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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유하는, 사라지는

“인류는 분명 자연 법칙과는 아무 상관없는 특수한 사라짐의 방식을 발명한 유일한 종이다. 어쩌면 사라짐의 예술이라고 할 수 있겠다.” – 본문 중에서

에디터. 박선주

 

『사라짐에 대하여』

장 보드리야르 지음, 하태환 옮김, 민음사, 2012

편집Ⅰ박향우, 표지 및 편집디자인Ⅰ유지원

시뮬라시옹과 시뮬라크르의 장 보드리야르. 그가 2007년 타계하기 전에 남긴 마지막 텍스트 중 하나인 <왜 모든 것은 아직 사라지지 않았는가?>를 엮은 책이다. ‘근대와 함께 시작된 인간의 잠재적 사라짐에서부터 기술과 미디어의 발달로 초래된 이미지의 범람으로 인한 모든 실재의 사라짐에 이르기까지’, 사라짐에 대한 사유가 담겨 있다. 아시다시피 한눈에 달콤해 보이거나 쉽사리 소화될 텍스트는 아니지만, 공들여 먹는다면 씹으면 씹을수록 우리가 사는 현대 사회에 대해 새로운 시각과 깊이를 더해줄 글이다. 이 책의 디자인은 그 텍스트의 소화를 도울 뿐 아니라 텍스트 자체와 한 몸을 이루고 있다. 이어지는 디자이너 유지원과의 인터뷰를 통해 확인할 수 있으며, 한 손에 들고 읽으며 직접 그 맛을 봐도 확인해볼 수 있다.

 

유지원 서울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를 졸업하고 민음사에서 서적디자이너로 근무했다. 독일국제학술교류처 DAAD로부터 다년간 예술장학금을 받으며 라이프치히 그래픽 서적예술 대학에서 타이포그래피를 전공했다. 이후 산돌커뮤니케이션에서 활자체 연구가로서의 경력을 쌓았다. 여러 매체에서 타이포그래피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고 있으며, 한글과 라틴알파벳뿐 아니라 세계의 다양한 문자 형태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현재 홍익대학교 BK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다.

 

북디자인을 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원칙이나 가치는 무엇이며, 이 책에서는 그것이 어떻게 적용되었나요

세 가지가 있어요. 첫째, 극예술의 ‘드라마투르크’와 같은 태도를 가질 것. 둘째, 편집자를 우선에 둘 것. 셋째, 저자에 대해 ‘능숙한 독자’일 것. 이 세 가지 원칙은 북디자이너로서 꼭 따라야 할 가치라기보다는, 그저 제가 편하게 느끼는 가치입니다.

우선, 드라마투르크의 태도요. 극예술과 비교한다면 북디자이너의 영역은 무대디자이너의 영역에 더 가깝겠지만, 제가 주목하는 측면은 영역이 아닌 태도입니다. 드라마투르크가 연출가를 대할 때의 태도. 드라마투르크는 창의적 학자, 혹은 학자 출신 실무 종사자입니다. 일단 대본을 깊이 있게 파악하고 있어야 해요. 연출가를 돕고 때로는 배우들을 코치하지만, 절대로 월권을 행사해서는 안 됩니다. 연출가와 브레인스토밍을 하며 연출 아이디어가 원작의 본질 및 원작자의 의도에 위배되지 않는지 학문적으로 검토하고, 언론과 비평에 맞서 대외적 책임을 집니다. 연출가의 창작과 해석에 대해 간섭하는 것이 아니라, 연출가가 아이디어를 자유롭게 펼칠 수 있도록 전문가로서 튼튼한 기반을 놓는 태도를 가져야 합니다. 자긍심과 겸손함을 균형 있게 갖추어야 하지요.

