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FEATURE
Human+Nature / 쌈지농부

g: Special Feature

문화브랜드

Human+Nature

 

 

쌈지농부

 

정어리 날다 展

 

“신기한 게, 밭에 뭔가를 해놓고 나서 까먹었다가 다시 가 보면 그 이전과 이후가 100% 바뀌어 있어요. 그리고 심지어 뭔가를 먹을 수 있는 상황이 되어 있는 거죠. 그런 것들, 좀 기적적이죠.” 직접 경험하며 느낀 농사의 예술성에 대해 묻자 천재용 대표는 이와 같이 답한다. ‘농사는 예술이다’라는 모토 아래 운영되고 있는 회사, 쌈지농부. 번쩍이는 것들 사이에서 느린 걸음으로 반짝이고 있는 정신을 들여다 보았다.

 

에디터 박선주

자료제공 쌈지농부 www.farmingisart.com

 

 

쌈지농부는 ‘농사는 예술이다’라는 신념으로 농사의 창조성을 말하고 있는 사회적 기업이다. 예술과 농사라는 두 개의 주제를 가지고 농부들의 ‘작품’에 대한 디자인 컨설팅을 하고, 소외 된 것을 아름답게 재조명할 수 있는 문화과 콘텐츠를 기획하고 있다. 이 외에도 카테고리별로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을 전개해가고 있는데, 친환경 원리에 근거한 디자인 상품을 다루는 생태가게 ‘지렁이다’와 유기농 먹거리를 취급하는 가게 ‘농부로부터’, 윤리적인 신발과 가방을 지향하는 브랜드 ‘little farmers’, 그리고 생태문화공간이라는 조금은 생소한 개념의 ‘논밭예술학교’가 있다.

쌈지농부의 예술과 자연이 어떻게 만나는지를 보여주는 논밭예술학교는 파주 헤이리에 위치한 게스트하우스이자 교육의 공간이다. 예술, 자연, 평화, 생태를 모티프로 하여, 쌈지농부의 기획 하에 7인의 작가가 만들어낸 공간이다. 순서대로, 최정화, 박기원, 강운, 이미경, 이진경, 천재용, 천대광은 각자의 주제와 색깔을 가지고 ‘밭갤러리’와 ‘논갤러리’ 같은 갤러리공간, ‘하늘’, ‘소금’, ‘풀벌레소리’라는 이름을 가진 숙박을 위한 아트룸, 그리고 하늘을 들인 레스토랑 ‘키친참’과 건축 과정에서 버려지는 재료를 가지고 비의 줄무늬를 형상화한 ‘장마다방’을 디자인하였다. 공간의 독특함도 독특함이지만 더 중요한 개념은 교육이 이루어지는 공간이라는 점이다. 논밭예술학교의 정신은 그 외관부터 드러나는데, 건물을 건축하는 과정에서 가급적 산의 형태를 그대로 살리려고 했기 때문에 공간의 형태가 자연스럽게, ‘이상한 뒤죽박죽’의 미감으로 형성되었다고 한다.

“땅 위의 일꾼이 농부라면, 땅 속의 일꾼은 지렁이입니다.”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과 건강한 생각이 담긴 착한 상품을 판매하는 생태가게’라는 개념의 지렁이다는 친환경 디자인 상품들을 매개로 착한 생산과 소비를 이끌어내고 있다. 이곳은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과정’을 거쳐 버려진 것들이 다시 태어나고 있는 업사이클링의 장이기도 하다. 농부로부터와 리틀파머스(little farmers)에도, 취급하는 대상과 방식은 조금 다르지만 같은 정신이 흐르고 있다. 유기농업을 위해 힘써온 사단법인 흙살림과 함께하는 농부로부터는 친환경 유기농 식품 전문 매장이라 할 수 있다. 쌈지농부에서 직접 농사 지은 것들의 결과물들도 이곳에서 만나볼 수 있다. 지역 장인들의 수공예품이나 여주에서 판매되지 못한 그릇들을 특유의 감성으로 재해석한 상품 등을 판매하는 ‘다지구다’, 겉모양이 좀 못생겼다는 이유로 판매되지 못한 청과류를 매주 목요일에 판매하는 ‘생긴대로’, 도시인들이 베란다를 비롯한 작은 공간에서 농사를 경험할 수 있게 하는 제품군인 ‘도시농부’ 등의 섹션을 보면 단순한 유기농 식품 매장이 아니라는 걸 알 수 있다. 단순히 상품들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개념을 정리하고 스토리로 그것들을 묶어, 공간 자체가 문화가 있는 공간으로 느껴질 수 있도록 하고자 했다고 한다. 리틀파머스는 불필요한 장식을 배제한 자연 그대로의 디자인과 윤리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피혁 브랜드다. 재료를 면면이 살펴보면 순수 식물성 첨가제로 무두질한 가죽에 타이어를 재활용한 아웃솔은 기본이고, 심지어 코딱지만한 라벨에까지 3년 동안 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은 농지의 면화로 만들어진 오가닉 코튼을 사용하는 세심함을 느낄 수 있다. 마지막 창 작업에서의 최소 전력 사용을 제외하고는 모든 제작 공정이 손으로 이루어진다. 끝으로 리틀파머스는 수익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며 소외된 계층에게 일자리의 일부를 제공한다고 하니, 이곳의 제품들은 콘셉트에서 재료와 공정을 지나 마무리에 이르기까지 윤리적인 여정을 거치고 있는 셈이다.

