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떼가 가장 맛있다_행복의 순간을 공유하다 2

라떼가 가장 맛있다
시시콜콜하지만 매일 즐거운 드로잉 에세이



글. 그림. 김세영
정리. 이가람





행복의 순간을 공유하다 2


매주 행복 리스트를 그리기 시작한 지 어느덧 일 년이 되었다. 하나둘 쌓이는 노트를 또 기록해두고 싶어
SNS 계정에 틈틈이 그림을 올리기 시작했다. 이 일로 점점 내 그림을 좋아하고 기다려주는 사람들이
나타나기도 했다. 실시간으로 반응을 확인할 수 있어 설레고 재밌다.
그림을 올리면서 ‘행복한 일이 많아 보여서 부럽다’, ‘나도 행복한 일을 기록해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가장 많이 들었다. 행복을 찾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다. 누구나 자기만의 행복을 찾을 수 있고,
또 자기만의 방식으로 기록할 수 있다. 사람은 쉽게 무언가를 잊고 잃는다. 한때는 정말 아꼈던 것들도
시간이 지나면 금세 시들해진다. 행복한 일들도 마찬가지다. 일부러 기억해두지 않으면
대부분 그날의 즐거움으로 끝나고 말 것이다.




‘행복 리스트’를 그릴 땐 많은 시간을 할애하지 않는다. 끄적이는 일기의 맛이라고 할까?
일부러 잘 그리려고 하다 보면 그 당시 느꼈던 내 기분보다 오직 그림 그리는 일에만 신경 쓰게 되기 때문에
금방 지치고 꾸준히 그리기도 어렵다. 그래서 따로 스케치도 하지 않는다. 스케치를 미리 해둘 만큼
복잡한 그림도 아닐 뿐더러 손이 가는 대로 그리고 싶었기 때문이다.


노트에 그림을 그리는 과정은 이렇다. 빈 노트를 펼치고 천천히 한 주를 되새겨본다.
그날그날 행복을 느꼈던 것들을 메모한다. 이번 주에 좋았던 것이 다음 주엔 시들할 수도 있지만
아무렴 어떤가 싶다. 곧장 마카나 색연필로 그림을 그린다. 마카와 색연필은 물감보다 쉽게 그릴 수 있고
어디서든 쓸 수 있어서 애용하고 있다. 도구를 하나씩만 쓸 때도 있지만 두 가지 모두 사용할 때는
마카로 큰 면을 칠해두고 그 위에 색연필로 디테일을 조금씩 그려나간다.
오브제가 자세히 기억나지 않는 것은 휴대폰 카메라 롤을 열어 찍어둔 사진을 확인한다. 사진이
없는 것은 내 머릿속에 간직한 모습대로 그린다. 오브제와 간단한 캡션만으로도 충분히
나의 행복 일기가 완성되지만 특별했던 기억은 사람이나 하나의 큰 풍경으로 시간을 더 들여서 그린다.


지난 주에도, 지지난 주에도 행복한 일은 있었는데 기억이 가물가물할 때가 종종 있다.
그래서 행복을 느끼면 담아둘 필요가 있다. 그림이든 사진이든 글이든 다 좋다. 나에게 편한 것으로
작은 행복들을 하나하나 써내려 가는 것이다. 그렇게 쌓인 기록을 넘겨보며 미소 지을 날을 기다려본다.
내 행복만 가득한 노트를 보며 웃을 수 있는 것만큼 큰 기쁨이 또 어디 있을까?



- 위 글은 책 『라떼가 가장 맛있다』에서 발췌하였습니다.




저자 소개


김세영
디자인을 공부하고 있다. 좋아하는 것들을 기록으로 남겨두고 싶어 꾸준히 쓰고 그린다.
제주에서의 짧은 생활기를 담은 책 『TO. JEJU from. 22』를 독립출판물로 펴냈다.
고양이와 함께 사는 삶을 꿈꾸지만 아직 멀게 느껴지고 호기롭게 시작한 피아노 연습은 어쩐지
매일 조금씩 밀려 있다. 마음 내킬 때 언제라도 긴 여행을 떠나기 위해 틈틈이 여러 가지 일을 하고 기획한다.


블로그 moinuzstudio.com
인스타그램 @dearyours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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