이어서, 저는 드라마투르크가 연출가를 대하는 태도로 편집자를 대하는 것이 좋습니다. 기본적으로 편집자라는 직업 자체에 대한 존경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집필 과정은 저자가 주도하지만, 원고가 넘어오면 책의 중심에는 편집자가 섭니다. 편집자의 영역을 우선적으로 가늠한 후, 디자이너로서 저의 운신 범위를 파악합니다. 그의 고유 권한에 대해서는 철저히 존중하고, 교집합의 영역에서는 모든 것을 의논하고, 저의 고유 권한 내에서는 편집자에게 번거로움을 주지 않고자 합니다. 이런 이상이 현실로 실현되려면 자질이 훌륭한 편집자와 일을 해야 하겠죠. 운 좋게도 저는 대개 좋은 편집자들을 만났습니다.

마지막으로 저자에 대해 ‘능숙한 독자’이고자 합니다. 스스로 독자가 되어 ‘독서의 행위 자체를 디자인’합니다. 이를테면 글자의 크기와 페이지당 글자수는 독서 속도를 좌우하고, 제본 방식은 책에 가해지는 어깨와 손의 힘에 영향을 준다는 점을 고려하는 식입니다. 다만, 책에서 디자이너의 존재가 두드러지지는 않게끔 경계합니다. 그것이 이 항목을 가장 마지막에 두는 이유입니다.

 

개인적으로 이해한 텍스트의 정신이 디자인적으로 어떻게 구현되었나요

텍스트를 파악한 후, 디자이너로서 텍스트와 어떤 관계를 맺을지 정합니다. 이 텍스트에는 별다른 감정 이입을 하지 않고 거리를 두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도 텍스트를 여러 번 다시 읽으며 저의 접근이 타당한지 검토했습니다. 텍스트의 영역에는 매우 보수적인 타이포그래피로 임했습니다. 그리고 어떤 자의적 해석도 배제하고자 했습니다. 전 그렇게 제한 범위를 정해서 운신하는 것이 재미있습니다. 운신의 폭을 넓히기보다는 깊이를 첨예하게 파고드는 것이요.

일단 독일 인젤 출판사의 양장본을 모델로 판형을 정한 후, 그에 따라 비례식을 통해 레이아웃을 도출했습니다. 그로부터 다시 페이지당 글줄의 수, 판면 넓이당 글자의 수, 글자 크기가 차례로 도출되어 나왔습니다. 텍스트의 세부를 조율하는 데에는 드러나지 않는 시간과 정성을 가장 많이 쏟습니다. 그렇게 보수성으로 일관하며 디자이너의 개성을 배제하는 데 공을 들였습니다만, 결과적으로 디자인이 독특하고 심지어 파격적이라는 소감들을 들었습니다. 아마 ‘도판’ 때문이었겠지요.

 

 

역시나 도판이 인상적입니다. 장 보드리야르의 사유가 디지털화되어 사라진 듯한, 그 나란한 대조가 주는 인상이 역설적이기도 묘하기도 하였습니다

‘보드리야르의 사유가 디지털화되어 사라지는 듯한’. 정확하게 보셨습니다. 사유가 텍스트로 생성되는 프로세스가 먼저이긴 하지만요.

이 책을 본 독일의 디자이너 몇몇 분은 한국어는 전혀 모르지만 보드리야르의 저서임을 파악하자마자 책의 의도를 곧장 이해하시더군요. ‘아, 보드리야르니까!’ 편집부에서는 이미지적, 개념적 성격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이 책의 기획을 마친 후 제게 맡기셨습니다. 일단 맡긴 후에는, 이 부분에 대한 저의 판단에 권한을 실어주셨고요. 사진을 사용하지 않은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제가 사진에 대해 잘 모르고, 이 책의 경우에는 이미지가 텍스트에 엉뚱한 의미의 화학 작용을 일으키기를 원치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 책에서 가급적 자의적 해석을 배제하자는 원칙은 이미지에 대해서도 여전히 유효했습니다.

