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벽

: 벽으로 말하는 열네 개의 작업 이야기

 

. 이원희

인터뷰이. Workhorse Press

정리. 이가람

 

 

스튜디오 안에는 네 개의 흰 벽이 있고,

그곳엔 상당히 큰 삶의 순간이 있다

독립 출판 스튜디오, Workhorse Press

 

 

선명하게 드러나는 사진이 좋을 때도 있지만, 조금 텁텁한 기분의 사진이 좋을 때도 있다.

인쇄 기법도 마찬가지다. 윤이 나는 종이에 오차 없이 찍혀있는 인쇄물이 속 시원할 때도 있지만,

곳곳에 있는 어그러진 모습이 속 편할 때가 있다. 이럴 때 떠오르는 것이 리소그래프(Risograph)이다.

리소그래프는 일본의 리소 회사에서 만든 실크스크린 기법의 디지털 공판인쇄기다.

다시 말해 인쇄물에서 손맛을 느끼고 싶다면 경험해볼 만한 기법이다.


 

Workhorse Press

 

리소그래프는 과거에 관공서, 학교, 교회 등 공적인 곳에서 유인물을 만드는 데 사용했던 인쇄기였지만

지금은 조금 다른 방향에서 사용되고 있다. 독립 출판물, 포스터, 엽서 등 대량 인쇄가 아닌

소규모로 제작할 경우 젊은 디자인 스튜디오에서 리소 인쇄를 선호하는 것이다. 2010년부터 함께한

워크호스 프레스(Workhorse Press)의 올란도 로이드(Orlando Lloyd)와 도미닉 케스터톤(Dominic Kesterton)

이런 흐름에 포함되어있다. 이들은 자가 출판물 외에 따로 의뢰받은 작업도 리소 인쇄로 제작한다.

특유의 번거로운 인쇄 과정에서 얻을 수 있는 독특한 질감은 두 청년이 소규모 스튜디오를 유지할 수 있는

요소 중 하나일 것이다. 더불어 열심히 일하는 사람을 뜻하는 워크호스 프레스의 직설적인 성향은 그들의 디자인에서,

생활에서 엿볼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점은 보는 사람의 마음을 쉽게 열어 줄 수 있는 워크호스 프레스의 매력이다.

 

 

Workhorse Press

 

 

스튜디오의 소개를 부탁한다

스코틀랜드의 에든버러(Scotland, Edinburgh)에서 활동하는 리소 프린팅 스튜디오다.

 

Workhorse* Press는 어떤 뜻이 있나

들리는 그대로 단순한 뜻이다. 우리를 신뢰할 수 있는 마음이 생기도록 하는 이름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이름을 지을 때 크게 고심하지 않았다.

(*Workhorse : 열심히 일하는 사람)

 

같이 일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

우리는 같은 지역 그리고 에든버러에 있는 같은 대학에서 막연하게 알고 지내던 사이였다.

올란도는 그래픽디자인을 전공했고 도미닉은 일러스트레이션을 전공했다. 참고로 우리 학교에서

그래픽디자인과와 일러스트레이션과는 복도의 끝과 끝에 있었다.

 

각자 맡은 업무가 있는가

둘 다 인쇄된 것들을 좋아한다. 각자 맡은 그래픽디자인과 일러스트 외의 일도 책임지고 한다.

예를 들면 올란도는 사람들과 전화를 주고받는 일을 하고, 도미닉은 글을 써야 하는 일을 맡아서 한다.

 

사는 동네가 작업에 끼치는 영향이 있는가

우리는 에든버러의 북부 지역인 리스(Leith)에서 지낸다. 스튜디오와 매우 가까운 곳이다.

이곳에는 다양한 스튜디오들이 있고 창의적인 것들이 있다. 이곳에 있는 사람들도 우리처럼

지역 자원에 영향을 받는다. 특히 이곳에서 사람을 만나고, 함께 일할 때 작업에 좋은 영향을 준다.

 

(중략)

 

Workhorse Press

 

 

보통의 일상은 어떠한가

대부분 프린트와 관련된 일은 이메일로 처리하고, 종종 스튜디오를 찾아오는 사람들을 맞이한다.

각자 일러스트와 그래픽디자인을 위한 일을 하기도 하고 각자 자신을 위해 하루의 반을 보내기도 한다.

이곳에서 아침나절부터 오후 일곱 시까지 머무른다. 작업실에 일찍 도착하려고 노력하지만,

종종 밖에서 공을 차기도 하고, 달걀을 삶기도 한다.

