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FEATURE
낭만의 디자인-북아트 디자이너 김문선

g: Special Feature

북아트 디자이너 김문선

에디터. 유인경

 

김문선 

북스튜디오 시옷 (www.siotbook.com)의 대표.

한국북아티스트협회 회장.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한 김문선은 끊임없는 관심과 애정을 바탕으로 책 만드는 작업을 시작했다. 의미 있고 아름다운 아티스트북 작업을 하며 더불어 활발한 북아트 전시 활동을 통해 북아트의 대중화에 힘쓰고 있다.

 

 

김문선이 생각하는 낭만의 작품

 

1. Susan Kapuscinski Gaylord의 <Spirit Book> 시리즈

Spirit Book 35: Earthly Radiance(위)

Spirit Book 13: Hope Offering(아래)

Photo by Dean Powell

 

 

2. 『Gutenberg Bible』 1페이지

1455년, 독일의 구텐베르크가 금속활자를 이용해 찍어낸 『42행 성서』. 목판, 도기동제를 사용하여 문지르는 기존의 방식에서 벗어나 금속활자를 이용한 구텐베르크의 압압식 인쇄 방식은 정교하고 손으로 쓴 것 같으면서 오랫동안 사용이 가능해 이전엔 쉽게 접할 수 없었던 성경을 대중에게 보급하는 큰 역할을 했다.

 

당신이 생각하는 낭만은 무엇인가

살랑, 봄바람이 부는 것. 마음에 봄날 햇볕이 들기 시작하는, 천천히 조금씩 빛나다 마침내 찬란해지는 것. 따뜻한 본질, 잃어버린 것, 가질 수 없는 것, 그래서 같지만 모두 다른 것. 유전자가 기억하는 것, 결국 끝없이 추구하는 것. ‘낭만’이란 결국 ‘인간의 기억’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자연이 아름답다는 것은 인간이 굳이 아름답다고 말하지 않아도 존재하지만, 낭만적인 자연이라는 것은 인간에 의해 존재하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북아트 분야에서 특별히 낭만, 아름다움이라는 키워드가 잘 어울린다고 생각하는 작품은 무엇인가

낭만적인 북아트, 아름다운 책이라고 하면 보편적으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구텐베르크의 『42행 성서』이다. 『42행 성서』는 아름다울 수밖에 없는 책이다. 활자와 잉크까지 직접 제작하고, 편집디자인, 제책 어느 한 부분의 소홀함도 없이 그야말로 정성껏 오랜 세월 제작된 책이기 때문이다. 2005년 전시 때문에 마인츠 구텐베르크 박물관을 방문했을 때 굉장한 ‘잠금문’ 안에 있던 『42행 성서』를 본 적이 있는데, 그 경이로움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또한 2008년 <꾸밈과 갖춤의 예술, 장황(粧潢)> 특별전을 보고 『42행 성서』를 봤을 때의 충격을 동일하게 받았는데, 『42행 성서』가 서양의 아름다운 책이라면, ‘장황’은 동양의 아름다운 책이었다.

북아트에서 다루는 책의 형식 범위는 매우 넓다. 장황은 동양에서의 책 형식의 변화에 따른 흐름과 다양한 책 형식을 보여준다. 한 권의 장황된 책, 장황을 만들기 위해서는 수십 명의 장인이 동원된다. 아름다움, 과정까지 이상적인 관점에서 보자면 『42행 성서』와 장황, 둘 다 낭만적인 책이다. 개인적으로 내가 생각하는 ‘낭만’의 관점으로 보자면 좀 더 소소하고 좀 더 느린, 좀 더 개인적인 북아트 작품을 찾아야 할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수잔 캐퍼신스키의 <영혼의 책> 시리즈를 언급하고 싶은데, 이 작품은 지극히 개인적인 관점에서 시작된 책이지만 완성된 책은 축적된 시간과 사라진 것,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사유와 통찰을 이끌어낸다. 수잔 캐퍼신스키는 <영혼의 책> 시리즈를 통해 일상을 벗어나 명상적인 경험을 전달하려 하였는데, 이것은 결국 따뜻한 본질 - 잃어버린 것, 가질 수 없는 것, 끊임없이 갈망하는 영혼의 휴식과 같은 개인의 낭만과도 연결된다고 생각한다. 그녀의 <영혼의 책>을 보고 있으면 시간이 멈추고 책이 품은 어떠한 시공간에 놓여 있는 듯한 착각을 느낀다

 

당신의 작품에도 그런 이상적인, 정신적인 면을 담은 것이 있나

내가 생각하는 ‘낭만’이란 ‘기억, 느린 시간, 사유, 갈망, 소소한 찬란함’ 등을 포함하고, 이상적인 책 작업은 보편적인 인식을 뛰어넘을 때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사실 이러한 낭만적인 작품들은 콘텐츠의 생산과 제작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그런 의미에서 3가지 정도의 작업을 언급하고 싶은데, <별 속에서>, <심해>, <이제, 나는 숲으로 간다>를 꼽고 싶다.

