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리에서 만난 디자인

UPPER EAST SIDE

                                                                                                              글_오성수, 나재휘

어퍼 이스트 사이드는 전통적인 맨해튼의 부촌으로 고풍스러운 19세기 후반 유럽의 전통 건축양식에서 영향받은 건축물들로 이루어져 있다. 주변에 뉴욕현대미술관, 구겐하임 미술관을 비롯한 박물관들이 많고, 강쪽으로 갈수록 상점들이 거의 없어 시내가 조용하고 한적하다. 백만장자의 거리Millionaires’ Mile로 불리는 5번 애비뉴 부근으로 벤더빌트Vanderbilt, 휘트니Whitney, 카네기Carnegie 등 정치적으로 꽤 보수적 성격을 가진 가문들이 이곳에 살았다.

평균연령이 높은 지역답게 어퍼 이스트 사이드에는 호화로운 건물과 잘 어울리는 골드컬러와 세리프체가 많이 사용되고 있다. 또한 고급주택가의 특징인 저체도의 타이포그래피를 선호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미드타운에 가까워질수록 낮은 층수의 오래된 건물의 수가 늘어나기 시작하는데, 이곳부터 상업지구가 시작하여 서체가 급속히 많아지는 경향을 보인다. 하지만 조명이 있는 사인물은 거의 없어 상업지구임에도 불구하고 저녁 시간대가 되면 차분한 분위기를 형성한다.

독일의 여성 정신분석학자인 카렌 호니Karen Horney의 이름을 딴 정신치료 클리닉이다. 블랙과 화이트라는 대비가 높은 색상의 사용, 외곽을 깔끔하게 두르고 있는 선, 그리고 군더더기 없는 서체인 고담Gotham의 사용으로 순수한 느낌의 간판을 만들어 냈다.

잘 맞추어 놓은 서체와 레이아웃은 뒷골목 경고판조차도 명품 광고로 보이게 만든다. 얼핏 보기에 푸투라체처럼 보이지만, ‘G’를 자세히 보면 아방가르드Avant Garde체의 특징이 보인다. 아마도 최근에 개량된 서체의 일종인 듯하다. 퀸스에서 맨해튼으로 이어지는 퀸스버러 브리지 출구 쪽에 있는 한 건물에서 발견했다.

Queensboro Bridge Exit, NY 10065

매디슨 애비뉴에 위치한 꽃집. 차분한 색상과 서체의 두께 등을 잘 사용한 간판이 주변 경관에는 잘 어울리지만 어쩐지 꽃집이 가진 느낌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여기에 사용된 뱅크 고딕Bank Gothic은 1930년 프랭클린 고딕, 센추리 스쿨북 등을 디자인한 모리스 풀러 벤튼이 디자인한 산세리프 서체이다. 한글의 네모꼴 서체들처럼 직사각형에 꽉 찬 모습을 하고 있으며, 유달리 직선이 강조된 탓에 디지털적인 느낌이 들게 한다. 이러한 이유에서 미래를 주제로 한 영화나 TV 시리즈에 자주 사용되며, 우주전쟁을 배경으로 한 전략게임인 스타크래프트의 서체시스템에도 사용된 바 있다.

Jerome Florist
1379 Madison Ave., NY 10128
+1 212-289-1677
jeromeflorists.com

과장이 넘치는 필기체 폰트는 화려하고 신비로운 느낌을 가지고 있어서 일반적인 상황에 함부로 사용하기 힘들지만, 특별한 느낌을 내고자 할 때에는 더 없이 훌륭한 효과를 내기도 한다. 운세를 봐주는 점집인 만큼 신비로운 느낌을 나타내기 위해 간판에 필기체를 사용해 적절한 효과를 거두고 있다.

Psychic Boutique
1107 1st Ave., NY 10065
+1 212-758-1187

1969년에 오픈한 미국의 오래된 코미디 클럽이다. 설립자인 코미디언 로드니 데인저필드Rodney Dangerfield의 이름을 딴 이곳에는 주요 연기자나 인기 배우들만 무대에 오를 수 있다고 한다. 간판에 사용된 익살스러운 폰트는 중복으로 사용된 ‘D’와 ‘E’를 보면 실재 서체가 아니라 목적에 맞도록 개량하여 만들어진 로고타입임을 알 수 있다.

Dangerfield’s
1118 1st Ave., NY 10065
+1 212-593-1650
dangerfields.com

사진의 ‘BAKER ST.’은 센추리 올드스타일Century Oldstyle 서체를 베이스로 하여, 알파벳 ‘B’와 ‘S’의 획 마무리에 볼 터미널ball terminal을 화려하게 그려 넣어 만들어낸 일종의 로고타입이다. 자세히 보면 ‘R’과 ‘T’의 세리프 모양도 좀 더 단순하게 변화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센추리Century는 서체 가족인 센추리 올드스타일과 가독성을 높여 교과서에서 사용된 스쿨북Schoolbook 버전에 영향을 주었다.

Baker Street
1152 1st Ave., NY 10065
+1 212-688-9663
bakerstreetnyc.com

올드 잉글리쉬Old English와 같이 강한 특색을 가진 서체들은 실제 영어권 사람이 아니라면 잘 사용하지 않는데, 아마도 독특한 서양식 형태가 가진 정서를 공감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예를 들어 한국인의 경우, 궁서체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다양한 작업을 할 수 있을 테지만, 외국인이 볼 때는 그저 ‘붓글씨 같다’는 의미 이상으로 다가가기 힘든 것과 유사한 맥락이 아닐까 생각한다.

폭스 엔 피들은 선술집이지만 점심시간에는 저렴한 가격으로 샌드위치와 스테이크를 판매한다. 하지만 저녁에는 언제나 단체 손님들이 자리 잡고 있으므로, 조용히 맥주 한 잔을 하기 위해 찾아오긴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

Fox n’ Fiddle
1410 Madison Ave., NY 10029
+1 212-369-3420
foxnfiddle.com

**글의 전문은 『타이포그래피 인 뉴욕: 거리에서 만난 디자인』에서 읽으실 수 있습니다.**

저자 소개

오성수

홍익대학교에서 인터랙션 디자인을 전공하고, 광고그룹인 퍼블리시스Publicis에서 8년간 디자이너로 일했다. 홍익대학교 IDAS와 동아대학교에서 디자인 강의를 했으며, 현재 대한민국 디자인전람회 추천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다.

나재휘

홍익대학교 조형대학 및 영상대학원에서 디지털 미디어 디자인과 인터랙션 디자인을 공부했다. 2007년 강남 미디어폴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공공디자인과 UX 관련 직종에서 근무했으며, 디자인 기획과 미디어 아트 전시 및 프로젝트에 다수 참여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