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향 아래의 남자

로스타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혹은 무언가의 영향 아래 놓여 있다. 그 영향은 복잡하고 미묘하며 다층적이다. 현명한 창작자들은 이러한 영향을 유연하게 드러낼 줄 안다.재미교포 아티스트 로스타는 그 방면에선 가장 솜씨 있는 예술가 중 한 명이다.

에디터 이상현

그의 이름이 ‘로스타’인 건 몰라도, 그의 작품을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친숙함을 얼핏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일단은 홍대 앞이나 강남 등지에서 흔히 발견할 수 있는 그래피티나 벽화를 닮은 그의 작품 스타일 덕분일 텐데, 실제로 로스타는 스케이트보드와 그래피티 문화의 영향 아래 있는 아티스트다. 1971년 생, 서울에서 태어나 그래픽디자인을 전공한 그는 거리에서 그림을 그렸다. 뉴욕 지하철에 그려진 그래피티, 스케이트보드 데크를 장식한 그림은 미국인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도 충분히 멋졌다. 현재 뉴욕 브루클린에 있는 스튜디오를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그의 작업은, 나이키나 컨버스 등 세계적인 브랜드들과 상업 광고를 진행했을 만큼 대중 친화력을 자랑했다. 그 중 나이키와의 공동작업인 ‘플로우(FLOW)’는 상업광고였지만 로스타의 작업을 널리 소개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국내에서는 최근 인케이스와의 콜라보레이션 제품으로 마니아 층 사이에서 화제를 끌고 있다. 그래픽디자인을 전공했으며 그래피티와 회화 작업을 병행하는 아티스트의 특징이 고스란히 묻어 있는 이번 제품은, “‘our de France’ 시리즈를 기반으로 한 작업으로서 개인사이의 에너지와 감정의 기복을 나타냈다”는 설명이다. 뿐만 아니라 로스타는 순수 작가로서의 행보도 꾸준히 걸어왔다. 오와우(O.H.W.O.W) 갤러리, 퐁피두센터 등에서 개인전과 그룹전을 열며 주목할만한 작품을 선보여다.혹시 백남준아트센터의 ‘나우 점프(NOW JUMP)’ 전시에 방문했던 사람이라면 그의 작품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다. 가장 큰 전시 공간을 활용한 작품으로서, 무엇보다 고향인 한국에서의 작업이었기에 로스타 개인적으로도 기억에 많이 남는 특별한 경험이었다고 한다. 그렇게 예술과 상업의 경계를 가뿐히 뛰어 넘으며 20여 년 동안 활동해온 로스타의 작업을 설명하는 키워드가 있다. 그가 직접 짓고 주창해온 이 말은, 그래픽과 물리학의 합성어인 ‘그래피직스’. 이는 클라이언트 디자인에도 자신만의 회화 기법을 불어 넣으려는 일종의 ‘시도’다. 화려한 색상의 추상적 폴리모픽 페인팅, 신화적인 아이코노그래픽 캐릭터, 흑백의 캘리그래픽 드로잉 등 그의 작업은 매체와 형식과 국경과 문화의 한계로부터 훌훌 자유로운 채 실험을 멈추지 않았다. 이를테면 언뜻 봐선 거리의 그래피티처럼 어지러운 그림에서 동양화의 산수가 느껴진다면, 미국의 서브 컬처와 동양의 모노크롬 회화가 중첩되어 있다고 하면 지나친 해석일까. 어찌됐든 그가 접한 다양한 환경적 영향이, 그의 작업에서 다층적으로 드러나는 점만은 분명해 보인다.

그리고 작품에서 한결 같이 느껴지는 그 기하학적인 역동성이야말로, 한계를 모르고 뻗어나가는 아티스트의 에너지로 말미암았을 테다. 아직도 로스타라는 아티스트가 생소하게 다가온다면 일단 그의 홈페이지를 방문해보자. 그의 대표작은 물론, 감독으로서 완성한 필름을 플레이 해보면 그 열정이 얼마나 대단한지 입이 떡 벌어질 것이다. rostar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