 

개인적으로 북아트는 그 자체로 더 없이 이상적인 디자인이고 예술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그러한 북아트에서 얘기될 수 있는 낭만이란 무엇일까

북아트에서의 아름다운, 낭만적인, 이상적인 책이란, 책이 보편타당한 인식에서 탈피된 형식을 아우를 수 있을 때, 심미적 상상을 불러일으키며, 머무르고 사유하게 만들 때, 개인의 마음에 따뜻한 감동을 줄 수 있을 때인 것 같다.

 

이달 ‘낭만’이라는 다소 형이상학적인 주제를 정하면서 삶에서 낭만이라고 얘기될 수 있는 것에는 무엇이 있을까를 생각했다. 실용적인 것은 아니지만 다시 생각하면 필수적이면서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것은 무엇인가 하는 질문이라고도 볼 수 있다. 당신의 삶에서의 낭만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그리고 그 낭만이 작업이나 일에서 어떻게 작용되는지 말해줄 수 있나

되새김질할 수 있는 추억거리. 돌아오지 않는 시공간에서 삶의 축이 맞아 함께하게 된, 알 수도 혹은 모를 수도 있는 이들과 함께 혹은 따로 기억해내고 되새김질하여 마음이 훈훈해지는 어떤 것. 인간은 혼자 살지만 함께 살아야 하고, 함께 살지만 혼자 살 수밖에 없는데, 그런 삶 속에서 겨울 끝에 살랑 부는 봄바람처럼 잠시 멈추고 순간을 느끼게 되는 건 아름다운 기억들이 존재하기 때문 아닐까. 결국 작업이나 일에서도 이런 숨어있던 기억들을 일깨워주기 위해 노력하게 되는 것 같다. 감성이 반짝 빛날 수 있도록.

 

당신에게 있어 북아트의 매력과 의미는 무엇인지 감히 묻고 싶다

북아트는 책을 ‘책’으로 보지 않을 때 그 의미가 있다. 책이 가진 본질에 대한 탐구를 통해 더 다양한 작업들이 진행될 수 있고 무한한 매력을 찾을 수 있다. 그럴 때 가장 인간적이면서도 가장 인위적이고, 가장 개인적이면서도 가장 대중적인, 가장 말초적이면서도 가장 감성적인, 무한한 가능성을 지닌 조형예술로서의 매력이 충분해진다.

 

 

1. <별 속에서>

두루마리, 3х1.5m, 종이, 시트지, 아크릴, 2009

<별 속에서>는 공동작품으로 제작하기 위해 기획한 작업인데, 이 기획전의 전체 콘셉트는 무한(無限) 개념을 바탕으로 책이 지닌 무한함을 무한한 자연과 결합시켜 무한한 생명력, 틀을 넘어선 책에 대한 표현이었다. <별 속에서>는 별을 활자로 정하고, 참여작가 7인이 자음 중에서 하나를 골라 ‘책의 탄생’에 대한 각자의 느낌과 이야기를 창조하여 두루마리 형식의 책에 담아 표현하였는데, 작품의 설치는 천장에 하나의 활자를 중심으로 두루마리 책이 무한한 반복을 이루는 듯한 느낌으로 표현하였다. <별 속에서>는 시작부터 꽤나 낭만적이었다. 각자의 기억을 더듬고 어딘가 숨어있던 심상들을 꺼내어 ‘책’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는 것이, 또 반짝이는 활자를 중심으로 소소한 글들의 우주가 펼쳐지는 것이 작가 스스로에게도 많은 여운을 남겼던 작품이다.

 

2. <심해>

팬북, 5х2.5m, 종이, 자개, 진주, 2009

무한한 책에 대해 생각하면서 묵직한, 축적된 존재감으로 다가오는 근원적인 책에 대한 느낌이 깊고 깊은 블랙홀 같은 심해와 연결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색을 품은 팬북들이 축적되어 하나의 커다란 심해를 이루는 모습, 책을 보고 있지만 바다를 보고 있고 책에 대해 근본적인 생각을 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무겁고 조용한 생명력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들었다.

 

 

----------------------------------------------------------------------------

완전한 기사는 <지콜론> 4월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review

게시물이 없습니다

list write

Q & A

게시물이 없습니다

list wri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