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여행_스쳐 지나간 사람

사람 여행
사람이란 이정표를 따라 남미로 떠나다



글. 김새움
사진. 이구름



스쳐 지나간 사람





“오후엔 커피를 마시고 텔레비전에서 대통령 연설을 보다가 깜빡 잠이 들곤 했어. 난 정말 잠깐 잔 것 같았는데

잠에서 깨어나면 시간은 이미 저만치 흘러가 있더라고. 이쪽에 있던 내 그림자가 저쪽으로 움직여 있었거든.

몇 년간을 매일 그렇게 보냈지. 그런데 손주들이 학교에 입학한 후부터 내 생활이 완전히 바뀌었어.

오늘처럼 학교가 끝날 시간에 맞춰 아이들을 데리러 나오게 됐지. 어때, 이 정도면 노인의 오후도 꽤 쓸만하지?”


두 아이의 할아버지, 볼리비아





“나는 늦은 밤부터 새벽까지 이 호스텔을 지키고 있어. 사실 그 시간엔 손님이 별로 없어서 할 일이 많진 않아.

하지만 새벽에 혼자 있으면 주변이 너무 고요해서 마치 빈집에 갇힌 것 같은 기분이 들 때가 있어.

그런 날은 방에 있는 사람들의 코 고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다니까. 그럴 때 나는 소리를 내지 않으면서 기타를 치곤 해.

아무도 듣지 못하지만 노래를 부르지. 이렇게 말이야.”


게스트하우스 직원, 볼리비아





“이 봐. 꼬맹이들. 집에 가서 새똥 맞았다고 울상 짓지 말고 어서 저쪽으로 멀리 떨어져!”


페인트공, 볼리비아





“너희는 어디에서 왔길래 내가 만든 음식을 그리도 맛있게 먹는 거니? 저녁때 또 오렴.

데 그게 병아리 고기인 줄은 알고 있는 거지?”


타라부코 일요시장의 노점상 아주머니, 볼리비아





“어떤 꽃을 드릴까요? 세상에 예쁘지 않은 꽃이란 없지요. 꽃들에겐 지금이 그러한 시절이거든요.

아, 그리고 집에 가자마자 꽃을 물에 꼭 담가 놓으셔야 해요. 안 그러면 금방 시들어버리거든요. 그건 정말 한순간이에요.”


꽃을 파는 할머니, 볼리비아





“우리는 53년 동안 사랑했소.”


노부부, 아르헨티나





“저는 6살이에요. 이제 더 이상 아기가 아니지만, 지금은 그냥 안아주세요.”


산티아고에서 온 여자아이, 아르헨티나





“몇십 년 전 우리는 이 문 앞에서 두 손을 가슴 앞에 모으고, 고개를 숙인 채 눈을 감았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맹세했어요. ‘우리는 언제까지나 서로를 사랑할 것입니다’라고. 그날엔 소란스럽던 비둘기도

주변에 모여들지 않았고, 바람이 불어도 나무가 흔들리지 않았어요. 진실 앞에선 모든 것이 고요해지더군요.”


중년부부, 페루





“잉카인은 화려한 장신구를 사랑했어요. 그리고 그런 잉카인을 사랑한 프랑스 여자는 그들에게서 영감을 받아

액세서리를 만들었어요. 바로 그녀가 제 친구이자 이 가게 주인이에요. 그 친구는 프랑스로 돌아가지 않았어요.

어느 페루남자와 사랑에 빠져 이곳에 살고 있죠.”


액세서리 디자이너, 페루





“믿기지 않겠지만 공기도 꽤 무거워.”


풍선을 파는 아저씨, 칠레





“제가 만든 물건은 잘 팔리지 않을 거예요. 집에 갈 땐 이곳에 올 때와 마찬가지로 가방이 무겁겠죠.

하지만 괜찮아요. 내 작업은 남을 위한 것이 아니니까요. 만들면서 즐거웠다면 그걸로 된 거 아닌가요?”


액세서리 디자이너, 칠레



- 글 전문은 『사람 여행: 사람이란 이정표를 따라 남미로 떠나다』에서 읽으실 수 있습니다.




저자 소개


글. 김새움
대학에서 스페인어를 공부했다. 잠깐 동안 회사생활을 한 뒤, 오랫동안 꿈꾸던 남미를 여행했다.
질문하는 것과 관찰하는 것을 좋아하며 이야기에 관심이 많다. 칠레에서 만난 지금의 남자친구와 곧 결혼을 앞두고 있다.


사진. 이구름

일본에서 디자인을 공부했다. 회사에서 3년간 그래픽디자이너로 일하다가 여행을 떠나기 위해 직장을 그만두었다.

쓸데없는 일을 하는 사람이 되기로 마음먹었으나 일에 치여 쓸데없는 생각조차 못 하게 되었다.

현재는 번역, 그래픽디자인, 컨설팅 일을 하면서 프리랜서로 바쁘게 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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