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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혜의 경고: 디자인 판타지 ③ 디자인이 세상을 바꾼다 -이정혜- (해외배송 가능상품)품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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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혜의 경고: 디자인 판타지 ③ 디자인이 세상을 바꾼다 -이정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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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혜의 경고: 디자인 판타지 ③ 디자인이 세상을 바꾼다 -이정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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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가슴 설레는 말이다. ‘디자인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 ‘디자인은 우리의 삶을 개선한다’, ‘디자인이 만들어가는 내일은 오늘보다 낫다’. 나는 이 명제들의 바닥에 깔린 순수한 믿음 비슷한 것을 의심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나 스스로가 이런 명제들에 마취되어 있는 편이다. 그리고 이런 데 중독되어 있지 않다면, 그렇다면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대답도 아직 충분히 준비하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 나는 이 명제들이 부조리하다고 느낀다. 무언가 옳지 못하다. 단순히 ‘디자인은 세상을 바꿀 수 없다’거나, ‘디자인은 삶을 개선하지 못한다’거나, ‘내일이 오늘보다 낫다는 보장은 없다’는 반대 주장을 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 역시도 단언할 수 없다. 문제는 이데올로기가 현실에서 힘을 획득하는 과정에서 만들어내는 기이한 괴리감 이다. 말하자면, 이 말들이 나부끼는 잔치가 내 상상과는 많이 다르더라는 것이다. 디자인에는 ‘혁신 이데올로기’가 있다. ‘진보’나‘ 개혁’, ‘혁명’이라는 말과 비슷한 듯해도, 꼭 ‘혁신’이라는 말이 사용된다. 왜 그럴까.

‘혁신’은 사실 경제학에서 유래한 말이다. 정확히 말해서, 슘페터라는 경제학자가 혁신, 즉 ‘이노베이션’에 의하여 투자수요나 소비수요가 자극되어 경제에 새로운 호황국면이 형성되며, 혁신이야말로 경제발전의 가장 주도적인 요인이라고 주장한 데 따른 것이다. 낡은 것을 파괴, 도태시키고 새로운 것을 창조하고 변혁을 일으키는 ‘창조적 파괴’가 기업가가 해야 할 일이며, 이것이 자본주의의 본질이라고까지 하였다.

그리고 디자인의 역할이 바로 그 ‘혁신의 창조’라는 논리가 ‘디자인 경영’의 핵심이다. 상대적으로 낮은 지위에 있던 디자이너라는 직업을 경영자와 대화가 가능한 관계로 설정하였으니, 디자이너들에게는 복음과도 같은 말씀일 수 있겠다. 이런 배경에서 ‘스타 디자이너’나 ‘혁신적 디자인 기업’이 신화적인 존재로 자리매김했고, 디자인으로 차별화를 꾀한다는 전략이 기업의 일상적인 태도로 굳어지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상품의 디자인 전반이 향상되어서 소비자들은 점점 더 세련된 취향으로 길들여지고 있고, ‘디자인되지’ 않은 듯한 후진 것들은 시장에서 살아남기 어려운 상황으로 보인다. 제품이든 디자인이든 경쟁은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시스템은 필연적으로 몇 가지의 부작용을 낳는다. 짐작하겠지만, ‘창조적 파괴’가 지나쳐 지구라는 제한된 자원 그 자체를 파괴하고 인류의 존립을 위기에 몰아넣고 있다는 문제다. 재화의 낭비를 사회적 총량으로 제어하거나 조율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 앞에서 무능한 존재로 퇴화하고 직업적으로도 쉽게 폐기될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는 문제다. 이런 가운데 미래는 더 이상 장밋빛일 수 없게 된다. 불안 요소가 도처에 잠재되어 있기 때문에, 공황이나 몰락에 대한 공포가 누구나에게 작용한다. 세계적으로 시작된 이상기후의 징후 역시 ‘종말’을 예감하게 한다. 동시에 우리 삶을 둘러싸고 있는 사물들은 날이 갈수록 매끈하고 아름다워진다는 것, 사실은 기괴하지 않은가. 이미 우리 모두가 마취되어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세상을 바꾸는 디자인이라는 생각은, 그래서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리다. 디자인은 실제로 어떻게든 우리 의 삶의 형태를 바꿔 놓지만, 그 삶이 어떤 모습일지에 대해 책임을 자각하지 않고 ‘창조적 파괴’ 자체가 목적이 되었을 때, 그저 욕망을 자극하는 디자인으로 우리를 무의식중에 용광로 앞으로 다시 한 번 바짝 끌려가게 하는 결과를 낳는다. 어떻게 하면 좀 더 나은 미래를 꿈꿀 수 있게 될까? 탈출은 가능한가? 물론 일차적으로는 기업이 스스로 변화하는 주체가 되어야 함은 분명해 보인다. 이윤을 목적으로 하더라도, 자원의 순환과 노동자의 미래와 모순되지 않는 생산을 계획해야 할 것이다. 이미 ‘지속가능성’을 염두에 둔 산업이 차츰 확대되고 있고, ‘착한 디자인’이라는 헤드 라인이 여기저기에서 등장하고 있다. 2008년 경제위기로 소비가 주춤하면서 낡은 물건들을 다시 사용하려는 움직임도 한층 강해졌다.