 

워크호스 프레스에게 벽은 어떤 의미인가

많은 시간을 스튜디오 안에서 보낸다. 네 개의 하얀 벽이 있고 그곳엔 상당히 큰 삶의 순간이 있다.

다만 빈 벽을 온종일 보는 것은 원하지 않는다.

 

작업실의 벽을 묘사한다면

우리 스튜디오는 매우 저렴하지만, 그래도 멋진 곳이다. 벽에 무엇인가를 붙이는 것은 중요하다.

우리의 특성을 보여주고, 우리 자신을 상기시키고, 우리가 어떤 작업을 하는지 사람들에게 알려주기도 한다.

이곳에 처음 왔을 때 벽은 모두 벌거벗고 있었다. 우리의 공간이란 느낌이 없었다. 시간이 지나고

벽은 각종 프린트로 채워졌고 좀 더 집다운 아늑한 느낌이 들었다.

 

리소 인쇄 기법을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선명한 색들과 그 자체의 기능을 빌린 대담한 그래픽 작업이 좋다. 그 불완전함이 멋있다.

그리고 독립 출판을 위해서도 좋다.

 

 

Workhorse Press

 

 

대량 인쇄가 아닌 리소 인쇄의 한계도 있을 것이다. 한계는 어떻게 극복하는가

제한적인 것은 현재 하는 일의 변수에 모두 의존한다. 종종 제한적인 부분이 생산량을 줄이는 것에

도움을 주거나 좀 더 정제된 결과물을 만들 수 있도록 도와준다.

 

독립 스튜디오를 운영하기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우리가 만들고 있는 작업이 좋다는 확신을 주기 위해 많은 사람에게 이야기하고 이메일을 보낸다.

 

작업을 방해하는 가장 큰 장애물은 무엇인가

기계에 종이가 끼었거나 전파방해로 인한 문제가 생겨 인쇄하지 못할 때 혹은 비슷한 그 무엇이든

정말 스트레스다. 우리가 정말 스트레스를 받는 순간은 일을 일찍 끝내야 하는데 장비가 말을 듣지 않을 때다.

그렇지만, 몇몇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통해 좋은 경험을 얻을 수 있다.

 

작업에 영향을 주는 작가 혹은 음악이 있나

시각 예술가 데이비드 슈리글리(David Shrigley), 영화감독 니콜라스 윈딩 레픈(Nicolas Winding Refn),

만화가 장 지로(Jean Giraud), 애니메이션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Hayao Miyazaki), 뉴욕 출신 그룹

아나마나구치(Anamanaguchi) 그리고 영화 위플래쉬(Whiplash)의 주인공

앤드류 니먼(Andrew Neiman)에게 순간순간 흥분한다.

 

 

Dominic Kesterton

 

작업을 계속할 수 있는 동기는 무엇인가

자기 개선과 좋은 것을 만들려는 노력이다. 또한, 멋진 저녁 식사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것은

일을 열심히 하도록 만든다.

 

삶과 작업에서 절대 빠져서는 안 되는 중요한 것이 있나

노트북. 종일 노트북 앞에서 일하고, 집에서는 노트북 앞에서 휴식을 보낸다. 기이한 일이다.

사실 우리는 스튜디오 안에서 꽤 느긋하게 지낸다. 놀이가 하루의 일과 중 중요한 부분이다.

인생에서도 마찬가지다.

 

최근 관심을 두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세계 문제에 대한 것을 묻는 거라면 재활용에 관련된 것이다.

 

 

Dominic Kesterton

 

Dominic Kesterton

 

 

Workhorse Press

www.workhorsepress.co.uk

 

- 위 인터뷰는 책 그리고 벽에서 발췌하였습니다.

Workhorse Press의 인터뷰 전문을 비롯한 다른 아티스트 13팀의 인터뷰는 책 그리고 벽에서 읽으실 수 있습니다.

 

 

저자소개

이원희

정은지와 함께 <AVEC> 매거진을 만들며 주로 상대방에게 질문하고 받아 적는 일을 한다.

꼭 답을 듣기 위해 하는 일은 아니지만, 예상하지 못한 답을 얻을 때가 더 많다.

가까운 미래의 목표는 사방이 책으로 둘러 쌓인 조용한 생활 터전을 마련하는 것이다.

정은지

이원희와 함께 <AVEC> 매거진을 만들며 <AVEC>라는 이름으로 기획, 출판, 제작 등

여러 가지 일을 하고 있다. 주로 사진 작업을 하고 있으나 디자인과 영상으로 작업의 범위를 넓혀 가는 중이다.

가까운 미래의 목표는 반려견 세 마리와 함께 전국 일주를 하는 것이다.

www.avecmagazin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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