“나는 유일 세상의 자동 기록일 수 있는 어떤 이미지를 꿈꿔 본다.” p.65

“인간의 손이 전혀 개입되지 않은 […] 기록” p.67

이 문장들로부터 아이디어를 얻어, 처음에는 프로그래밍을 통해 자동 생성되는 그래픽 이미지를 고려했습니다. 판형이 크고 디스토피아적이고 그래픽 지배적인 강렬한 책을 상상했어요. 그 아이디어를 검토하느라 본문 내용을 다시 곱씹다가, 결국 텍스트가 부각되는 담백한 책이 적합하겠다고 마음을 바꿨습니다. 그러면서 보드리야르의 사유가 한국어 텍스트로 전해지기까지의 기술적인 입출력 과정들을 머릿속으로 따라가보았습니다. 이때 보드리야르의 사라진 목소리인 본문 부분의 한국어 텍스트 전체를 16진법의 입력코드로 변환하자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원래는 본문 텍스트를 안쪽에 넣고, 그 텍스트를 감싸는 여러 장의 면지들로부터 바깥쪽 표지에 이르기까지 16진법 코드로 이루어진 또 하나의 이미지적 본문이 흐르도록 구상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 아이디어는 편집부가 선뜻 받아들이기에는 단행본의 전통적인 구조를 너무 이탈해있었습니다. 다시 상상해봐도 퍽 아름다운 광경이긴 한데 말입니다. 절충안으로 오른쪽에 한국어 번역문 전문을 흘리고, 왼쪽에 코드 전문을 교차시키는 구상을 했습니다. 한편 담당자인 논픽션팀의 박향우 편집팀장께서는 제가 제안한 책의 구조를 다소 다르게 이해하고 계셨어요. 각 페이지 단위로 국문 텍스트를 코드화하여 마치 그 코드가 ‘도판’처럼 기능하는 것으로요. 그런데 그 아이디어가 중간 절충안보다 근사했습니다. 편집자가 디자인에 기여한 부분이지요. 본문의 모든 펼침면에서 텍스트와 이미지가 생성되고 사라지는 서로의 자취를 고정시켜 마주보도록 하는 것. 왼쪽 페이지 글줄의 길이에 리듬감이 생성되는 점도 좋았습니다.

 

 

앞서 정신적 의미의 디자인에 대해 여쭈었다면, 시각적 차원에서는 독자가 텍스트를 잘 보고 잘 읽고, 나아가 잘 이해하도록 하기 위해 어떤 요소들을 고려하셨나요

앞서 잠깐 언급했듯이, 본문 텍스트에는 보수적으로 접근했습니다. 뒷표지 바코드 옆 ISBN 및 가격 정보 등 단 한군데의 소소한 예외를 제외하면 모두 양끝정렬과 가운데정렬로만 처리했습니다. 단행본의 규범이 정립된 16세기 당시 유럽의 인쇄업자들이 봐도 낯설게 보이지 않을 겁니다. 무쇠처럼 단단한 짜임새를 가지도록 하여, 힘과 신뢰를 높이고자 했습니다. 글자와 여백 간의 관계는 모두 비례로 구축되어서, 어지간한 여느 단행본을 함께 놓고 보면 대조군 쪽 본문이 느슨하게 늘어지는 인상을 받게 될 것입니다.

책의 몇몇 장치들에 관해서는 독자들이 오해를 한 부분도 있는데, 분량이 적은 것을 ‘감추려고’ 비닐 커버를 씌웠다는 발상은 좀 기발했습니다. 비닐 커버는 책을 ‘보호하려고’ 씌우는 것입니다. 그 외의 용도로 번거로운 비닐을 씌우는 출판사는 없을 것입니다. 표지에 라미네이팅을 하지 않아서 책이 상할까봐 할 수 없이 씌웠어요. 내부에서는 제작 단가가 높아지니 비닐 커버를 그리 기껍게 여기지는 않았다고 들었습니다.

