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의 모든 도서관은 특별하다. 책이 사는 곳이어서 그렇다. 어떤 도서관은 책을 위해 설계되었고 어떤 도서관은 책을 보러 오는 사람들을 배려해 건축되었지만, 결국 도서관이라면 책과 사람이 함께 즐거울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 다만 그 공간이란 것이 참으로 각양각색이어서 저마다 의미 있고 매혹적이다.

독일의 슈투트가르트 시립도서관은 정방향의 웅장한 건물 안에 백색의 내부 공간을 갖추고 있다. 무색의 그 공간은 형형색색인 책의 컬러를 돋보이게 한다. 그 안에 거하는 책을 배려한 디자인이다. 그런가 하면, 미국의 어느 마을에서 시작된 이후 전 세계적인 운동으로 퍼지고 있는 Little Free 도서관(운동)은 누구나 자신만의 방식으로 뚝딱뚝딱 만들 수 있는데, 주변 사람들이 함께 참여하는 데 의의가 있어 책은 물론 사람과 사람이 마음을 나눌 수 있도록 하는 도서관이다.

이번 특집에서는 다양한 국가의 다양한 도서관 15군데의 이야기를 담았다. 아름답고 정교한 사진과 몇 줄의 텍스트 너머로, 그곳의 공기와 책의 존재감, 사람들의 마음이 조금이나마 전해질 수 있다면 좋겠다.

 

 

 

Stuttgart City Library

에디터 | 유인경

 

이 거대하고 단정한 사각의 건물 안에는 세상의 수많은 책들이 산다. 군더더기 없는 백색의 내부 공간은 그 자체만으로 충분히 매혹적이지만, 이 집의 주인, 즉 책들이 가진 그 형형색색의 존재감을 살려주기에 더욱 아름답다. 책들과 그들을 애써 찾아온 사람들을 위한 곳, 독일 슈투트가르트 시립도서관이다.

 

 

과거에 교회나 시청 등이 한 도시의 중심을 형성했던 데 비해 개개인의 의미가 더욱 중요해진 현대사회에서는 도서관이 한 도시의 구심으로 자리잡을 수 있는 잠재력이 강해졌다. 이러한 맥락에서 본 설계는 시립중앙도서관으로 하여금 슈투트가르트의 새로운 정신적, 문화적 중심을 형성코자 하는데에 그 기본 의도가 있다. 이러한 목적에 도달하기 위해 도서관과 일부 다른 기능이 융합된 블록으로 계획된 당초의 도시계획에서 벗어나, 도서관 건물만 주변의 도시구조 내에서 두드러지는 개체로서, 단순하게 정제된 건물 형태로 계획하였다.

부지는 슈투트가르트 21이라 불리우는 신 도심개발지역의 중심을 형성하게 될 마일랜더 광장에 면하고 있으며, 모놀리스(monolith)적인 단순한 매스로 새로운 사회의 구심점을 상징하게 될 콘크리트와 젖빛 유리블럭으로 이루어진 이 건축물은 하나(mono)의 돌(lith)로 이뤄지지는 않았지만 마치 하나의 돌덩어리와 같은 인상을 드러내고 있다. 모든 면으로 똑같이 4.85m x 4.00m의 기본 요소가 9 x 9 의 격자로 가지런히 배열된 입면에는 4 방위로 정중앙에 하나의 입구가 있다.

이 단단한 외피 속에는 가볍고 투명한 내피가 있고, 그 안쪽으로 다시 경량의 벽, 그 안으로 탄탄한 콘크리트 벽, 마치 양파의 겹과 같이 안으로 중첩해 들어가는 공간의 가장 깊은 속에는 다시금 음각의 모놀리스가 형성된다. 기하학적으로 정돈되며 백색으로 정제된 완벽한 입방체는 원초적이고 중성적인 물질적 현상과 빛과의 만남을 가능케 한다.

단호할 정도로 명료한 모놀리스적 형태나 중앙의 집중된 입구 등의 형상이 에티에네 불레의 뉴톤기념관을 연상케 한다면, 중앙의 ‘심장’ 공간은 정중앙 상부에 빛의 초점을 갖고 사방으로 균일하게 빛이 묻어 들어가는 판테온 공간을 입방체 속으로 전이하며 추상화한 것이다. 극단적으로 추상화되어 오직 본질 에만 몰입할 수 있을 듯한 공간의 추구이다.

