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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_ 페다고지의 디자인 산책 땅위의 星雲, 리좀의 장수마을 길 (해외배송 가능상품)품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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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_ 페다고지의 디자인 산책

땅위의 星雲, 리좀의 장수마을 길

오주은

 

삼선교 장수마을은 서울 내사산 중의 하나인 낙산 자락 아래에 위치한 달동네이다. 2004년 서울시가 개발 예정지역으로 발표하면서 행정구역 상으로는 성북구 삼선동 삼선 제 4구역으로 분류되는 지역이다. 장수마을이라는 이름은 2008년 가을 주민모임에서 마을에 여든이 넘으신 어른들이 많으신 것에 착안하여 지어졌다. 이 글은 사회 경제학적인 측면에서는 소외되고 있으나, 다양한 인간의 삶을 담아내는 대안 공간으로서의 가치를 지니는 장수마을 길에 관한 체험을 바탕으로 쓰여졌다.

 

우리는 매일 길을 걷는다. 그리고 목적지를 향해 내딛는 길 위에서, 그 길의 끝에 들어선 공간에서 하루의 일상을 시작하고 마무리한다. 일상의 시작과 끝이 끊임없이 교차하는 길은 늘 사건이 진행되는 장소이다.‘사건’이란 삶의 장에서 벌어지는 여러 존재들간의 의미있는 접촉으로 일시적으로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것이 아닌 반복적인 구조를 가진다. 따라서 이동을 위한 물리적인 기능을 가지는 길은, 길 위의 사람들이 체험하는 일상의 소소한 사건들이 켜를 이루면서 생성하는 의미를 통해 ‘길’이라는 상징적이며 풍요로운 장소성을 획득한다.

 

# 사건의 장으로서의 길

일상의 사건은 모든 존재간의 접촉을 전제로 한다. 서로 맞닿음, 부딪힘, 가까이하여 사귐을 뜻하는 접촉은 삶의 장에서 이루어지는 교감과 교류이다. 접촉과 동시에 의미를 발생시키는 사건은 길 위의 사람들에게 물질적이고 심리적인 흔적을 남긴다. 흔적과 아우라의 개념으로 도시의 인상을 분석한 벤야민은 그동안 도시가 소외시키거나 배제해 온 일상적 공간에 배어있는 흔적들에 주목한다.

“흔적과 아우라. 흔적은 흔적을 남긴 것이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더라도 가까운 것의 현상이다. 아우라는 설령 그것을 불러일으키는 것이 아무리 가까이 있더라도 멀리 있는 것의 현상이다. 흔적 속에서는 우리가 사물을 소유한다. 아우라에서는 사물이 우리를 소유한다.”1

‘흔적’은 언젠가는 있었던 그 어떤 것의 자국으로 이미 사라진 그 어떤 것이 현재의 내게 가까이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해준다. 우리의 존재는 얼마나 많은 지울 수 없는 얼룩으로서의 ‘숱한 기억과 사건의 흔적들’로 이루어져 있는가? 따라서 흔적을 남긴 주체는 공간 및 사물에 대한 기억을 소유함으로써 회상의 주체가 될 수 있으며, 이러한 회상의 주체가 될 수 있기에 인간은 자신을 미래에 투사하는 대자적 존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회상할 수 있는 과거나 기억을 소유할 수 없다면 오로지 현재만 존재하는 즉자적 존재로만 남을 뿐이다. 반면 ‘아우라’를 불러일으키는 것은 가까이 있다 하더라도 일시적이고 일회적인 것으로 멀리 있는 것을 인위적으로 가까이 있게 만드는 것이다. 따라서 아우라를 일으키는 대상은 인간을 지배함으로써 자신에게 경외감을 갖게 한다. 이러한 벤야민의 흔적과 아우라의 개념으로 지금의 도시 경관을 진단할 때, 우리의 도시는 주체의 삶이 남긴 흔적은 깨끗이 지워버리고, 삶과 분리된 시각적 미감만을 충족시키는 서구적 모던함의 아우라, 추상적 역사성을 지닌 이미지만을 이식하고 있다. 즉 화려한 광휘만을 발산하는 우리의 도시는 합리적으로 정제된 모던한 아우라만을 지향한 결과, 쾌적한 보행과 최단 시간에 목적지를 잇는 효용성이 극대화된 길만을 소유한다. 결국 길 위의 신체는 이동하는 기계로서 프로그램화 되고 사건 가능성의 기회를 상실하면서 타인과의 부딪힘에 무감각해지게 된다. 심리적으로 단절된 공간이 물리적으로만 연결되어 있을 뿐이다. 간혹 아파트에서 일시적으로 펼쳐지고 접히는 이벤트성 사건의 재현이라고 할 수 있는 일 일장터 및 물물교환, 주말시장 등을 통해 사람들은 사건의 구조를 간헐적으로 의사체험 할 뿐이다.