그러나 시장은 어디까지나 자율적인 장이다. 공익이 목적이 될 수 없는, 철저히 이윤 중심의 세계다. 게다가 이 구조 속에서 소비는 반드시 죄악이 아니라, 반대로 경제를 떠받치는 미덕이다. 딜레마는 상존하며,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 소비자들이 자율적으로 나쁜 소비를 제어할 수 있는 힘을 가지지 않는 이상, 파괴의 속도를 늦추기는 어렵다. 그런데 실은 우리 모두가 소비자인 동시에 생산자로서, 한쪽 손이 반대편 손을 잡고 있는 형국이다. 어떻게 자가당착에 빠지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래서 ‘혁신’은 정치적으로 보완되어야 한다. 말하자면 민주주의적인 생각의 틀이 디자인 과정에 포함 되어야 한다. 소수자와 약자에 대한 사용성의 배려, 과정의 투명성, 사용 후 폐기까지 환경을 파괴하지 않는 재료와 생산 과정, 노동자/작업자의 복지와 숙련성의 향상, 오랜 기간 사용될 수 있는 보편적 장점, 억압적이거나 폭력적이지 않을 것 등, 무조건적인 ‘형식의 파괴’로부터 ‘내용이 좋은 창조’로 혁신의 방향이 바뀌어야 한다. 디자인의 목적이 욕망을 자극하는 새로운 모양, 유행이 아니라 착한 소비를 이끌어낼 수 있는 ‘좋은’ 형태로 전환될 필요가 있다. ‘좋은 형태’에 대한 상상을 구체적으로 만들어 볼 필요가 있다.

이런 생각이 지루한가? 아직 ‘새로운 것’이 부족한가? 여전히 본인의 크리에이티비티를 실험해 보고 싶은가? 세상을 바꾸는 것은 디자인만이 아니다. 사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세상 모두다. 그리고 디자이너는 디자인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소비자로서 경제를, 유권자로서 정치를, 시민으로서 문화를 바꿀 수 있다. 바꾸려는 의지가 아니라 바꾸어내는 결과가 문제이다. 그렇다면 정말로 좀 더 나은 세상, 좀 더 나은 삶을 위한 디자인이 불가능한 꿈인 것만은 아니지 않을까.

 

이정혜 |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실에 발을 딛고 선 디자이너가 되어 보자는 의미에서 장밋빛으로 포장되어 있는 디자인의 신화-판타지 를 곱씹어본다. 필자는 디자인 방법론과 기획에 관심이 많아서 다방면에 걸쳐 일하기를 즐기는 디자이너. 사진가 김현호와 함께 베가스 튜디오를 운영하고 있으며, 2009년에 예쁜 딸을 낳고 나서 깨달은 바가 있어 은밀히 인생 대전환을 꾸미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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