이 심장 공간 주위와 도서관의 틈새 공간으로는 나선형으로 계단이 감아 올라가며 4개층에 걸쳐 각 도서관의 공간에 연결되고, 각 층에서는 이 공간의 단순함 속의 다양한 변화를 인지케 된다. 이 계단이 끝나는 5층에서는 심장 공간의 오쿨루스(oculus)를 중심으로 상방으로 계단식으로 확산해 나가는 중앙 열람실을 만나게 된다. 또 하나의 정방형 공간의 유형인 이 공간 역시 역사 속에서 그 연원을 찾아 설정한 것이다. 바로 1785년 에티에네 불레가 설계한 왕립중앙도서관 공간이다. 이 역시 백색의 정방형의 공간으로 전이하며, 난간, 천창, 책꽂이 등 모든 요소들을 단순화하여 진열될 책과 방문자 외에는 모든 것이 극도로 추상화되어 돌아 올라가는 계단들과 맞물려 거의 초현실적 장면이 연출되도록 했다. 상부의 루버와 하부의 격자판은 빛을 거르고 확산시 내부 공간을 밝으면서도 은은함이 감돌도록 하는 구실 외에, 내부로는 공간을 유형적으로 깔끔하게 정리하고, 외부로는 5번째의 파사드라고 할 수 있는 지붕면을 정돈해 입방체로써의 매스 형태를 완성시켜주고 있다. 옥상 전면은 철격자판으로 마감되어 독서 테라스 혹은 슈투트가르트 시내 및 주변 산세를 두루 바라볼 수 있는 전망 공간이 된다.

심장 공간 하부에 자리잡고 있는 다목적의 강당은 천정고에 비해 넓직한 평면으로써 납작한 정방형의 공간을 형성케 해 건물 하부로부터 상부로 향하는 납작한 정방형의 공간, 완벽한 정방형의 공간, 상부를 향해 넓게 퍼져가는 공간의 순으로 정사각형의 공간 유형의 변용을 테마화하였다. 수천 년간 전달되어 오던 건축의 기본형을 정제해내고, 그 본질적 요소를 다시 극명하게 드러내주는 작업은, 방향을 잃고 표류하는 우리 시대에 그 어느 때와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절실하다. 이 시대에 우리에게 절실한 것은 본질적인 것과 기본적인 것에 충실한 건축이다. 바로 이러한 결실에 다다르고자 아주 단순한 그러나 많은 문명사적인 비밀이 숨어 있는 건축물 하나에 모든 참여자들과 함께 12년을 작업해왔다. 모든 시대를 넘어선 가치를 지닐 수 있을 만큼 보편화시키고, 오직 우리의 순수한 정신만이 투영될 수 있을 때까지 갈고 또 갈아보았다. 이제 그 공간 속에서 무엇을 만나고, 어떤 시정을 느낄지는 그 공간을 만나가는 이들의 몫으로 돌리고자 한다.

Text_©Yi Architects

 

 

Interview _ 이은영

>> 슈투트가르트 도서관을 설계하고 디자인하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점은 무엇인가요

과거에 교회나 궁전, 시청 등이 한 도시의 중심을 형성하였던 데 비해 개개인의 의미가 더욱 중요해진 현대사회에서는 도서관이 한 도시의 구심으로 자리잡을 수 있는 잠재력이 강해졌습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시립중앙도서관으로 하여금 슈투트가르트의 새로운 정신적, 문화적 중심을 형성코자 하는 데에 그 기본 의도가 있었죠. 이러한 목적에 도달하기 위해 도서관 건물을 주변의 도시 구조 내에서 두드러지는 개체로서, 단순하게 정제된 건물 형태로 계획하였습니다. 주변의 신개발지역에 상업적 건물이 많이 들어서게 되고, 형태, 재료, 색채적으로 많은 우발적인 것이 생김으로 인해 산만해질 도시 공간에 대한 우려를 많이 했습니다.

시대의 유행이나 조류에 휩쓸리지 않고 도시의 조용한 구심점을 형성해야 할 도서관의 형태로서 기하학적 기본율에 순수하게 따르는 정입방체가 가장 적절하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강렬하면서도 자기주장 없이 기본질서에 충실한 정입방체 속에는 존귀함과 도덕성이 함께 자리잡을 수 있는 잠재력이 있습니다.

