal ability by itself is not enough, you must cultivate your curiosity for the world in order to give back an idea of the world through images.

 

 

Composer (좌)

New Yorker spots USA / 2011

Piano Player (우)

개인 작업 / 2012

 

 

Don Chisciotte e la risoluta volontà del sogno

Tre Lune Edizioni / 2005

 

 

작업에서 붓의 선이 돋보인다. 작가가 ‘손으로’ 어떻게 작업했는지를 느낄 수 있다. 사진 혹은 다른 디지털 매체들에 비해 그림이 가지는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내 손은 흰 종이로부터 이미지를 만들어내야 한다. 환영 혹은 기적이 일어나야 한다. 이것을 가능케 하기 위해 나는 원시적인 요소를 이용한다. 바로 물이다. 그리고는 붓을 이용한다. 붓은 고요하고 매혹적인 도구로, 마치 고양이처럼 나를 따른다. 내가 그림을 선택한 이유는, 이미지를 만들어내기 위해 너무 복잡한 매체를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붓들, 희석된 색깔들, 잉크, 종이와 물. 이것이 전부다.

Brush strokes are vivid in your works. From those painting, we can feel how the illustrator works with his “hands”. What is the appeal of drawing compared to photography or digital mediums?

My hands must pull out the images from a white paper. An apparition or a miracle must happen. To make this possible I use a primordial element: water. Then I use the brush. The brush is a silent and seductive instrument and it keeps me company, like a cat. I chose drawing because I don’t need a “medium” that is too sophisticated to create images. Brushes, diluted colors, ink, paper and water. That’s it.

 

당신의 작업은 『Due alberi』, 『Poesie di giaccio』에서처럼 시적이기도 하고, 『Fish face』, 『Abc di boccacce』에서처럼 위트 있기도 하다. 이러한 스타일은 개인적인 취향의 문제인가

사실, 그 두 가지 스타일은 비슷하다. 아이디어와 콘셉트가 테크닉보다 우선한다. 그리고 테크닉은 그 나름대로 독립적이며 독자적으로 존재한다. 그러나 내 이미지들은 전체가 다 어우러져 보이며, 동시에, 각각의 이미지는 그것의 컨텍스트로부터 분리되어 독자적으로 살아갈 수 있다. 나의 방식은 이미지들에게 생명을 주어 독립성을 갖게끔 하는 것이다. 그걸 해낸다면, 그들이 나를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에 행복하다. 흰 종이, 물, 색깔들, 연필들, 빈 마커들과 뾰족하고 납작한 붓들은 나의 배우들이다. 나는 그들에게 따라야 할 대본을 주긴 하지만, 그들이 즉흥적으로 연기하길 원한다면, 그 또한 환영한다.

Your works are sometimes beautiful and poetic like in Due alberi, Poesie di giaccio and sometime witty like in Fish face, Abc di boccacce. Are these styles a matter of your personal taste?

Actually, these two styles are similar. The idea and the concept have precedence over technique, and technique, in its way, is independent and lives autonomously. My images but be seen all together and each image can be removed from its context and can live autonomously. This is my method: giving life to images in order to give them independence. If I manage it, I’m happy because they no longer need me. White paper, water, colors, pencils, empty markers and pointed and flat brushes are my actors. I give them a script to follow but if they want to improvise they’re welcome to do so.

 

Santa Clauses

개인 작업 / 2011

 

 

흑백 작품에서는 텍스처가 인상적이며, 다른 작품에서는 색채가 인상적이다. 색을 사용하는 데 있어 원칙이나 특별히 선호하는 바가 있는지

나는 색을 사용하는 데 있어 아주 신중한 편이다. 겹쳐짐에는 그리 신경을 쓰지 않고, 기껏해야 두 번 정도의 붓질이면 충분하다. 나의 색들은 항상 그것을 둘러싸고 있는 흰색과 관련이 있어야 한다. 강한 콘트라스트는 거의 추구하지 않고 대신 조심스럽게, 거의 단색조로 공간과 비율에 관한 아이디어를 단순히 드러내고자 한다. 나는 늘 연필 없이 작업하며, 모든 것을 ‘터치’에 맡긴다. 그것은 꼭, 혹은 바라기는, 구상적이고 구체적인 것이 된다. 예를 들어 티셔츠나 얼굴을 표현하려면, 나는 티셔츠나 얼굴을 그리지 않고 자연스럽게 터치가 티셔츠나 얼굴을 닮아가게 만든다. 중요한 것은 겉보기에는 추상적인 터치들을 완벽하게 구성하는 것이다.

