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사 바로가기

g: 10 Essential
그의 인용문 (해외배송 가능상품)품절

기본 정보
g: 10 Essential
그의 인용문
수량수량증가수량감소

개인결제창을 통한 결제 시 네이버 마일리지 적립 및 사용이 가능합니다.

상품 옵션
옵션선택
상품 목록
상품명 상품수 가격
g: 10 Essential
그의 인용문
수량증가 수량감소 0 (  )
total 0 (0)

이벤트

그의 인용문

디자인 연구자이자 『인터페이스 연대기』와 『콘크리트 유토피아』의 저자인 박해천이
‘인용문’으로 추천한 열 권의 책을 소개한다. 박해천이 책에서 직접 뽑은 열 개의 글들에는,
그의 일관된 관심사가 넌지시 드러난다. 물론 그의 취향과는 별도로, 문장을 감상하거나
목록들에 붙여진 숫자와 기호들의 의미를 추리해 볼 수 있는 지적이고 감성적인
올 가을의 리스트가 되기에 손색이 없다.

에디터, 사진 박현진

1942 - 1982.

“왜소한 수양버들이 한 평쯤의 그늘을 드리운 그곳에 리어카가 있고,
그 위에 커다란 냉차 항아리가 있고, 또 그위엔 몇 개의 유리컵이 얹혀 있고,
그리고 밀짚모자를 눌러쓴 아버지가 있었다. 때로는 노란 고무호스로부터
유리컵이 찰랑찰랑 넘치도록 냉차를 받아내고 있는, 때로는 거스름돈을
내주기 위해 주머니란 주머니는 죄다 경황없이 뒤지고 있는,
또 때로는 한가로이 담배를 피워 문채 무연한 눈길을 도시의 허공에
하염없이 내던지고 있는, 또 때로는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던 자세
그대로 꾸벅꾸벅 졸고 있는… 일찍이 흙밖에 만져본 적이 없는
아버지는 결코 정직하지도 않고 믿을 수도 없는 도시를 요컨대
그런 모습으로 상대하고 있었던 것이다.”


1949 * 2008.

“내 아버지는 공회전과 원점회귀를 거듭하는 한국 현대사의 황무지에
맨몸을 갈았다. 그는 비명을 지르며 좌충우돌하면서 그 황무지를 건너갔다.
건너가지 못하고, 그 돌밭에 몸을 갈면서 세상을 떠났다. 그의 생업은
신문기자이거나 소설가였는데, 밥을 온전히 먹을 수 있는 노동은 아니었다.
그는 장강대하(長江大河)와도 같은 억겁의 술을 마셨다.
그는 1940년대의 상해와 중경에서 마셨고, 1950년대의 서울과
피난지 부산에서 마셨다. 그는 만주에서 마셨고, 식민지의 국경선에서
마셨고, 전쟁으로 잿더미가 된 명동에서 마셨다.”


1957 + 2003.

“한 아이가 다른 형태의 아버지, 여러 명의 아버지를 체험한다는 것은
그만큼 세계로 나가는 여러 개의 창문을 갖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세상을 보는 눈도 여러 개를 가지게 되니 그만큼 유연해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나에게, 우리에게 세상으로 나가는 창문은 아버지 하나뿐이었다.”


1959 / 2007.

“내가 아는 ‘짠하다'는 사전의 정의와 뉘앙스가 조금 다르다.
그 뉘앙스를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은 한국어 화자 가운데서도
서남 지방 사람들일 것이다. 서남 사람들이 잘 쓰는 ‘짠하다'는
표준어 ‘안쓰럽다'와 뜻이 비슷하지만, 그렇다고 고스란히
겹쳐지지는 않는 것 같다. ‘짠하다'에는 안쓰러움과 애틋함이
버무려져 있다. ‘짠하다'는 마음 가장 깊숙한 곳에서 우러나오는 연민의 형용사다.”


1959 + 2010.

“이렇게 말을 시작해야 한다. 한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이다.
여기서 무서운 것은 이 말의 용법에 있다. (……) 하면, 영원히 괄호 안의
그것이다. 그 자리에 한번 가면 계속해서 불려 가야만 한다.
나는 여기서 나가고 싶은데 나갈 수가 없다.
이 괄호에 김기덕은 차례로 주인공을 불러온다. 한번 창녀는 영원한 창녀이다.
한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이다. 김기덕의 영화가 공간에서 빙빙 돌면서
거기서 나가지 못하는 것은 바로 이 말의 공간화에 다름 아니다.”


1968 / 2010.

“이유가 뭔가? 정말이지 이유가 뭐냐고.
누군들… 뾰족한 이유가 있겠는가?
씹새끼!
나는 그저… 하고 놈은 말했다.
너희를 평등하게 미워할 뿐이야.
왜… 왜 내가! 나는 울부짖었다.
너도 평등하게 우릴 괴롭혀왔으니까, 놈이 말했다.
다시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1971=2001.

