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g:

글. 김현미

SADI(Samsung Art and Design Institute) 커뮤니케이션 디자인과 교수

g:에 사용한 글자체는 ‘뉴트라페이스(Neutraface)’이다. 뉴트라페이스는 언뜻 보기에 서체 ‘푸츄라(Futura)’와 닮아보인다. 군더더기 없는 기하학적인 형태의 깔끔함이 그렇다. 그런데 뭔가 정감있다. 푸츄라가 원리원칙에 충실했다면 이보다 멋을 부린 느낌이 든다. 뉴트라페이스의 장식적 인상은 가장 먼저, 대문자 A, E, F, H 등에서 찾을 수 있는 가분수적인 비례에서 온다. 대체로 글자의 키를 반으로 안정감 있게 분할하는 크로스 바(Cross Bar)가 뉴트라페이스에서는 낮게 위치하고 있어 비대칭의 흥미로운 공간 분할을 보여주며, 이로 인해 드러나는 대문자 A나 R의 시원한 속공간이 형태적 풍요로움을 더해준다.

비례를 활용한 장식적 효과는 소문자로도 이어진다. 대문자에 비해 소문자 높이(x-height)는 매우 작아 이로 인해 상대적으로 상하로 시원하게 뻗은 어센더(ascender)와 디센더(descender)를 자랑하는 것이다.

뉴트라페이스의 형태적 영감은 모던 건축가 ‘리처드 뉴트라 (Richard Neutra, 1892-1970)’로 거슬러 올라간다. 오스트리아 태생의 뉴트라는 ‘장식은 죄악’이라는 말로 모던 디자인의 가치와 형태를 규명했던 건축가 ‘아돌프 로스(Adolf Loos)’로부터 건축을 배웠다. 미국으로 이민 후 LA지역에 정착하면서 미국 서부에 기하학적 철골구조와 주변 풍경과 하나가 되는 개방성을 특징으로 하는 모던 건축을 선보였다. 뉴트라는 매우 꼼꼼한 성격이어서 상업용 건축을 지으면 그 건축에 적용할 사인용 글자를 직접 고르고 명시하였다 한다. 미국의 디지털 폰트 회사 ‘하우스 인더스트리스(House Industries)’는 뉴트라의 상업용 건물의 간판에 사용되었던 글자를 활자체로 만드는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겼다. 뉴트라의 건축 사무소를 이어받아 운영하는 뉴트라의 아들로부터 자문을 받아가며 글자를 만든 디자이너는 25살의 젊은 ‘크리스쳔 슈바르츠(Christian Schwartz, 1977-)’였다. 슈바르츠는 제한된 자료에 의지하여 알파벳 세트를 완성하였고 존재하지 않았던 소문자까지 만들었다. 기하학적인 형태가 특징인 뉴트라페이스가 풍기는 따뜻하고 인간적인 감성은 바로 이 소문자 형태로 부터 나온다. 슈바르츠는 보통 기하학적인 산세리프 서체의 소문자가 택하는 간결한 형태의 a와 g대신, 세리프 서체의 소문자에서 볼 수 있는 고전적인 a와 g의 형태를 뉴트라페이스에 부여했다.

현재 뉴트라페이스는 제목용으로 사용하기 적합한 ‘뉴트라 디스플레이(Neutra Display)’와 본문에 쓰기에 적합하도록 개작된 ‘뉴트라 텍스트(Neutra Text)’의 수십개 폰트로 구성된 서체 가족으로 디자이너들로 부터 사랑받고 있다. 뉴트라페이스의 성공과 인기는 하나의 형태 양식 속에서의 다양한 변주의 가능성과 시대를 초월하는 기하학적 간결함의 아름다움을 증명해 주는 듯 하다.

1. 리처드 뉴트라가 건축한 ‘코프만 하우스(Kaufmann House)’, 캘리포니아 팜 스프링, 1946

2. 뉴트라의 건축 드로잉

(출처 : www.eyelost.com/eyeoneblo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