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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의 무브먼트 - 브라운 브레스

경험의 무브먼트

브라운 브레스

 

직역하자면 ‘배설물’이라는 뜻의 ‘브라운 브레스’는, 현재 스트리트 패션 브랜드라 통칭되는 무리 가운데 가장 주목 받는 브랜드 중 하나이다. ‘스프레드 더 메시지(Spread the message)’를 슬로건으로 내세우고 스스로 방직공이 아닌 메신저라 규정하는 브라운 브레스의 네 청년은, 제품을 통해 정치적이고 다분히 선동적인 구호에서부터 문화적인 애호를 피력하는 문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메시지를 담아 왔다. 더불어 뮤지션, 아티스트 등과 함께 흥미로운 콜라보레이션 프로젝트를 지속적으로 선보이며 그들이 속한 문화를 ‘멋지게’ 만들어가는데 앞장 서고 있다. 과분한 상찬이 더해질수록 그저 좋아서 하는 것이라 눙치는 횟수가 잦아지는 청년들이라지만, 최근 5주년을 기념해 음반 및 공연 관람 영수증을 지참한 구매자에게 브라운 브레스 제품의 할인 혜택을 해주는 속 깊은 캠페인을 벌이는 그들을 어떻게 보고만 있을까!

에디터 이상현 | 자료제공 브라운 브레스

 

 

 

>> (위부터) 브라운 브레스의 첫 공식 스토어, 대표 아이템 중 하나인 백팩(Bagfact), 총 8개의 캠페인 아래 메시지를 담아내는 티셔츠들.

 

 

 

 

어떻게 시작되었나

이근백, 이지용, 서인재, 김우진 등 현재 브라운 브레스를 이끌고 있는 네 사람은 각자 개인 티셔츠 레이블 - 프로파간다 스테레오(Propaganda Stereo), 데피니트 앤서(definit answer), 에잇파이브(Eightfive sensatemotion), 어라운드 클로싱크(Around Clothink) - 을 운영하고 있었다. 사실 레이블이라고 하기엔 고작 30장 정도 티셔츠를 팔고, 판매 금액으로 다시 티셔츠를 찍는 영세한 규모였다. 다만 우리 넷은 티셔츠를 통해서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뚜렷한 목적의식이 있었다. 이태원 ‘다코너’라는 숍에 각자 레이블의 티셔츠를 납품을 하면서 어울리게 된 우리는 2006년, 개인의 역량을 한 곳에 집중해보자 의기투합해 브라운 브레스라는 이름의 팀을 결성하게 됐다. 처음에는 그룹의 일종이었고, 공통의 브랜드로 규합된 때는 2008년부터다.

 

일종의 문화 집단의 형태였다

‘다 코너’를 중심으로 형성되었던 문화를 공유하고 알리는 활동을 하고 싶었다. 그 일환으로 우리 문화의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소개하는 취지의 동명 웹진을 운영했었다.

 

2008년에는 브라운 브레이크스라는 사이트도 운영했다

DJ들은 실제 굉장히 많은 곡 작업을 하는데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이 한정적이다. 그래서 5명의 DJ들의 습작 곡을 업로드 하면 실시간 재생하거나 다운 받을 수 있는 사이트를 함께 구상했다. 안타깝게도 1년 가량 운영하다가 흐지부지 되어서 지금은 없어졌다.

 

이런 활동을 통해서 신의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알아갔던 건가

인터뷰를 하면서 아티스트나 동종 업계 분들을 만났고, 우리의 취지를 좋게 봐주셔서 많이 친해졌다. 더불어 벽화나 그래픽디자인 등 아트워크 활동을 꾸준히 진행해 왔으니까 관련해서 그들과 이런저런 협업을 시작할 수 있었다. 2006년에 처음으로 랍티미스트라는 힙합 프로듀서의 정규 앨범 디자인을 맡았다. 이어서 커스터마이징 제품을 출시하기도 했는데, 이를 테면 소울 다이브라는 팀 역시 앨범 재킷에 삽입되는 아트워크를 작업하고, 이 아트워크를 담은 티셔츠를 출시했다. 마찬가지로 ‘프라이머리’라는 프로듀서의 앨범 발매 시, 평소 가사를 즐겨 쓰는 래퍼들의 습관에 착안해 노트와 연필, 그리고 모자를 만들어서 판매했다. 이 외에 여러 언더 그라운드에서 활동하는 힙합 뮤지션들과 비슷한 방식의 협업을 진행했다.

 

돈은 됐나

애초에 돈을 벌려는 목적이 아니었다. 그저 음악을 좋아하고 그들의 활동을 멋지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함께 뭔가를 생산해내는 게 즐거웠다. 또한 해외 레이블의 경우 이미 뮤지션들과 머천다이징하는 사례가 굉장히 많았었다. 소비자들은 거리낌 없이 그런 문화를 다양하게 향유하고 있었고. 막연히 국내에는 별로 없었으니까 우리라도 재미있는 거 하면서 돈도 벌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작년, 엠넷과 함께 진행한 세이브 더 뮤직 프로젝트는 뭔가

‘세이브 더 뮤직’은 이지용이 매년 진행했던 티셔츠의 슬로건이었다. 마침 엠넷의 제안으로 발전된 기부 프로젝트로서, 제품 판매금 전액을 도너스 캠프와 대안학교 ‘꿈틀학교’에 의탁해 이제 막 음악을 시작한 친구들을 지원한다는 내용이다.

