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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읽기의 확성기 ⑦ 디자인을 불편하게 하는 잣대 -최지안- (해외배송 가능상품)품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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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읽기의 확성기 ⑦ 디자인을 불편하게 하는 잣대 -최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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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읽기의 확성기 ⑦ 디자인을 불편하게 하는 잣대 -최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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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 읽기의 확성기 ⑦

디자인을 불편하게 하는 잣대

 

-최지안-

 

 

사람들은 저마다의 눈금자를 갖고 있죠. 우리는 이것을 잣대라고 부릅니다.
잣대도 여러가지 종류가 있는데, 남의 것을 훔치면 안 된다는 것과 같은 사
회 전체가 동의하는 잣대가 있고, 물건을 사기 위한 잣대, 공부나 업무를 위
한 잣대, 다른 사람이나 다른 삶을 판단하는 잣대도 있을 것입니다.
제 생각에는 사회 통념 혹은 도덕과 관련된 잣대 이외에는, 각자의 눈금과
자의 휘어짐이나 넓이 및 길이 모두가 제각각이라고 생각합니다.
디자이너로 살아가면서 우리는 시시각각 스스로의 잣대를 꺼내 재고 판단해야
하는 상황을 맞이합니다. 비단 디자인 작업을 위한 잣대만 꺼내지는 않을 것
입니다. 함께 일하는 동료, 친구, 동창, 잡지에 실린 누군가… 수많은 사람을
향한 잣대를 부지불식간에 꺼내 들죠. 이 지점에서 저는 한 가지를 얘기하고
싶습니다. 우리의 잣대는 제각각 다른 모습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디자이너
로서 다른 디자이너나 학생들을 만나고 대화하다 보면 가끔 마주치게 되는
어떤 불편함이 있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디자이너 사이에 존재하는 계급의식
같은 것입니다. 어떤 특정 지역에 자리한 회사에서 일하면 그 사람은 좋은
디자인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판단 된다던가, 클라이언트를 두고 일 하는
디자이너를 조금은 한심하게 여긴다던가, 인쇄소의 김씨 아저씨는 디자이너
인 나에게 가르침을 받아야 하는 대상으로 여긴다던가, 전시장에서 이루어
지는 디자인은 모두 잘못된 디자인이라던가, 잡지에 실리지 않으면 뭔가
의미 있는 디자인을 하지 않은 사람으로 여긴다던가, 인문학 책을 논하지
않으면 생각 없는 디자이너로 여긴다던가 하는 것들입니다. 다행히도 많은
사람들이 이런 계급의식을 갖고 있다고는 여겨지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가끔 부지불식간에 튀어나오는 말과 행동에서 위와 아래로 나누는
시선을 느낄 때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디자인은 분명히 의미 있는 행동
입니다. 우리 모두가 애정을 가지고 쉽지 않은 상황에서도 애쓰게 만드는
그 무엇이죠. 하지만 동시에 디자인은 우리 삶 안에서 이루어지는, 당연하
게도 생활의 한 부분인, 하지만 종종 생활이자 삶임을 잊는 그 무엇이기도
합니다.


‘ 박 ’은 디자인 회사에서 일하는데, 자기 아내와 아이를 위해 디자인한다고
말하곤 합니다. 이것이 잘못된 것일까요? 아니오. 그는 다른 분야의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오늘도 자기 가족을 생각하며 디자인하는 것일 뿐입니다.
디자인은 그의 생활이고, 그렇다고 그가 생각 없이 디자인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의 동기가 가족일 뿐, 그는 가족을 생각하며 사람들에게 더 좋게 다가갈 수
있는 디자인을 고민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이’는 사람들이 전단지라고 부르는 것을 디자인합니다. 그렇다고 그가 디자
이너가 아닐까요? 아니오. 그는 오늘도 그 전단지의 좁은 화면을 통해 가장
효과적으로 사람들에게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있을 겁니다. 그것은 이미 디자이너의 자세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그가 힘
차게 풀무질 해 갈 날들이 전단지의 새로운 개념, 나아가 디자인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게 될 지도 모를 일입니다.
 

‘김’은 남들이 이름을 들었을 때 알 만한 디자인 스튜디오에서 일하지 않
습니다. 작고 조그만 건물의 반지하에서 몇 개의 책상을 두고 그와 그의
동료들은 오늘도 땀을 흘립니다. 그래서 그의 디자인이 허접할까요?
아니오. 그는 다른 이들이 안착한 장소 이외의 곳을 보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지금은 미약할지라도 그는 스스로의 믿음과 인내와 노력으로 조금씩 조금씩
더 나은 디자인을 향해 걸어가고 있을 것입니다.


‘장’은 클라이언트를 두고 일하는 디자이너입니다. 그래서 그가 클라이언트
에게 생각 없이 복종하는 디자이너라는 의미일까요? 아니오. 그는 오늘도
클라이언트를 최대한 옳다고 여겨지는 디자인 쪽으로 설득하기 위해 꾀를
내고 있을 것입니다. 웃음 뒤의 전략이랄까요. 그는 자신이 옳다고 여기는
디자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자신이 어떤 부분은 포기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것 또한 알고 있습니다. 예를 들자면 클라이언트가 끝까지 푸른 색을 요구
한다면 그것을 수용하되 옳은 방향의 디자인 안으로 녹여내기 위해 머리를
싸고 고민하고 문제를 풀고야 말겠죠.


