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에이터의 즐겨찾기 2_토머스 트웨이츠

크리에이터의 즐겨찾기 2

: 23인 창작가의 공간과 시선


_토머스 트웨이츠

 

 

페니실린식 발견

 

매우 복잡한 길을 돌고 돌아 디자이너라는 지금의 자리까지 왔다. 고등학교 때까지는 과학에 빠져 있었고, 졸업 후에도 에든버러 대학에서 컴퓨터과학 및 인공 지능을 전공했다. 그러나 1년 만에 학교를 그만뒀다! 에든버러 대학에서 느낀 점은 코딩 그중에서도 일부 인공 지능 언어에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다중 내포 회귀multiple nested recursion 같은 작업이 매우 골치 아픈 일이며, 그것이 나의 평소 사고방식이나 주변인들과의 소통 과정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해도 뜨지 않은 시간에 스코틀랜드 시내를 가로질러) 학교에 가 하루 종일 모니터를 들여다보며 코드를 작성하다 집으로 돌아오는 (해는 이미 져 있다!) 생활을 반복하다 보면 누구라도 성격이 바뀔 것이다.

마셜 매클루언Herbert Marshall McLuhan의 말을 인용하자면 우리는 도구가 우리를 정의한 뒤에야 도구를 만들 수 있다”. 내가 이용하는 도구에 의해 나의 많은 부분이 바뀌는 것을 느끼며 이 말에 절실히 공감할 수 있었다. 소위 괴짜geek’라고 불리는 이들은 어떻게 비논리적인(사회적인?) 상황 속에서도 문제들에 그리 논리적으로 접근하는지 항상 궁금했는데, 나 스스로가 짧은 기간이나마 그런 사람이 되면서 이제는 그 괴짜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에든버러에서 1년을 보내고 스스로에게 물어봤다. “이대로 계속 나아갈 수 있겠어?” 대답은 였다. 결국 인문 과학으로 전공을 바꿔 런던대학교에 입학했다. 생명과학 분야의 자유로운 분위기는 지금껏 내가 경험해온 환경들과는 매우 다른 것이었다. 미시 경제학에서 사회심리학, 사회지리학, 신경과학 그리고 기초적인 생화학까지 다양한 학문들을 익히며 나름의 방식으로 사회와 인간행동을 연구할 수 있었다. 원래는 생화학 박사 과정으로 공부를 계속할 생각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한 X선 결정학 연구소에서 인턴십을 하게 되면서 거의 모든 일과를 스포이트를 찍으며 보내던 어느 순간, ‘난 과학자가 되기엔 디테일을 포착하는 집중력이 없구나라는 사실을 깨닫고 결국 그만두었다.

알렉산더 플레밍Alexander Fleming은 더러운 페트리 접시에서 박테리아가 자라지 못하는 것을 포착해 페니실린을 발견했다. 아마 나였다면 아무것도 알아채지 못하고 접시를 물에 씻었을 것이다!

그렇게 다른 일을 하며 몇 해를 보내다 영국 왕립 예술 아카데미에 흥미로운 교육 과정이 개설된 것을 알게 됐다. 나는 우리의 도구가 우리를 변화시킨다는 아이디어를 더욱 깊이 있게 탐구할 수 있을 것이란 직감이 바로 들었다!

대부분의 공부는 과학 분야에서 해왔고 디자인을 발견한 것은 스물여섯에 시작한 왕립 예술 아카데미 디자인 인터렉션Design Interactions 석사 과정이 처음이었다. 그래서 작업은 순수하게 미술적이기보단 미술과 과학을 결합한 경우가 많다.

디자이너 듀오 던과 라비Dunne & Raby가 설립한 디자인 인터렉션 과정은 당시로썬 왕립 아카데미에만 유일하게 개설된 교과 과정이었다. 과정의 목표는 최첨단 테크놀로지, 특히 바이오테크놀로지에 관한 연구와 담론 형성에 디자인을 활용하는 것이었다. 과학의 빠른 발걸음이 야기하는 현대 사회의 문제를 디자인의 언어(우리 모두가 매우 익숙한 그것)를 통해 표현할 방법을 연구했고, 이는 디자인 상품을 생산하는 것과는 또 다른 어려운 과정이었다.

누구나 성장하며 한 번쯤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볼 것이다. “무엇을 하며 살아갈 것인가?” 이런 질문에 답을 내리길 어려워하는 이들에게 디자인 인터렉션 과정은 특히 의미 있는 경험이 될 것이다. 나 역시 그런 사람 중 하나였고, 그랬기에 과정 속에서 지적 탐험을 즐겼다.

아카데미에서는 단순히 관심을 가지는 것에 대해 연구하는데 그치지 않고 이것을 하나의 프로젝트로 발전시키는 방법을 배웠다.