 

 

Interview

천재용

쌈지농부 대표

 

 

쌈지농부는 어떻게 시작되었나

원래는 2008년에 론칭한, 모기업 쌈지에 속한 하나의 브랜드였다. 디자인 관련 일을 했었는데, 내부에서만 하기에는 개념과 규모가 크고 쌈지라는 회사가 하는 일보다 가치가 있다는 판단들이 있었다. 그 즈음 회사가 매각되는 과정에서 우리가 잘할 수 있는 몇 가지만 가지고 나오자는 생각에 쌈지농부와 딸기만 독립을 해서 나왔다.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회사로서의 정체성을 가지게 되었다. 처음 시작할 때와 지금은 좀 달라진 것 같다. 맨 처음의 동기는 소외된 것들에 대한 아름다움을 다시 찾아보자는 것이었고, 지금은 그 원칙은 그대로되, 그게 모든 것의 기본이 되는 농사와 관련이 있다고 강하게 생각하게 되었다. 실제로 나를 포함한 직원들이 직접 농사를 지어보기도 하고, 농사를 짓는 사람들과 직접 관계를 맺으며 농사와 디자인 사이의 접점을 찾기도 한다.

 

쌈지와 쌈지농부의 정신 사이에는 어떤 연결점이 있나

쌈지에 속해 있을 때는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예술의 힘을 믿고 디자인적으로 접근했었다. 지금은 농사가 세상을 ‘구한다고’ 생각하고 있으니, 이제는 변화보다 더 큰 개념이다. 농사를 짓지 않으면, 혹은 그 가치가 상실되면, ‘기초’가 없어지는 것이고 땅이 황폐해지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창조적이라며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한다. 농사라는 개념이 우리 안으로 들어오게 된 것인데, 사실 개념이 들어왔다고 해서 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아직 배울 게 많다. 그래서 생태교육도 받고 있고 농사도 짓고 있다. 농사라는 것이 무궁무진하게 어려운 영역인 것 같다. 땅 자체도 그렇고, 흙 자체도 그렇고, 똥 자체도 그렇다. 별 거 아니라고 하기에는 각각이 가진 스토리와 개념들이 너무나 많아서 그것만으로도 적용할 거리들이 많다. 많이 배우고 있는 중이다

 

위쪽에서 바라본 논밭예술학교의 외관으로, 텃밭에서 농사가 지어지고 있다. 산의 지형을 가급적 살리면서 지어진 건축물의 공간적 특징이 엿보인다.

 

어떻게 농사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나

농사라기보다는 순환과 생태 같은 주제에 대해 논의를 많이 했었다. 우리가 운영하던 식당들에서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를 어떻게 활용할지를 생각하면서, 일단은 퇴비로 사용해야겠다 싶었고, 그러고 나니 적절한 밭이 필요했고, 파주 근처에 그 밭들이 있었다. 우리가 전문가가 아니다 보니 전문가인 농부들과 함께 하게 되었고, 농사를 하다 보니 그 세계를 조금씩 알게 되었고, 신기했고, 또 먹어 보니 맛있었다. 사실 농사를 짓는다고 말하기에는 민망한 수준이고 체험한다는 표현이 맞겠다. 그럼에도 그걸 통해 농부들의 노고에 대해 더 절실하게 느끼게 되었고, 그 노력에 상응하는 대가를 받을 수 있도록 디자인 컨설팅 등 디자인적으로 접점들을 찾기 시작했다. 나도 많은 농부들을 만나 보지는 못했지만, 많은 경우 좋은 상품을 가지고 있음에도 농업진흥청이나 농협 같은 구조의 테두리 안에만 있기 때문에 디자인의 의미에 대해 잘 생각하지 않으신다. 하지만 가치 있는 것을 더 가치 있게 만드는 것이 디자인이다. 그런 생각으로 소통하고 있다.

 

경험상 이상적인 지점을 지향하는 브랜드의 경우, 그 구성원들의 신념이 뚜렷한 경우가 많았다

나 같은 경우에는 농사에 대한 관심이 없었다. 그들의 ‘창의’가 무엇인지는 알겠지만 나랑은 거리가 먼 일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쪽 일을 하다 보니 제도권 안에서의 일보다 오히려 트렌디하고 창조적이라고 생각되었다. 멋만 있는 게 있고 가치만 있는 게 있는데, 이건 두 가지가 다 있다. 이전에는 쌈지의 아트디렉터로서 광고나 홍보, 브랜드의 비주얼을 작업했었는데, 재미는 있었지만 회의가 드는 부분도 있었다. 사이클이 너무나 빠르고, 어딘지 한쪽을 쫓아간다는 기분이 들었다. 지금은 주도적으로 일하고 있고, 그 주도적으로 하는 일들이 뭔가 가치를 만들어내고 타인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여겨지니 보람을 느낀다. 우리 직원들도 일이 힘들고 복잡하고 급여도 적지만 그런 가치들에 동참해주고 있는 것 같다. 그 가치들을 공유하고 함께 바라보며 가고 있다.

 

---------------------------------------------------------------------------------------------

*기사의 전문은 <지콜론> 3월호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review

게시물이 없습니다

list write

Q & A

게시물이 없습니다

list wri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