이동만을 위한 길 길 위의 신체는 이동하는 기계로서 프로그램화되고 사건 가능성의 기회를 상실하면서 타인과의 부딪힘에 무감각해지게 된다. 심리적으로 단절된 공간이 물리적으로만 연결되어 있을 뿐이다.

 

그러나 장수마을 길은 단선적인 아파트의 길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사건이 발생되고 그 흔적이 쌓이면서 또 다른 사건을 만들어가는 생활의 장이다. 우연히 길을 가다가 담장 아래 무성해진 호박잎과 고추를 따가지고 갈 수도 있고, 며칠 전 우연히 만난 새끼 고양이를 다시 볼 수도 있다. 이름 모를 화초들로 비밀의 화원을 꾸며놓은 계단에 앉아 잠시 쉬어 갈 수도 있고, 대문 앞 고무화분에서 아무렇게나 자란 빨갛게 익은 토마토를 따 먹을 수도 있다. 또 가끔은 열려진 문틈사이로 거칠게 터져나오는 싸움의 소리를 쫓아 담장을 기웃거리기도 한다. 이것은 물리적인 길을 걷는 내 몸이 동시에 화학 반응을 일으키며 진동하는 것으로, 오로지 그 길을 걷는 사람만이 감지할 수 있는 사건의 파동이며, 결국 이 파동이 쌓여 ‘골목길’ 이라는 정서적 통로의 장이 만들어진다.

이동하면서 교감하는 길 이름 모를 화초들로 비밀의 화원을 꾸며놓은 계단에 앉아 잠시 쉬어갈 수도 있고, 고무화분에서 아무렇게나 자란 빨갛게 익은 토마토를 한두 개 따먹을 수도 있다.

 

장수마을 길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은 이와 같은 유기적 존재로서의 리좀의 형태를 가진 길에 의해 생성된다. 모든 뿌리가 하나의 열매를 맺기 위해 집중하는 구조가 아닌 마치 고구마나 감자의 뿌리줄기처럼 분화된 중심을 가지고 개별적으로 존재하되, 공생하는 리좀의 구조로 장수마을 길은 이어져 있다. 성운처럼 온 마을에 펴져있는 그 길을 통해 사람들은 온 몸으로 다른 존재와 만나면서 사건을 체험하게 된다. 오직 스펙터클한 이미지만을 발산하는 도시의 모든 볼거리들이 우리의 일상을 잠식하고 있는 현재, 장수마을은 바로 이와같은 리좀의 구조를 가진 길에 의해 생생하게 현존한다. 푸코의 말을 인용하면 “매우 많은 가능한 질서들의 파편들이 불규칙한 변화의 차원에서 분산되어 반짝 거리는 무질서의 효과”들이 쏟아지는 성운의 공간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 대안 공간으로서의 미덕

그런 의미에서 장수마을 길은 목적 지향적 프로그램에 포획되지 않는, 스스로 재생 가능한 우리 도시의 대안적 공간이다. 지금 도시디자인은 사건의 가능성이 살아있는 길을 보지 못하고 있다. 사건의 흔적을 서둘러서 지워버리는 도시 디자인의 성급함이 접촉에 의한 존재간의 교류를 지속시킬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단지 상상의 허구로서가 아니라, “이미 존재하는 사회적 과정과의 접촉을 통해 탐구될 수 있는 현실적 가능성이 풍부한 곳으로서 대안 공간은, 우리들에게 생활이 다르게 경험 될 수 있는 공간들을 가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2를 인식할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 장수마을 길은 대안 공간으로서의 미덕을 지닌 길이라고 할 수 있다.

