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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그 곳

Ttae Composition

 

‘무엇인가를 제 때에 하면 좋은 결과를 얻는다’의 시간의 ‘때’에서 시작된 이름 ‘때 컴퍼지션’. 흔히 ‘좋은’이나 ‘결과’ 등을 중요 단어로 뽑을 법도 한데… 남다르다. 그곳은 인테리어 디자이너 윤영권의 공간이다. 창작할 때 즐거움을 얻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공간에 깃들여진 그의 위트를 눈치챌 것이다.

에디터 나은민

남산 초입에 위치한 ‘때 컴퍼지션’의 첫인상은 마치 영화에서와 같이 ‘불빛과 함께 숱한 타자기 소리가 밤새 새어 나오는 70년대 뉴욕의 한 신문사’ 같다. 사무실 입구까지의 아스팔트와 비슷한 컬러로 바닥 색을 맞추고 유리 벽을 사이에 두고 바깥과 내부의 높이 차이가 거의 없는 이 공간은 엘리베이터나 계단을 이용해 벽을 먼저 마주하는 여느 공간과는 다른 아우라를 뿜어낸다. 도심 속, 그 중 꽤나 상쾌한 공기로 숨쉴 수 있고, 언제든 남산에 올라 색다른 기분과 영감을 받을 수 있어서 이곳에 자리잡았다는 윤영권 대표의 말대로 공간에 들어서기까지의 낯선 설레임은 신선함 그 자체다. 사무실 내부로 들어서면 먼저 철제조각들을 이어 붙인 키가 큰 사람 형상의 조형물을 마주하게 되고 그 너머로 보이는 흰 벽돌과 검정색 금속, 자연색 그대로인 우드가 이 공간의 콘셉트라는 것을 이내 알게 된다. 컬러나 질감 면에서 머리로는 어울릴 것 같지 않는 이 세가지 재료들은 벽과 책상 등의 가구들에 입혀져 내부의 조도와 함께 묘한 어울림을 만들어낸다. 의뢰를 하기 위해 사무실을 찾았다가 그 느낌에 반해 같은 자제들로 디자인해달라고 했던 클라이언트도 있었다고 한다. 이렇게 의외성의 힘이 느껴지는 이야기의 시작은 이제부터다.

공간의 의외성, 공간이 주는 의외성

입구를 축으로 오른편으로 시선을 돌리면 천정에서 내려오는 전구 꾸러미가 보인다. 이 또한 윤영권 대표의 솜씨로 사무실 곳곳엔 평범한 재료에 크리에이티브를 넣어 재창조한 작업물들이 많다. 벼룩시장에서 사온 낡은 캐비넷에 페인트칠을 해 공간 안에 녹이는가 하면 모던함 속에 낡은 앤티크 쇼파를 두어 무게를 더하기도 한다. 전구 꾸러미 뒤쪽 벽으로 보이는 어깨에 날개를 단 남자 사진은 파리 출장 중 편집숍에서 구입한 작은 사진을 확대 출력해 붙인 것이란다. 흰 벽돌 위에 옅은 하늘빛과 날개, 그리고 가닥가닥 엮어진 전구의 오버랩은 공간을 마주한 사람들에게 때 컴퍼지션의 자유로움을 말하고 있는 듯하다.

입구의 왼편으로는 두 쪽의 크기가 다른 미닫이 문이 있다. 천문학적 숫자까지는 아니지만 수치에 대한 감각을 생활 속에서 익숙하게 하는 눈금과 숫자가 한쪽 문의 끄트머리에, 나머지 문 위에는 팀원들의 이름이 적혀 있다. 그 두 개의 문을 열면 드디어 때 컴퍼지션의 작업 공간이다. 개인의 공간은 여유를 두지만 함께 의견을 나누기엔 멀지 않은 적당한 거리다. 직원들은 공간이 주는 편안함 때문인지 늦은 밤까지 이어지는 작업의 피로가 덜하다고 한다. 공간은 그 안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생각과 라이프스타일을 대변하는 중요한 요소이며 새로운 아이디어와 결과물로 이어지기도 한다. 공간을 통해 사람들의 고유색깔을 더욱 빛나게 해주는 것이 그저 ‘머릿속 생각을 실제로 만드는 매개역할을 할 뿐이다’고 말하는 윤영권 대표의 철학은 사무실의 위치, 내부공간의 쓰임, 직원들의 팀워크, 그리고 때 컴퍼지션이 만들어내는 모든 공간에 깃들여져 있다. 때 컴퍼지션의 공간을 만날 때, 자연스러운 자유로움과 진지함 끝에 유머를 담은 여유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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