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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의 곱지 않은 시선_통제와 관리의 표상 (해외배송 가능상품)품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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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의 곱지 않은 시선_통제와 관리의 표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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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제와 관리의 표상

 

 

이른바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무형의 개념을 이루는 요소는 여럿이다. 그중에서 이미지 요소를 간추려 보자. 차고와 수영장이 딸린 세모난 지붕의 이층집, 활짝 웃는 얼굴로 빵을 굽는 요염한 엄마, 단정한 양복을 입고 일터에서 돌아와 “Honey, I’m home(여보, 나 왔소)”을 외치는 치아가 새하얀 아빠, 개와 뛰노는 남매, 아르누보 스타일로 장식된 우편함, 자동차 2대. 이 모든 것들은 흠집 없이 새파란 앞마당 잔디 위에 얹혀져 있다.

이러한 인공적이고 초현실적인 그림은 바다 건너 대한민국에 사는 우리에게조차 너무도 익숙한 장면이다. 심지어 이런 멋들어진 집에서 미국인처럼 폼 나게 살고 싶은 기분에 이른바 ‘전원주택’에 입성했다가 교통비, 난방비, 정원 관리비, 무료함을 이기지 못하고 다시 아파트로 돌아오는 이들도 적지 않다. 유지 비용은 둘째치고 매일같이 깜깜한 밤에 퇴근을 하면서 ‘전원’의 푸르름을 감상하며 살겠다는 건 초등학생이 짠 생활 시간표만큼이나 무리한 계획이다. 주말마다 동네 사람들이 누구네 집에 모여 와인을 홀짝이며 다섯 시간 동안 수다를 떠는 미국식 미풍양속이 정착되지 않는 이상, 전원주택의 느긋함은 대책 없는 따분함으로 변질될 가능성이 크다.

일요일마다 정원의 잔디를 깎지 않는다면 제대로 된 미국 생활이라 할 수 없다. 그건 마치 수영장에 가서 수영을 하지 않는 것과 같다. 미국에서 단독주택에 사는 이들에게 잔디 깎기는 법으로 정해진 의무다. 주마다 마당의 잔디 관리를 소홀히 하면 벌금을 물리는 규례가 엄연히 존재한다. 나는 벌금이 무서워서 울며 겨자 먹기로 잔디를 깎긴 했지만, 사실 속으로는 내 집 마당에서 식물이 맘껏 자라게 놔뒀으면 했다. 여름철 온갖 종류의 풀이 허리 높이까지 올라오는 광경은 상상만 해도 멋지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벌금을 물면 그 억울함은 어디에 하소연하겠는가. 그렇게 단속을 면하기 위해 나는 구슬땀을 흘리며 3년 동안 잔디를 깎았다.

이웃 사람들은 달랐다. 그들은 마치 정원 관리가 직업인 사람들처럼 보였다. 처음에는 이 사람들이 할 일이 없어서 그러나 보다 싶었다. (물론, 꽃을 심고 울타리를 박는 일을 진심으로 즐기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미국인 모두가 정원사의 기질을 타고난 건 아니다. 그들에게 정원의 잔디를 가꾸는 일은 단순한 취미를 넘어서는 어떤 상징적인 활동에 속한다. 잔디가 새파랗고 짧을수록 여유 있고 부지런한 중산층의 미덕을 실천하는 가족으로 인정받는다. ‘앞치마를 두른 엄마와 넥타이를 맨 아빠가 인자한 표정을 짓고 마당에서 개와 뛰노는 남매를 바라보는 행복한 집’이라는 장황한 메시지가 짧고 푸른 잔디에 압축적으로 담겨 있다. 화목한 가정, 유복한 집이라는 평판을 유지하기 위해 교외에 거주하는 중산층 미국인들은 요란한 경쟁을 펼친다. 잔디를 깎는 일이 보기보다 근력을 많이 요하는 작업이다 보니, 보통 그 집안의 남자가 중책을 맡는다. 기계를 좋아하는 남자들은 잔디 깎는 기계에 어마어마한 돈을 투자하고, 동네 남자들 사이에서는 어떤 잔디 깎기 기계를 보유했느냐에 대한 미묘한 승부욕이 발생한다. 남자들은 정원에 서서 비료와 스프링쿨러에 관한 정보를 교환한다. 온갖 화학약품을 살포해서 빽빽하게 기른 잔디를 한치의 오차도 없이 짧게 잘라 놓고는 옆집 정원과 비교하며 흡족해한다. “이 정도면 내가 이겼어.”

나는 잔디를 깎을 시간에 차라리 책을 읽으며 쉬거나 아이들과 놀아 주는 게 좋은 가정을 이루는 데 더 보탬이 된다고 믿는다. 개중에는 정원 관리를 취미로 삼는 이들도 있다. 잡초가 돋는 모습을 참지 못하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동기는 중요치 않다. 미국인에게 마당의 잔디는 관리와 통제의 표상이다. 이 집 사람들은 주말에 정원을 가꿀 정도의 여유가 있고, 유흥에 빠지지 않을 정도로 건실하다는 표면적 증거다. 물론 실제로 그런 삶을 사는지는 별도의 문제다. 만약 남편이 주말에도 회사에 나가야 할 정도로 여유가 없다면 정원사를 고용해서라도 파란 잔디를 유지할 것이다. 모든 가정에는 문제가 있게 마련이다. 하지만 그런 속사정을 이웃에게 내비칠 필요는 없다. 우리 집안의 모든 상황은 통제되고 있으며, 우리 가족은 모두가 따르는 상식적인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들이다. 물론 그 속에는 나 같은 사람도 하나씩 섞여 있다. 말이 어눌한 외국인인 데다가 정원 관리도 허술하다. 이웃들은 우리 집을 보며 “저런 사람도 있다”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들은 우리 가족을 신경 쓰고 배려한다. 집에서 구운 과자를 손에 들고 문을 두드린다. 요즘 코리아의 날씨는 어떠냐고 물어본다. 영어를 참 잘 한다고 칭찬해 준다. 나와 아내는 ‘타향살이라서 외로운데 당신 같은 이웃이 있어서 그나마 위로가 된다’는 표정을 짓고 그들의 말에 대꾸한다. 이렇듯 백인 가정이 모여 사는 동네에 동양인 가족 하나 정도가 양념처럼 끼워져 있으면 모양새가 한결 그럴듯해진다. 그들의 너그러운 포용력은 모범적인 지역사회의 모습을 완성하는 데 필수적이다. 어떻게 생각하면, 나 역시 정원 잔디와 마찬가지로 그들이 바라는 통제와 관리의 표상이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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