“내가 마이클 잭슨의 나긋나긋한 세계를 떠나 헤비메탈 음악을 듣게
된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였다. 라디오에서 악셉트의 <Metal Heart>를
처음 듣던 순간의 기분은 뭐라 표현할 수가 없었다. 나는 미쳐버릴 것 같았고,
실제로 헤비메탈 음악에 미쳐버렸다.
(…)
나는, 헤비메탈 음악의 품에서 안위와 안정을 찾았다. 문학책을 읽었고,
수학 문제집을 풀었고, 상상력을 키워나갔다. 자신을 돌아보았다.
사색을 했다. 실제로, 좌우 고막 가까이서 헤비메탈이 꽝꽝 울려대지
않으면 아무것도 되지 않던, 될 것 같지 않던 시기였다”


1971 = 2008.

“언제부터인가 나는 소심한 사람들의 괴력을 눈치채게 되었다.
대범한 사람들이 세계를 들썩들썩 움직이는 동안 소심한 사람들은
주섬주섬 세상을 해석한다. 살아남기 위해 예민해질 도리밖에 없는
초식동물처럼 그들은 누가 힘을 가졌는지 계절이 언제쯤 변하는지
민첩하고 정확하게 읽어낸다. 미미한 자극에 큰 충격을 받고 사소한 현상에
노심초사하는 그들의 인생은 남보다 느리게 흐른다. 타고난 관찰자이며
기록자인 그들의 소극적 복수는 '이야기'다.”


1980 - 2005.

“말하자면, 아버지가 돌아온 것이다. 십 수년 만에 우편을 타고 가뿐하게,
의도를 알 수 없는 선의(善意)처럼, 종지감 없는 연극이 끝난 뒤에 터지는
어정쩡한 박수처럼 아버지는 돌아왔다. 낯선 억양의 인사를 건네며 돌아온
부고(訃告). 그때까지 나는 아버지가 그렇게 세계 곳곳을 달린 이유가 결국
우리에게 당신의 죽음을 알리기 위해서가 아니었을까 생각했다.”

1984 * 2010.

“부서진 씨멘트 아래 드러난 철골 구조물은 붉게 녹이슬어 모두 피를
흘리는 것 같았다. 비명소리는 텅 빈 건물의 곳곳에서 흘러나왔고, 이따금,
바람이 아주 세게 불었다. 나는 부서진 플라스틱 바구니, 물에 젖은 달력, 흙
이 묻은 잠옷을 따라 걸었다. 찢어진 플라스틱 저금통, 녹이 슨 에프킬라,
중국산 유아용 장난감들을 따라 걸었다. 열 다섯 살인 나는 그곳이 세계의
끝이라고 생각했다. 다섯 살 때도 그랬다. 스물 다섯 살인 나는 이제 끝이
아닌 세계를 어디서도 발견할 수가 없다. (…) 어쨌거나 확실한 건
이제 도시가 지나치게 파괴되는 것에는 전쟁이라는 이유조차 필요없다는 점이었다.”

 


1942 - 1982. 『장난감 도시』, 이동하, 문학과지성사, 2009 (3판), 40쪽.

1949*2008. 『바다의 기별』, 김훈, 생각의나무, 2008, 24쪽.

1957+2003. 『남자의 탄생』, 전인권, 푸른숲, 2003,195쪽.

1959 / 2007. 『말들의 풍경』, 고종석, 개마고원, 2007, 147쪽.

1959+2010. 『필사의 탐독』, 정성일, 바다출판사, 2010, 79쪽.

1968 / 2010. 『더블』, 박민규, 창작과비평사, 2010, 81쪽.

1971=2001. 『장원의 심부름꾼 소년』, 백민석, 문학동네, 2001,145–48쪽.

1971=2008. 『그녀에게 말하다』, 김혜리, 씨네21, 2008, 115쪽.

1980 - 2007. 『달려라, 아비』, 김애란, 창비, 2005, 22쪽.

1984*2010. 『영이』, 김사과, 창비, 2010, 233–34쪽.

review

게시물이 없습니다

list write

Q & A

게시물이 없습니다

list write

shipping, exchange, return guide

고객님께서 주문하신 상품은 입금 확인후 배송해 드립니다. 다만, 상품종류에 따라서 상품의 배송이 다소 지연될 수 있습니다.

교환 및 반품이 가능한 경우
- 상품을 공급 받으신 날로부터 7일이내

  단, 포장을 개봉하였거나 포장이 훼손되어 상품가치가 상실된 경우에는 교환/반품이 불가능합니다.
- 공급받으신 상품 및 용역의 내용이 표시.광고 내용과
 다르거나 다르게 이행된 경우에는 공급받은 날로부터 3월이내, 그사실을 알게 된 날로부터 30일이내

교환 및 반품이 불가능한 경우
- 고객님의 책임 있는 사유로 상품등이 멸실 또는 훼손된 경우.

   단, 상품의 내용을 확인하기 위하여 포장 등을 훼손한 경우는 제외
- 포장을 개봉하였거나 포장이 훼손되어 상품가치가 상실된 경우
- 고객님의 사용 또는 일부 소비에 의하여 상품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시간의 경과에 의하여 재판매가 곤란할 정도로 상품등의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 복제가 가능한 상품등의 포장을 훼손한 경우
 (자세한 내용은 고객만족센터 1:1 E-MAIL상담을 이용해 주시기 바랍니다.)

※ 고객님의 마음이 바뀌어 교환, 반품을 하실 경우 상품반송 비용은 고객님께서 부담하셔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