 

>> 작가님께서 생각하시는 ‘도서관’에 대한 개념이 궁금합니다. 건축가로서, 작가님께 도서관은 어떤 공간인가요

도서관은 독서실 정도의 개념은 훨씬 뛰어넘어야 하며, 지식을 탐구하는 곳인 동시에 지식을 얻으려는 사람이 만나고 모이는 곳입니다. 이 두 속성을 공간적으로 푸는 과정에서 도서관 전체를 하나의 도시처럼 만들겠다는 구상을 하게 되었습니다.

한 도시에는 공적 공간, 사적 공간이 있고, 골목길이 있는가 하면 광장도 있습니다. 많은 요소가 동시에 있는 복합체이면서도 하나의 고유의 컨텍스트를 갖는 것이 곧 도시이듯이 현대의 도서관은 그런 복합체가 되어야 합니다.

 

>> 도서관이라는 건축물에 있어, 다른 건축물과 달리 고려해야 할 사항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건축이란 한 시대를 살아가는 인간 집단의 공유의 가치가 물질로 구체화되는 과정입니다. 건축은 작가 자신의 작품 혹은 한 개인의 이상과 철학을 훨씬 넘어서는 것이어야 하는 이유입니다. 더욱이 그것은 유행으로 여겨질 정도로 일시적인 가치를 담아서도 안됩니다. 제가 건축가로서 늘 관심을 두고 추구하는 것은 우리시대의 정신적, 현상적 총체적 가치를 어떻게 물질화하는가 하는 문제입니다. 그것이 세대를 넘어 정신적 가치로서 전달되어가며 우리의 도시가 조금씩 정제되어 가는데 하나의 작은 역할을 하고자 하는 것이지요. 도서관이라 해서 저의 이런 건축에 대한 기본 입장이나 심도가 달랐던 것은 없었습니다. 단지 정신적일 수밖에 없는 도서관의 그 속성상 나의 건축적 접근 방식이 쉽게 설득력을 얻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 슈투트가르트 도서관은 큐브 형태의 외곽과 계단으로 연결된, 개방된 내부 디자인이 화제가 되었습니다. 직접 지으신 분이 생각하는 슈투트가르트 도서관 디자인의 특수성, 차별성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200여 년 전 태동하여 80여 년 전 그 전환기를 맞았던 소위 모던이라 불리우는 일련의 현상이 1990년대 이후 극도의 자기 분열 현상을 보이며 혼돈의 극을 달리고 있는 것이 현재 건축계의 모습입니다. 모든 것이 상대 가치화되며 건축의 모습 역시 극도로 다양해지고 현란해졌지요. 바로 이러한 시기에 ‘고전’과 ‘추상’을 화두로 하는 이 작품은 건축 유형적 극명함과 그 극단적 단순함으로 인해 당선 시기부터 많은 관심과 토론을 유발시켰습니다. 완공되어 이제 그 모습을 모두 드러내고, 내부의 공간이 실체적으로 읽혀지는 작년 말부터 건축계의 토론이 더욱 가열되고 있지요.

건물의 외부에서 읽혀지는 모놀리스적 형상, 건물 하부의 심장 공간, 상부의 중앙열람실 공간 등의 순으로 방문자가 만나는 흐름이 시대적으로 원시적 건축 원형, 고전의 건축 유형, 근대의 건축 유형 순으로 그 시퀀스가 이어집니다. 이러한 공간의 전이가 자연스레 읽혀질 수 있도록 물성의 변화와 빛의 변환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습니다. 그중 ‘심장’ 공간에 많은 공을 들였지요.

건축가로서 할 수 있는 보람 있고 가치 있는 일이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겠지만, 인간으로 하여금 우리가 현실에서 만나는 제 현상 자체를 넘어선 존귀함을 인지케 할 수 있는 그 무엇을 할 수 있다면 그보다 의미 있는 것은 없겠다고 늘 생각해 왔습니다.

마치 비물질이라 할 만큼 극도로 추상화되어 우리의 정신의 원형만이 투영되는 듯한 물질 위에 빛이 스며드는 오묘함이 있는 그런 곳입니다. 일상의 공간을 오고 가며 자연스레 마주치게 되는 그런 현상학적 체험을 통해 많은 이들에게 덮여 있던 존재감이 새롭게 다가올 수 있는 그러한 공간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Little Free Library

에디터 | 박선주

자료출처 | Little Free Library, Wikipedia

www.littlefreelibrary.org

 

이 작은 도서관은 당장 당신의 마당에도 지을 수 있다. 미국의 어느 마을에서 시작되어 현재 전 세계적으로 퍼져 나간 ‘Little Free Library’ 운동은 동네에 작은 도서관을 만들어 사람들이 자유롭게 책을 빌려 가고, 반납하고, 보지 않는 책은 기증하는 시스템이다. 자신만의 방식으로 도서관을 뚝딱뚝딱 만드는가 하면 차와 쿠키를 가지고 나와 도서관 주변에서 작은 모임을 열기도 한다. 책이라는 매체가 사람과 사이에서 어떤 방식으로 전해질 수 있는지, 어떻게 사람과 사이를 연결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본질적인’ 도서관이다.

