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FEATURE
교육의 영향권-김상규

g: Special Feature

Interview

에디터. 이찬희

 

김상규

서울대학교 산업디자인과와 국민대 대학원 공업디자인학과를 졸업하고 (주)퍼시스의 디자이너로 근무했다.예술의전당 디자인미술관 큐레이터로 ‘Droog Design’, ‘한국의 디자인’, ‘Laszlo Moholy-Nagy’ 등의 전시를 기획했고 (사)커뮤니티디자인연구소장, (재)한국디자인문화재단의 정책연구팀장 겸 사무국장을 맡은 바 있다. 현재는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공업디자인학과 교수로 있다. 저서로는 『어바웃 디자인』, 『의자의 재발견』, 『한국의 디자인02』(공저), 『& Fork』(공저) 등이 있으며 번역서로는 『사회를 위한 디자인』, 『디자인아트』 등이 있다.

 

방학 중인데요, 어떻게 지내시나요

매일 아침 출근해서 계절학기 수업을 하고 디자인 프로젝트와 글쓰기, 책읽기를 계속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서너 가지의 Art Drawing App Series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요. 첫 번째 작업으로 쉽고 간단하게 스케치 할 수 있는 앱을 만드는 중입니다. 나 스스로 늘 무언가를 끄적거리고 낙서하는 사람으로서, 또한 나와 같은 다른 사람들에게 유용한 앱을 만드는 것, 이것이 현재 진행 중인 앱의 콘셉트이고 목표입니다.

 

처음 디자인을 시작(전공)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어릴 때부터 그림을 좋아했고 미대에 진학할 생각을 굳히면서 회화보다는 막연하게 디자인에 매력을 느꼈습니다. ‘상공미전’이라는 것이 지방에서도 순회한 적이 있었는데 고등학생 때 그 전시에서 본 매끄러운 모형과 그래픽이 제가 알 수 있는 디자인의 전부였습니다. 사람들의 눈길을 끌 새로운 상품을 창작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던 것이죠.

 

디자인교육 외에는 어떤 것에 관심이 있으시고, 그 관심에서 비롯된 일이 있다면요

디자인 전공자로서 디자인이 창의적인 사고와 일상을 연결하는 매개물이 된다는 생각을 했고 그것이 문화환경을 만들어 가는 것에 관심을 가졌습니다. 그래서 전시과 비평, 저널, 다큐멘터리와 같은 문화생산자로 활동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저 개인이 아니라 공적 자금을 끌어서 여러 사람들이 그런 활동을 할 플랫폼을 만드는 데 기여하고자 했었죠. 디자인교육은 오히려 뒤늦게 관심을 갖게 된 부분이라 상대적으로 더 애착을 갖고 있습니다. 일찌감치 학교 밖 교육에 관심을 갖고 있었으나 지금은 대학에 있으니 제도교육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요.

 

그러한 자신의 관심사와 생각, 태도, 철학 등이 학교에서의 교육에 영향을 주나요

학교에 자리잡은 지 얼마 되지 않는 초보 교육자이기 때문에 가능한 개인적인 관심사를 수업에 드러내려고 하지는 않습니다. 특히 학부 수업에서는 여러 다양한 시각을 함께 설명하려고 노력합니다. 예컨대 진보적이라고 하는 이들의 시각을 지지하지만 전통적인 디자인 접근방법을 섣불리 비판하는 것은 경계합니다. 중요한 것은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새로운 흐름을 어떻게 볼 것인지 지속적인 관심을 갖게 하는 것입니다.

 

수업 커리큘럼에 대해 소개한다면요

특별한 커리큘럼이라고 할 것은 없고, 이론 수업이든 프로젝트 수업이든 기본적으로 신문 스크랩을 하도록 하고, 자신의 삶과 관심사를 발표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과제 프레젠테이션을 포함하여 학생들이 발표하는 모습을 꾸준히 촬영해두고 있습니다. 중간중간 편집해서 보여주면서 자신의 생각을 어떻게 설명하는지 돌아보게 하는데, 학생들이 아직 어색해 합니다.

 

현장에서의 디자인 경험을 교육에 적용하거나 사회에 나와서 필요로 하는 부분에 대해서 언급하는 경우가 있나요

대학에 들어오기 직전에 상실감을 크게 겪었기 때문에 졸업 이후에 겪을 일들에 대해서 자신 있게 이야기해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경험한 것이 학생들에게 희망적이지 않을 수 있고, 어차피 겪을 것을 미리 알게 된다고 해서 준비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요. 그래서 오히려 생존에 대한 얘기를 합니다. 이 사회에서 자신을 보호할 정도의 현명함과 유연함을 가져야 한다고 말이죠. 어쩌면 지금 재학생들이 살아갈 세상은 제가 설명해 줄만큼 예측이 가능하지도 않겠지요.