현재 작업 역시 이러한 배움의 연장선에 놓여있다. 어떤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난 그것을 새로운 프로젝트로 확장하고, 여기에 필요한 비용을 모금한다.

영국에는 대중의 과학적 담론을 장려하기 위해 구성된 프로젝트를 후원하는 몇몇 기관들이 있다. 이 나라는 과학적 지식이 사회에 어떤 중요성을 지니는지를 이해하고 인정하는 긍정적인 분위기가 형성된 곳이다. 나처럼 모호하게나마 과학에 발을 걸치고 있는 작업을 진행하는 이들에겐 최고의 환경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삶의 방식(수익 구조랄까?)이 언제까지 지속 가능한 것일지는 확실하지 않다. 조만간 진짜 직업(테크놀로지 연구소 같은)’을 구할 생각이다.

세상의 모든 것이 영감의 원천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수년 전 친구들과 나눈 농담 속에, 아니면 노트 한 귀퉁이에 끄적인 메모에 세상을 바꿀 위대한 아이디어가 잠들어있을 수 있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때가 되어 좋은 협력자 혹은 후원자를 만난다면 멋지게 빛을 발할 수 있는 보물들이 될 것이다.

물론 나의 경우는 조금 절차가 다르다. 대부분의 작업은 공모전이나 각종 위원회에서 먼저 연락이 오는데, 그들의 구상을 간략히 전달받으면 주제에 관한 연구를 거친 뒤 함께 할 팀원을 모아 아이디어 구축 작업에 들어간다. 아이디어의 구축이란 모든 것이 명확한 정형적인 작업이라기보단, 그것이 다양한 방향으로 흘러갈 여지를 줌으로써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켜가는 과정이다.

개인적으로 디자인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흥미를 끄는 많은 아이디어 혹은 프로젝트 주제 가운데 실제적인 결과물로 이어질 수 있을 요소를 골라내는 것이다. 사실 이것이 디자인의 가장 기본이다.

작업은 정말 다양한 곳에서 진행한다. 기본적으로 작업장에서는 목제나 섬유 유리, 레진, 금속 등을 이용하는 작업을 진행하고(다룰 수 있는 모든 재료는 다 활용한다), 이메일 연락이나(정말 수많은 이메일을 보내고 받는다!) 온라인 연구 등은 친구들과 공용으로 이용하는 이스트 런던의 스튜디오에서 처리한다. 그 밖에 카페나 식당 등 노트북을 이용할 수 있는 장소라면 어디라도 업무공간이 된다. 지금도 아름다운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Riyadh의 한 카페에서 이 글을 쓰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에는 토스터 프로젝트Toaster Project와 관련한 콘퍼런스에 참석하기 위해 왔고, 오늘 야간 비행기로 귀국할 예정이다.

(돈은 많이 벌진 못하지만) 내 작업에 관심을 가지는 곳에 초대받아 이야기할 수 있는 경험은 언제나 즐겁다. 언젠간 한국에도 꼭 갈 것이다! 그 누가 오랜 기간 상상 이상으로 괴상한 토스터를 만들어 온 경력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연설할 기회로까지 이어지게 될 것이라 생각이나 했겠는가? 명확한 결과물혹은 이득이 없더라도 관심이 있는 일을 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내 북마크가 흥미로울지 걱정은 되지만 내가 특정 순간 방문하는 습관적인 사이트를 소개하고자 한다. 작업에 대한 영감을 웹사이트에서 찾지는 않는 편이지만, 프로젝트 시작에 있어 웹사이트는 프로젝트 리서치에 많은 도움이 된다.

나는 웹사이트에 관해 두 가지 생각을 갖고 있다. 하나는 시간 낭비이고, 다른 하나는 생각의 씨앗이라는 극단적인 두 관점이다.

 

 

 

 

글의 전문은 『크리에이터의 즐겨찾기 2 : 23인 창작가의 공간과 시선』에서 읽으실 수 있습니다.

 

 

Thomas Thwaites

프리랜스 디자이너. 주로 기술, 과학, 경제가 트렌드, 문학, 신념과 어떻게 상호작용하여 현대와 미래사회를 형성하는지 탐구하는 작품에 주력하고 있다. 런던대학교 학부 시절에 공부한 경제학과 생물학은 지금의 디자인 작업에 밑천이 되었다. 주요 작업으로는 The Toaster Project(2010), Policing Genes(2011), Unlikely Objects(2012), Nebo(2013) 등이 있으며, 그의 작품은 비평가들의 찬사 속에서 전 세계 갤러리, 축제, 중국국립박물관과 런던과학박물관 등에서 전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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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ww.thomasthwait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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