 

 

‘Little Free Library’는 비영리 커뮤니티 운동으로, 미국 위스콘신 주의 허드슨에서 시작되었다. 작은 박스에 책을 넣어 지역사회의 이웃들이 무료로 빌려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그 내용으로, 창립자 중 한 사람인 Todd Bol이 학교 선생님이자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었던 어머니에 대한 헌사로서 바치려 한 것이 그 시작이었다. 그는 학교처럼 보이도록 디자인한 나무 박스를 그의 잔디밭에 있는 우체통 위에 설치했다. 그리고 이 아이디어를 그의 창립 파트너 Rick Brooks와 공유했고, 그는 이 아이디어를 퍼뜨릴 많은 효과적인 방법들을 찾아냈다.

현재 ‘Little Free Library’ 운동은 전 세계로 퍼져 나가 수천이 넘는 이웃들이 책을 교환하고 있다. 단체 측은 매일 수백 건의 이메일을 받고 있고, 수천 명이 넘는 사람들이 웹사이트를 방문하고 있다. 매주 10~15개 정도의 출판물이나 방송국이 이 ‘국제적인 현상’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고 한다. 대부분의 이야기들은, 늘 변화하는 도서 컬렉션을 소장하기 위해 작은 구조물을 짓는 작은 행동이 어떻게 공동체의 유대감을 만들어내는 것과 연결되어 있는지를 말한다. 이것이 바로 이 비영리 단체가 목표로 삼고 있는 것이다. 동시에 이들을 어린이들에게 독서를 장려하고 어른들의 독서작문력을 키우고 전 세계에 도서관을 세우는 것을 가치로 삼고 있다.

대개는 인형의 집 크기 정도로 자신만의 도서관 박스를 만들 수도 있고, 공식 웹사이트에서 구매할 수도 있다. 도서관을 단체의 웹사이트에 등록하고 고유 넘버를 받을 수 있고, GPS 좌표를 통해 검색할 수도 있다. 소유주들은 ‘Little Free Library’라고 적힌 표지판을 받는데, ‘Take a Book. Leave a Book.’이라는 문장이 함께 적혀 있기도 하다. 많은 도서관들이 도서관이 없는, 또는 재해로 파괴된 교외 지역에 기부되었다. (2012년 5월 7일의 기록까지 보면, 미국 내에서는 34개 주, 전 세계적으로 17개 국가에 총 200개가 넘는 도서관이 설치되었다.) 흥미로운 점은 여러 다른 움직임들이 이 운동에서 보여지고 있다는 것이다. 목수들과 디자이너, 아티스트들 등은 새로운 형태의 미국 민속 전통을 만들어가고 있다. 이들은 목재를 재활용, 재사용, 개조하거나 전자레인지, 전화 부스, 벌집, 냉장고서부터 100년 된 헛간 목재, 크랜베리를 실어나르는 상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재료들을 이용해서 도서관을 만든다. 루이지애나 주의 건축학과 학생들은 한 디자인 공모전에서 이 작은 도서관들의

시각적인 효과를 확대하여 책을 담은 조각을 만들기도 했다. 벽화 작가들은 이 도서관들에 가드닝과 농업, 강아지와 고양이들, 자연의 풍경과 도시와 시골의 광경들을 그려 넣는다. 기억할 사람의 사진이나 글들을 새겨 넣은 기념비 같은 도서관들도 있다.

어떤 도서관들은 그린 루프를 가지고 있고, 많은 도서관들이 태양열 조명 장치를 가지고 있다. 움직임 센서까지 갖춘 것들도 있다. 또한, 메일들과 페이스북 포스팅들의 내용이 정확하다면 거의 모든 도서관들이 공동체적 유대감을 갈망하는 사람들에게 모임의 장소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이 작은 도서관들이 어떻게 사람 사는 풍경을 변화시켜 갈지 기대된다.

 

 

 

* 나머지 13군데의 아름다운 도서관들은 <지콜론> 11월호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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