 

가르칠 때와 개인작업을 할 때 가장 지향하는 것, 그리고 지양하는 것이 있다면요

30대까지는 경쟁을 의식해서 늘 잘 해보려는 의지가 강했습니다. 그래서 조금 아는 것이라도 마치 능통한 것처럼 행동했고 무리를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지금은 ‘힘조절’을 잘 하려고 해요. 그리고 그 동안 가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 정말로 그런 것인지 다시 차근차근 확인하려고 합니다. 수업을 준비할 때나 작업할 때, 글을 쓸 때, 이처럼 당연시 되었던 것에 질문을 던지고 좀더 균형 잡힌 시각을 담으려고 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태도일 뿐이고 이 확인의 과정을 바탕으로 글이나 작업 결과물에서는 비평적 시각을 더 단단히 하려고 합니다. 당분간은 짧은 시간에 성과를 내려는 노력을 접고 무리하지 않고 ‘오버’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Stool _ 01 : 알바 알토의 ‘stool 60’에 대한 오마주. 네 개의 강철 다리를 가진 플라스틱 의자를 ‘stool 60’처럼 분해 조립 가능하게 만들었다. 2011년 작업

 

이번 인터뷰의 키워드, 교육-영향에 대한 몇 가지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굳이 학교에서의 경험이 아니라도 무관합니다. 자신에게 어떤 영향을 준 것(사람)이 있었나요

개인적으로 영향을 받은 디자이너들이 있지만 이 질문에는 수업을 얘기하는 것이 낫겠네요. 교회와 기독교 그룹에서 이뤄진 것이니 스터디라고 할 수 있습니다. 90년 들어서 문화에 관심이 커질 무렵 청년부 소식지를 만들면서 선배들과 책도 읽고 토론도 많이 했고 <복음과 상황>이라는 잡지사에 드나들면서 어깨너머로 신학과 철학 이야기를 접하곤 했습니다. 같은 사무실에 있던 영화 모임인 ‘빛연구소’에서 영화이론을 공부했고 다큐멘터리 촬영과 편집에 참여했습니다. 2년 정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민중신학과 더불어 사회적인 시각을 갖게 된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디자인 분야에서는 ‘한국디자인연구회’에서 강현주, 오창섭, 박해천, 임근준, 이정혜를 비롯한 디자인텍스트 동인들, 최범, 채승진, 조현신, 이병종 등 디자인 연구자들과 만나서 토론했던 것이 제게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주로 갑론을박을 즐겁게 관망하는 입장이었지만 해박한 지식으로 각자의 논리를 펴는 것을 보면서 제가 미처 보지 못한 측면들을 깨닫게 되었고 어설픈 비평적 시각을 가다듬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 영향은 현재의 교육과 다른 디자인 작업에 영향을 주고 있나요? 디자인(교육)을 할 때 중요하게 생각하여 지키는 규칙 같은 것이 있으신가요

위에서 언급한 경험 덕분에 낭만적인 방관주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한걸음 물러나서 사회적 관계와 맥락을 파악하려는 태도, 드러나지 않은 배경을 추적하는 태도를 자연스레 갖게 되었고 그 덕분에 예전보다 훨씬 더 넓게 볼 수 있었습니다.

이와 더불어 섣불리 판단하는 것의 위험도 알게 되어서 수업에서도 편중된 시각을 강요하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불완전한 시각과 한계가 있음을 밝히고 또 다른 시각이 있음을 주지시키려고 합니다. 학생들이 편견을 갖게 되면 스스로 고민하고 주체적인 시각으로 발전시킬 기회를 놓칠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김상규 작품

Transplanting Aalto66 : 알바 알토의 유명한 의자 ‘Aalto66’은 영화 <카모메 식당>에서 식당의 품격을 더해주었다. 국내에서는 이 의자가 별로 인기가 없고 한국의 식당에서는 플라스틱 의자가 놓여있다. 60만원에 판매되는 이 의자는 결국 (신장을 기증하듯) 등판을 3천원 짜리 플라스틱 의자에 ‘이식’하여 마침내 사람들의 등과 닿을 수 있게 되었다. 2011년 작업

 

 

 

최근 작업

Mutation01 : 나오토 후카사와가 디자인한 CD 플레이어의 복제품을 만들어서 CD 꽂이로 변형시켰다. 음악을 듣지 않을 때는 복제품과 진품이 모두 CD 꽂이일 뿐이고 CD가 돌아갈 때만 그것이 진짜 CD 플레이어임을 입증할 수 있다. 2010년 작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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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의 전문은 <지콜론> 2월호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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