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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나, 김미나의 반려식물_남겨진 풍경

 

 

 

>>꽃길 케이크

우리가 길을 망설인 적이 있었던가. 몇 번의 대화가 오가고 나면 으레 ‘어떤 숲을 걸을까’ 하는 제안으로 이어지곤 했지. 흙길은 언제나 너그러우니 우리에게도 넘치는 사랑을 주는 것 같다. 발을 부딪치며 흙먼지가 날리는 길을 따라가면 벚꽃은 환하고 잎은 더 생경하니 길의 운치가 제법 나겠다. 너는 벚꽃이 지기에 아쉬운, 봄 끝이란 계절에 태어났지만 나무가 옷을 입는 순간을 누구보다 더 잘 기억하고 있는 사람이지. 그날은 숲을 온통 축하하는 길로 만들자. 가장 마음에 드는 나무를 마음으로 얻어 갈 수 있는 그 숲에 피어 있는 온갖 꽃과 나무들이 다 너를 위한 것이라 생각해 봐. 그 어떤 생일 꽃다발보다 아름답고 풍성한 축하 꽃나무를 선물 받을 수 있을 거야.

나는 시골빵 하나 준비하고 꽃이 가득한 봄산을 걸으며 숲에서 얻은 이팝나무, 산벚꽃, 야생화와 낙엽들로 케이크를 만들 생각이야. 나무와 꽃이 봄산에 가득한데 그 어느 곳에서 이보다 더 멋진 케이크를 만들 수 있겠어. 꽃과 녹음이 어우러진 길을 걸으며 인생을 축하한다는 일은 얼마나 근사한 일인지. 길에서 변함없이 삶이 흘러가는 것을 함께 기뻐할 수 있으니, 이 봄 아까울 것이 없다. 봄꽃 얻어 나눌 길을 따라 걸으며 너의 인생을 닮은 케이크에 환한 빛 붙여 보자.

 

 

 

>>글/사진 김수나 + 김미나

김수나는 대학에서 사진을 공부했다. 삶을 글로 기록해 가는 일을 좋아하고 사람의 삶을 살리는 일에 관심이 많다. 최근 여행 에세이집『수요일은 숲요일』을 출간했다. 현재 ‘밀레의 작업실(millet.1px.kr)’에서 자연을 닮은 시선으로 천천히 만들어지는 것들을 소개하고 있다. 김미나는 시각디자인을 전공하고 여러 단체들과 협업하며 제품 개발, 디자인 워크숍,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디자인 작업을 꾸준히 해 왔다. 2012년부터 ‘밀레의 작업실’을 열고 숲에서 디자인을 발견하는 워크숍이나 공예가들을 돕는 디자인, 자연에서 영감을 받은 수공예 제품 등을 개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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