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 Exhibition

마술적 사실의 문제

네덜란드가 낳은 세계적인 건축가 렘 쿨하스가 설계한 서울대학교 미술관에서 <네덜란드의 마술적 사실주의: 전통에서 현대까지> 전시가 4월 12일까지 열린다. 유럽 구상 미술에서 유의미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1920~30년대 네덜란드의 미술 운동, 마술적 사실주의의 사실적이면서도 환상적인 작품 71점을 선보인다.

에디터. 박선주

자료제공. 서울대학교 미술관(MoA)

네덜란드의 마술적 사실주의 : 전통에서 현대까지

Dutch Magic Realism: Past toward Contemporary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를 필두로 한 라틴 아메리카 작가들이 대표적인, 문학에서의 마술적 사실주의는 잘 알려져 있지만 미술에서의 마술적 사실주의는 상대적으로 생소하다. 달리의 녹아내리는 시계나 마그리트의 피레네 성을 떠올리게 하는 초현실주의 작품들이 불가능한 상황을 묘사하고 있다면, 네덜란드의 마술적 사실주의 작품들은 ‘가능하기는 하나 개연성인 약한’ 상황을 사실적으로 묘사한다.

71점의 작품들은 1920년대를 전후하여 시작된 네덜란드 리얼리즘부터 최근의 경향까지 약 80년이라는 시간을 아우른다. 네덜란드라는 토양에 뿌리를 두고 자라난 거의 한 세기의 마술적 사실주의 작품들을 한 자리에 모은 이번 전시를 통해 ‘관객은 (특별히 현대 미술을 포함한) 모든 미술 작품이 전통에 기반하고 있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통시적으로 시간의 켜를 쌓아갔다면, 공시적으로는 사람과 사물, 환경이라는 영원한 주제를 다룬다. 전시는 초상, 정물, 풍경 부문으로 나누어져 구성되어 있다. 그리고 드러나지는 않지만 본질적으로 이 전시가 시사하고 있는 한 가지 주제가 더 있다면, 그것은 ‘마술’과 ‘사실’의 관계라고 생각한다. 감히 ‘예술’과 ‘현실’의 문제로 확장해도 될까. 대개의 경우 화이트 큐브인 갤러리, 혹은 박물관 안에서, 아름답다거나 놀랍다거나 처절하다거나 혹은 안온하다는 느낌을 받은 경험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갤러리 밖 현실에서는 추하거나 비루하거나 평범하거나, 여전히 아름답거나 훨씬 경이로운 경험을 한 적이 있을 것이다. 마치 미술관적인 자아와 ‘미술관 바깥’적인 자아라도 있어 서로가 대립하거나 공존하거나 때로는 둘이 하나인 기분. 조용한 미술관 안에서 네덜란드라는 먼 나라의 역사적, 혹은 현대적인 캔버스들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마술적 사실’의 문제가 예술의 것인지 현실의 것인지, 그래서 예술이 얼마나 현실적이며 현실이 얼마나 마술적인지 헷갈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