‘신’은 인쇄소의 기장입니다. 거대한 기계가 그의 손에 달려 있죠. 그렇다고
그가 디자이너에 비해서 보는 눈이 없을까요? 아니오. 그는 그 분야의 말
그대로 ‘전문가’입니다. 디자이너가 아는 디자인 용어와 화려한 수식은 모를
지라도 그는 어떤 디자인이 더 괜찮은지, 어떻게 색을 조정해서 그 디자인
을 더 돋보이게 할지를 알고 있습니다. 그의 손에 의해 디자이너가 컴퓨터
파일로 저장했던 디자인이 진짜 생명을 얻습니다. 그는 디자이너보다 한 수
아래가 아니라 우리의 동료이자 충분히 존경받아 마땅한 사람입니다.
 

‘곽’은 큰 기업의 인하우스 디자이너입니다. 그렇다면 그의 디자인은 신선할
것 없이 편하게 디자인한 것일까요? 아니오. 그는 오히려 내부로 침투해
내부로부터의 변화를 이끌어 낼 사람이 될 수도 있습니다. 누구보다도 강한
의지와 추진력으로 새로운 시선과 가능성을 제시하며 새로운 작업을 해 내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정’은 많은 사람에게 팔릴만한 디자인을 하지 않습니다. 게다가 전시장에서
디자이너로서 전시를 하면서 살아갑니다. 그렇다면 그는 디자인의 실체를
비껴간 비현실적인 디자이너일까요? 아니오. 디자인은 반드시 많은 사람을
대상으로 하진 않습니다. 게다가 당장 삶에 적용하기 힘든, 하지만 흥미로운
길과 새로운 길을 제시하기 위해 전시장을 택한 그의 디자인은 삶에서 즉각
적으로 수용되는 디자인에 매우 긍정적인 영향과 환기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습니다.


‘최’는 요즘 디자인 서적이나 글에서 많이 언급되는 철학자나 인문서적, 어
려운 용어는 잘 알지 못합니다. 그래서 그가 기 죽은 채로 지내야 할까요?
아니오. 그가 고민하는 것은 그만의 언어로 정리될 수 있는 깊은 생각이자
행동의 씨앗입니다. 그것이 화려한 언어로 포장되지 않았다고 해서 그가 생
각 없는 디자이너라는 의미는 아니죠. 그리고 어느 날, 그는 자신의 언어를
세상의 언어와 만나게 할 멋진 지점을 찾게 될 수도 있습니다.


제가 예로 든 위의 경우들 말고도 많은 얘기들을 꺼낼 수 있겠지만 이쯤
에서 정리를 하겠습니다. 디자인은 무언가 위대한 것이기 이전에 삶의 일
부분입니다. 그것을 부끄럽게 여길 이유가 없습니다. 지금 현재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삶의 일부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디자인에 높고 낮
은 개념은 적용될 수 없습니다. 괜찮은 디자인과 그렇지 않은 디자인은
있겠지만, 그것이 인하우스에서 일하는가 아니면 밖의 소규모 스튜디오
에서 일하는가에 의해 정해지는 것은 아닙니다. 클라이언트를 두고 일하건,
아니건, 디자인의 본질에 대해 고민하고 어떻게 좋은 디자인을 세상에 보
여 줄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과는 상관없습니다. 인쇄소의 김씨 아저씨건
지류회사의 이씨 형님이건 나의 동료이자 때로는 스승이 될 수 있음을 알
때, 우리는 그렇지 않은 디자이너가 갇힐 수 있는 좁은 세계를 탈출해서
진짜 너른 세계를 바라보기 시작할 것입니다. 물론 위에 언급한 영역에 자
리한 사람들 중 엉망인 디자인을 내 놓거나, 생각 없이 사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그가 그곳에 자리한 사람이라서가 아니라, 그 자
신이 문제를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깊게 생각하고 행동으로 옮겨야 할 것들은,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는
어설픈 기준으로 나눈 계급에 스스로를 끼워 맞추는 것이 아니라 왜 무엇을
어떻게 제대로 디자인해서 보여 줄 것인가를 고민하고 찾는 것입니다. 진짜
문제가 존재하는 곳이 어디인가를 담백한 시선으로 바라보게 될 때, 그제
서야 충실하게 디자인을 고민할 수 있겠죠. 그리고 그것을 위해서 우리는
내가 들이대는 잣대가 나의 잣대이지 절대적인 것이 아님을 기억하고, 또
그것이 틀릴 수도 있음을 기억하고, 스스로 부지불식간에 빠질지도 모를
계급의식을 경계해야 합니다. 디자인이라는 거대한 배 안에 자리한 사람들의
모습은 매우 다양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이 당연하고요. 우리는 나의 잣대
를 잠시 내려 놓고 다양한 사람들과 가능성을 기꺼이 인정하고 좀 더 여유
로운 시선과 존중하는 마음을 갖고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인쇄 감리를 갈 때마다 인생을 배우게 해 주었던 분들
에게, 종이와 잉크에도 드넓은 세계가 있음을 가르쳐 주었던 분들에게, 각자
다른 자리에서 충실하게 삶을 그리고 디자인을 일궈가는 모든 디자이너에게,
모든 영역의 생활인들에게 감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여러분이 나의 스승입니다.


최지안 조소(Sculpture)를 전공하고 디자이너로 살아가다가 지금은 런던에서
매일의 새로운 여행을 즐거운 비명과 함께 진행 중. 사람 좋아하는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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