단일하게 축소된 스펙터클의 길 아파트 단지내의 경관을 위해 오래된 마을의 골목길과 오솔길을 재현해 놓았다고 해서 존재간의 부딪힘이 자연적으로 생성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금 대안공간으로서의 가치를 지니는 리좀의 길은 사회경제학적 차원에서 소외되어 있다. 투자이익이 없다는 이유로 외면당하고, 아파트 길에 길들여진 신체는 그 길의 시각적 감성을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그리워할 뿐이다. 장수마을 길과 같은 전국의 리좀의 길은 사라져가는 공간을 보살피고 재생한다는 이유로 공공 미술 프로젝트의 거대한 캔버스로 변해가고 있다. 그 곳을 찾는 사람들은 벽화가 가득 그려진 담 벼락을 전시장을 관람하듯 스치며 지나간다. TV드라마, 다큐, 영화, 사진 속의 재현된 추억의 길을 내가 보았다는 것에 신기해 하고 만족해 하며 아파트로 돌아간다. 그러나 아파트 단지 내의 경관을 오래된 마을의 골목길과 산 속의 오솔길로 재현해 놓았다고 해서 존재간의 부딪힘이 자연적으로 생성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렇게 복제된 길을 걷는 주체들은 대상화된 스펙터클한 공간을 맴돌며 막막함과 적막함을 느낀다. 기 드보르는 스펙터클화 된 사회의 막다른 상황을 헤쳐 나가기 위한 방법으로 ‘목표 없는 보행’이라고 정의한 ‘표류와 우회’를 언급한다. 길 위의 사람들이 도시를 떠돌면서 접하는 모든 것에 자신을 개방하고, 그 결과 일상생활에서 부딪히는 그 모든 감정에 자신을 노출하는 개방적인 자세를 취할 것을 주문한다. 또한 우회를 통해 스펙터클로 전락해 버린 일상의 구체적인 의미를 다시 발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층적인 디자인의 역사를 통해 알 수 있듯이 사회를 위한 디자인은 새삼스러운 디자인 이념의 발견이 아니다. 본래부터 그러했던 것이고 여전히 그러해야 한다. 그러나 지금 사회적 행위로서의 디자인은 막다른 골목에서 벽을 마주한 상황이다. 이는 현재의 디자인이 스펙터클을 만들어 내는 도구로서 당연하게 인식되고 있는 현실을 말하는 것이다.

사건에 의한 다양한 접촉이 일어나는 길  접촉과 동시에 의미를 발생시키는 사건은 길의 주체들에게 물질적이고 심리적인 흔적을 남긴다.

 

 

막다른 골목에 다다랐을 때 돌아서 나와 걸음을 옮기듯이, 디자인 역시 돌아서 나와야 할 것이다. 그리고 돌아서는 그 순간, 사회적 행위로서의 디자인에 대한 통찰은 달라야 한다. 기 드보르의 제안처럼 ‘용기있는 표류와 우회’를 감행해야 한다. 삼선동 장수마을 길과 같은 리좀의 길이 사회 내에서의 대안공간으로서 그 가능성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사회적 합의에 의한 공동의 비전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비전을 우리 모두가 공유할 때, 장수마을 리좀의 길은 하늘의 은하계 길이 아닌, 언제든지 누구나 걸을 수 있는 이 땅의 성운의 길로 새롭게 디자인되어 돌아올 것이다.

 

 

 

 

1.『아케이드 프로젝트』발터벤야민 씀 / 1026쪽   2.『희망의 공간』데이비드 하비 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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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주은

원광대학교 공예디자인학부에서 오랫동안 기초조형 교육을 해오고 있으며, 명지대학교와 성신여자대학교에서 디자인이론을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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