여백이 많아서 종잇값이 아깝다는 독자도 있었습니다. 여백을 줄인다고 한들 이 책이 가진 판형과 분량의 조건 하에서는 종이의 소비량에 영향을 주지 않습니다. 이것저것 고려할 요소가 많아 일일이 설명하기는 복잡하지만, 그 정도 계산은 때로 인쇄소에 문의해가며 디자인 과정에서 다 직접 해봅니다. 이 책은 텍스트의 분량이 많지는 않아도 쉽게 소화되는 내용이 아닙니다. 그렇게 충분한 사색을 필요로 하고 독서 속도가 느리다는 점을 배려해서 페이지당 글자수와 적정 여백을 정했습니다. 모조지가 아닌 서적지를 본문 용지로 택한 이유는, 갓 생성되었다 바스러지는 것이 아니라 오래 존재했던 것이 사라지는 듯한 물성을 붙들고자 한 것입니다. 사실 서적지의 질박함과 짙은 색감, 두터운 질감을 유지하면서도 덜 거친 종이가 있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들었지만, 종이를 직접 만들지 않는 이상 제한된 선택의 폭에 타협할 수 밖에요.

마지막으로 ‘독서의 행위 자체를 디자인’하는 데에 각별히 신경을 썼습니다. 판형, 두께, 손에 쥐어지는 촉감, 무엇보다 책이 활짝 펼쳐지는 유선 제본. 책상에 놓으면 책이 펴진 상태 그대로 있습니다. 독자는 손의 자유를 얻게 되죠. 손과 어깨에 힘을 빼고 저자의 메시지를 편안하게 섭취하도록 배려했습니다.

 

독자가 눈치채지 못하지만 기능하고 있을 디자인적 장치들이 있는지요

디자이너의 자유가 허용되는 고유 영역에 한하여, 북디자인 작업을 평소 타이포그래피 연구자로서의 이론들을 실현하고 검증하는 기회로 삼기도 합니다. 현장에서 기능하지 않는 연구와 이론은 제겐 재미가 없어서요. 이 책에서는 원문의 이탤릭체에 해당하는 시각적 장치로 ‘탈네모형 명조체’를 적용했습니다. 본문은 산돌명조네오1, 이탤릭체는 윤명조230입니다. 그 결과 실효성과 타당성은 문제가 없는 것 같고, 실제 글자체 디자인의 개발에 있어서 앞으로 보완할 부분들은 또렷이 보였습니다. 여기에 대해서는 올 가을에 홍콩에서 열리는 국제 타이포그래피 컨퍼런스 ATypl에서 발표를 합니다. 지금은 논문을 쓰는 중입니다. 본문 명조체와 쌍을 이루는 탈명조체를 개발해서 한글 지면이 더 풍요로워지는 데 기여하고 싶은 꿈이 있습니다. 그러자니 당장의 생계가 심히 걱정되긴 합니다만…….

 

개인적으로 당신에게 이 책이 남긴 ‘흔적’은 무엇인가요

책을 디자인한 기록을 개인 블로그에 남긴 날, 방문자수가 전무후무하게 폭주했어요. 며칠 후 민음사 트위터에 링크가 걸려 한차례 더 폭주했고요. 유독 그 포스트가 그렇게 많은 방문객을 끈 이유가 무엇인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이 책을 디자인하던 시기에 민음사 편집대표님께서 어느 저자에게 제 소개를 이렇게 하시더군요. 저 친구가 이것저것 타이틀은 잡다한데 본질은 북디자이너라고. 간파 당하다니 흠칫 놀랐습니다. 제 글이 아닌 다른 좋은 저자의 글을, 좋은 편집자와 함께 맡아서 ‘책 전체를 관통하는 북디자이너’의 역할에만 머무르는 작업이 사실 가장 즐겁습니다. 다른 어떤 이야기보다도, 제가 책을 디자인한 이야기를 보러 몇 배나 많은 분들이 오셨다는 통계 기록은, 이 책이 제 정체성을 지시하며 제게 남긴 인상적인 흔적이었습니다.

 

 

『사라짐에 대하여』 제작 사항

판형: 180 x 118mm

표지: 심플렉스

면지: 밍크지(진곤색)

내지: 중질서적지

제본 방식: 각양장 제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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