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생활 도구_ 모카 포트


월간 생활 도구
좋은 물건을 위한 사려 깊은 안내서


글. 김자영, 이진주
정리. 김아영





January 맛의 기쁨: 모카 포트 La Cupola







시대정신이 바뀌는 경계에 서서 변화의 시작을 이끌었던 이들은 늘 매혹적이다. 그들의 과감한 이상, 단호한 믿음과 주저 없는 용기가 나를 흔들어 깨운다.
밀라노 출신의 건축가인 알도 로시Aldo Rossi도 그러하다. 1960년대는 합리주의의 엄격한 논리와 모더니즘의 기능주의가 이탈리아 건축을 주도하던 시기였다.

1920년대부터 전개되어온 이탈리아 합리주의 건축은 건축가 개인의 창의성보다 장식을 배제한 단순한 형태와 규율을 강조했다.

하지만 알도 로시는 기능적인 면만을 강조한 일반적인 합리주의와 기능주의가 결과적으로 삭막하고 획일적인 이탈리아의 도시 풍경을 야기했다고 비판한다.

대신 알도 로시는 도시 원형에 내재하는 역사적 의미와 그것이 특정 지역에서 지니는 고유한 상징성에 주목한다.












알도 로시가 이탈리아 브랜드인 알레시Alessi를 위해 디자인한 라 쿠폴라La Cupola 모카 포트의 간결한 형태에서도 그의 철학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부드러운 포물선을 그리는 뚜껑은 이탈리아 어느 도시 성당의 돔을 연상시키고 그 정점에 올려져 있는 검은 구는 나지막한 종소리를 낼 것만 같다.

커피를 끓이기 위해 모카 포트를 열고 분해할 때마다 아무도 없는 성당 내부를 슬쩍 훔쳐보는 기분이 드는가 하면 힘겹게 오른 피렌체 두오모의

좁은 계단 끝에서 느낀 해방감이 불쑥 떠오르기도 한다. 알도 로시는 이탈리아 노바라의 산 가우덴치오 성당에서 영감을 받아 라 쿠폴라를 디자인했지만

경험과 추억에 따라 자연스레 각자의 기억을 떠올리면 그만일 것이다.



모카 포트는 재질의 열전도율에 따라 커피의 맛과 향이 다르게 추출되는데,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진 라 쿠폴라는 스테인리스 스틸보다 열전도가 빨라

커피 맛이 한결 좋다. 불길이 닿는 곳마다 그을리며 조금씩 광택을 잃어가지만, 그만큼 사용하는 이의 손길이 진하게 배어 나오는 것도 알루미늄의 고유한 물성이다.

그을음과 함께 테이블 위에 놓인 작은 성당에 나만의 기억이 더해진다.









저자 소개
김자영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대학에서 건축을 공부하고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다. 어느 겨울, 스위스에 사는 이진주와 생활 도구를 소개하는 상점 카탈로그를 시작했다.

이진주
서울과 상해에서 자랐다. 건축과 입학 첫 날 설계실에서 김자영을 만났다. 대학 졸업 후 미국, 일본, 스위스에서 공부하고 일했다.

지금은 바젤에 살며 상점 카탈로그와 건축 설계 사무소 Kohnle Lee Architekten를 운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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