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향집_둥근 그릇에 구워내는 뜨거운 열정, 이혜미 + 오유글라스워크

취향집
늘 곁에 두고 싶은 나의 브랜드



글, 사진. 룬아
정리. 이가람



Brand. 둥근 그릇에 구워내는 뜨거운 열정, 이혜미 + 오유글라스워크


비정형의 둥근 식기를 만드는 도예 작가 이혜미와 유리 브랜드 오유글라스워크.
이혜미 작가는 골드 림과 은도자기 그릇이, 오유글라스워크는 시즌마다 출시되는 다양한 색감의 그릇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두 브랜드의 미감은 서로 닮았으며 예술성과 상업성의 경계에서 탁월한
균형 감각으로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작가 이혜미 + 오유글라스워크 대표 유혜연




ⓒ 오유글라스워크


ⓒ 이혜미



누구의 집에서도 볼 수 없던 것인데, 그렇다고 그릇 하나만 튀는 느낌도 아니었다. 흔하지 않지만
질리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이 균형을 교묘하게 잘 맞춘다는 것은 엄청난 건데. 당장 한두 점 들여서
무색무취의 하얀 그릇들과 섞어도 괜찮을 듯했다. 자세히 살펴보니 브랜드가 하나도 아니고 두 개다.
유리와 도자. 둘인데 마치 하나같다. 이 두 브랜드가 성수동의 문화 공간 오르에르 아카이브에서
합동 전시를 했다. 나는 결국 그곳에서 하나의 욕망을 또 키워 버렸다.



모든 작업을 혼자서 하나요?
이혜미) 거의 그렇습니다. 도자는 힘이 들어가는 밑 작업이 있는데 아버지가 가끔 취미 삼아 도와주러 오세요.
어느 날 제가 작업하는 걸 보고는 놀라시더라고요. 이걸 지금까지 혼자 했냐고, 이렇게 힘든 일인지 몰랐다고요.
유혜연) 저는 후배가 직원으로 있는데 밀양에서 거의 감금 수준으로 일하고 있어요.
저도 서울과 밀양을 오가며 생활하고요. 밀양에 아버지의 공장과 작업실이 같이 있거든요.


학교에서 배우는 것과 실제 작업이 다르겠어요.
이혜미) 학교에서는 그릇 수업을 많이 하지 않았어요. 주로 조형 작업을 했습니다. 학교 커리큘럼은
작가를 키우기 위한 과정이 대부분인 것 같아요. 그릇에 대한 관심은 학교를 떠나고 나서 생겼다고 해도 무방해요.
유혜연) 저도 그래요. 그런데 막상 학교를 떠나 생산에 치이다 보니 내 작업을 더 보여주고 싶다는
욕구가 생기더라고요. 판유리 한 장으로 만드는 접시는 제가 시작했다고 할 수 있는데 이 일을 쉽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고 비슷한 제품을 만들기도 하니 회의감이 들었어요. 저에게 저 동그라미는 그냥 동그라미가 아니에요.
하나의 동그라미가 나오기까지 얼마나 많은 동그라미를 잘랐는데요. 15년 동안 공부하고 연구하면서,
힘을 빼는 게 제일 힘들었어요. 그 시간을 거쳐서 나온 것과 1년 배워서 만든 것에는 차이가 있는데
소비자의 눈에는 쉽게 보이지 않죠. 그래서 더욱 작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타협할 수 없는 지점이 있다면요?
유혜연) 미감입니다. 일단 예뻐야죠.
이혜미) 맞아요. 그래야 더 즐겁게 작업할 수 있어요.
유혜연) 생산성을 늘리고 싶다고 하면서도 공정이 자꾸 추가돼요. 처음보다 공정이 몇 단계나
늘었는지 모르겠어요. 결과가 더 좋거든요. 더 예쁘다는 얘기예요. 제조 과정을 축약하기 위해
테스트해 본 건데 마감이 미세하게나마 달라지니 포기할 수 없어요. 아무도 모를 정도일 때도 있지만
이미 저는 알아 버렸잖아요. 적당히 하라는 사람들도 있는데 가격을 올렸으면 올렸지 퀄리티는 타협이 안 돼요.
이혜미) 아는 걸 어떻게 모른 척해요. 도자도 흙이나 유약에 따라 색감에 미세한 차이가 있어요.
따뜻한 느낌이 좋아서 사용하는 유약이 있는데, 예민한 제품이라 불량률이 높은 편이에요. 그래도 어떡해요. 써야지.


이러니저러니 해도 아름다움이 중요하네요. 대중과 코드가 통한 것 같아요.
실용적으로 사용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장식으로 두는 사람들도 많을 텐데요.
유혜연) 쓰임도 중요하지만 결국 예뻐서, 그러니까 본인 취향에 맞아서 구매하는 손님들이 많을 거예요.



ⓒ 이혜미



모든 제품이 그렇지만 그릇에도 선택지가 어마어마하게 많잖아요. 이딸라, 비전, 아라비아 같은
유명 브랜드도 많고요. 그런데 오유글라스워크나 이혜미의 작품을 좋아하는 이들은 어떤 사람들일까요?

유혜연) 제 작품을 찾는 분들은 정말 다양해요. 개인 컬렉터뿐 아니라 카페나 레스토랑에서 대량 구매하기도 하고,
아직 취향을 탐색하는 것처럼 보이는 손님들이 작은 제품을 하나씩 사 가는 경우도 많아요.
해외에서는 특히 일본 손님들이 많이 찾아오고요. 이렇게 다양한 소비 군이 있다는 것에는 인스타그램의 영향력이
크게 작용한다고 봐요. 매우 감사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SNS 팔로워가 많은 것을 무조건 긍정적으로
볼 수는 없어요. 대상이 정제되지 않는다고 해야 할까요. 기준의 폭이 넓어지게 되죠.
이혜미) 제 그릇을 찾는 손님들은 이미 식기에 대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많아요. 취향도 일치하고
지출에 대한 부담도 적고요. ‘시간을 담는다’는 모토로 작업하는데 그 마음이 전달되는 거 같아요.
판매를 위해서 열 올린다고 생각하지 않거든요. 저희가 판매가 목적이었다면 이렇게 운영하진 않았을 거예요.



“모든 색깔을 다 작업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으니 시즌마다 4~5가지를 고르는데 고민이 많아요.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 그릇의 느낌이 천차만별이니까요. 사실 이 작업의 재미는 그거예요.
사람의 취향은 각기 다르고, 너무 다양하고, 그래서 재미있어요.”



- 위 글은 『취향집』에서 발췌하였습니다. 글 전문과 인터뷰는 책에서 읽으실 수 있습니다.




ⓒ 오유글라스워크


ⓒ 이혜미



저자 소개


룬아
사람 만나는 일을 즐기고 글과 사진을 좋아해서 인터뷰를 업으로 삼았다.
문화와 예술을 이끌어 가는 이들을 인터뷰하고 기록한 웹진 〈더콤마에이〉를 운영하고 있다.
개인의 취향을 세심히 담은 매거진을 기획 중이다. 쓴 책으로 『사적인 시차』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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