In your works in black-and-white, the texture is interesting and impressive. At the same time, the colors in your works are always impressive. Do you have any rule or preference in using colors?

I’m quite modest in the use of color. I don’t insist much on the layers, at most maybe a couple of passes are enough. My colors must always have something to do with the white surrounding them, I hardly ever look for strong contrasts but discreet almost monochromatic accompaniments that simply give back an idea of space and proportion. I always work without pencil and I entrust everything to the mark that must, or I hope it does, become a figurative specificity. If I want, for example to represent a t-shirt or a face I don’t draw a t-shirt or a face but I spontaneously make a mark that resembles a t-shirt and a face. The important thing is to perfectly organize these apparently abstract marks.

 

전체 작업 과정에서 가장 즐거운 때는 언제인가

가장 흥미로운 순간은 계획을 할 때와, 아무런 의미 없이 내 마음대로 그림을 그리며 연습할 때이다. 겉보기에만 무의미한데, 왜냐하면 그럴 때면 나는 항상 내 게임 전체가 어떠한 규칙들을 갖고 있다는 걸 이해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 규칙들은 수년에 걸쳐 내 스스로 만들어낸 것이다.

What is the most lovely and enjoyable moment in your whole working process?

The most interesting moment is when I plan and when I exercise my mind to make drawings without any meaning. Only apparently meaningless because then I always figure out that my whole game has rules that I’ve created over the years.

 

작업을 위한 영감과 아이디어는 보통 어떻게 얻나

어떤 것도 하늘에서 떨어지진 않는다. 내가 하는 일이 왼쪽으로, 오른쪽으로, 가운데로 물을 흘려버리는 일일지라도 계속해서 작업해야만 한다. 손놀림이 지쳐갈 지점이 되어서야 순수한 생각이 종이 위를 맴돌기 시작한다. 그때가 되면 아이디어를 얻기 시작하는 것 같다. 또 다른 방법은 밖으로 나가 나를 둘러싸고 있는 세계를 보는 것이다. 내 주변의 전원, 내 가까이에 사는 사람들, 나의 딸, 나의 개, 나의 아내. 그리고 포 강을 따라 걷는다. 내 정신이 숨을 쉬고, 새로운 아이디어의 스파크가 온다. 나는 그것들을 모으고, 꽃병에 꽂아 자라나도록 한다.

How do you get the idea and inspiration for the works in general?

Nothing falls from the sky. I have to work constantly even if what I do is losing water left, right and center. I need to reach a point where I am tired of my hand’s fluidity and I start to be pure thought hovering over the paper. Maybe then I begin to get some ideas. Other ways are to go out and see the world that surrounds me; the countryside near me; people who live close to me – my daughter, my dog, my wife – and walks along the Po river. My mind gets oxygen and the sparks of new ideas come. I collect them and then I put them into a vase to let them grow.

 

Due Alberi

Pjoject for San Zeno Foundation, Italy / 2011

 

* 본 기사의 전문은 <지콜론> 10월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Copyright ⓒ 2010 지콜론 All rights reserved.
전화 031-955-4955   팩스 FAX : 031-948-7611   법인명 지콜론
주소 413-120 경기도 파주시 문발로 242 3층    사업자 등록번호 [141-04-10919]
통신판매업 신고 제 2010-경기파주-2610호   개인정보관리책임자 홍윤표(yphong.sot@gmail.com)   대표자 이준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