 

 

>> 브라운 브레스의 룩 북. 사진과 그래픽, 일러스트 등을 동원해 독특한 색깔을 보여준다.

 

 

‘브랜드’ 브라운 브레스 얘기로 넘어가 보자. 슬로건이 ‘스프레드 더 메시지’다

‘다 코너’ 시절, 티셔츠를 만들었던 마인드와 동일하다. 제품을 통해서 우리가 하고 싶은 메시지를 전달하자는 거다. 현재 브라운 브레스는 데피니트 앤서, 프로파간다 테크닉 등 총 8가지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각자 티셔츠 브랜드에서 담으려고 했던 메시지를 희석하지 않고 브라운 브레스에서 이어가자는 취지를 담고 있다. 사실 우리가 다양한 아티스트들과 함께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하는 것 역시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하나의 방법을 찾은 뿐일 수도 있다. 특히 힙합 뮤지션의 경우 랩을 통해 메시지를 직접적으로 전달할 수 있으니까. 앞으로도 다양한 아티스트와 매체, 채널을 통해서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다. 사실 그렇게 하는 게 훨씬 재미있기도 하다.

 

사실 메시지는 일방적일 수 있다. 소통이 되고 있다고 생각하나

메시지에 공감해서 제품을 구입하는 경우가 있다. 반대로 티셔츠에 담긴 문구를 본 뒤 공감해서 관련 뉴스를 봤다는 식의 공감을 표현해 오는 경우도 있다. 물론 물건만 사고 끝인 경우도 있고.

 

메시지에 대한 구체적인 반응은 없었나. 항의를 받았다거나 하는

우리의 생각에 공감한다거나 공감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메일을 더러 받는다. 그럴 때면 우리도 곰곰이 다시 한번 생각해본다. 그게 소통이 아닐까. 또한 판매되는 걸 보면 사람들이 어떤 메시지에 공감을 하는지 짐작할 수도 있다.

 

룩북을 통해서도 브라운 브레스를 표현하기 위해 공 들인 흔적이 역력하더라

사실 우리 넷 중 패션 전공자가 없다(지금은 전공 디자이너들이 일을 맡아 하고 있지만). 따라서 초기에는 제품 외에 룩북이나 캠페인 등이 브라운 브레스가 무엇을 하는지를 보여주는 장치라서 굉장히 신경을 많이 썼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브랜드는 옷만이 아니라 다양한 아트워크를 통해서 직간접적으로 표현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가능한 전에 없던 거, 새로운 거 보여주려고 노력한다.

 

이런 활동이 실질적인 판매에 도움을 주는 것 같나

통계를 내본 적이 없어서 수치 상으로 정확하게 도움을 주는지는 모르겠다. 다만 우리가 아주 유명하고 대중적인 인기가 있는 브랜드가 아니기 때문에 그냥 지나가다가 우연히 룩북이나 그래픽 아트워크를 보고 브라운 브레스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분들을 더러 만난다. 긍정적이라고 판단한다.

 

>> 다양한 브랜드, 아티스트, 뮤지션들과 함께한 브라운 브레스의 콜라보레이션 작업

 

 

‘사장님’의 입장에서 지금 소비자들이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나

보통 브랜드는 타깃 분석을 하고 제품을 생산하는데, 역으로 우리는 브라운 브레스를 사용하는 사람을 보면서 ‘아, 우리 제품을 좋아하는 사람은 저렇구나’ 라고 느끼는 경우가 많다. 처음부터 소비자를 의식하고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접근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

 

그렇다면 희망하는 소비자는 누구인가

이 신의 문화를 알고 즐기는 사람들, 브라운 브레스의 메시지에 공감하는 사람들이었으면 좋겠다. 그러면서 같이 이야기하고 공유할 수 있으면 좋겠다.

 

사실 최근의 아웃도어 트렌드 덕분에 브라운 브레스(특히 가방)가 와락 주목을 받은 사실도 무시할 수 없다. 어떻게 생각하나

패션 브랜드로서 트렌드는 아예 배제할 수 없는 부분이다. 어느 정도 발 맞춰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트렌드를 반영하더라도 무작정 쫓는 게 아니라 우리 나름의 해석과 이야기를 담으려고 노력한다. ‘일상에서의 아웃도어’라는 슬로건을 정해서 사회가 정답이라고 말하는 것에서 탈피하자는 내용의 룩북을 만든 것처럼.

 

지금이 중요한 타이밍이라고 생각하나

그렇다. 더 많은 사람이 브라운 브레스를 알아가는 타이밍이라고 생각한다. 솔직히 초기에는 그저 좋아서 한다는 마음이었지만, 지금은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보이고 싶다는 바람도 크다. 더불어 가능하다면 브라운 브레스를 통해서 신 자체가 커졌으면 좋겠다.

 

최근 신세계 백화점과 팝업 스토어를 진행했다

사실 신세계는 대형 유통 업체이기 때문에 보수적인 면이 아주 없진 않다. 그런 회사와 같이 일을 했다는 자체로 밖에서는 대자본과 결탁한 게 아니냐고 볼 수 있지만, 우리는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서 물꼬를 텄다고 생각한다. 신세계 백화점 내부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 우리 같은 브랜드의 시장성을 낙관하는 것 같다. 사실 의도를 갖고 시작을 한 건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어느 정도 이 신을 알렸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고무적이라 판단하고 있다. 처음 팝업 스토어를 시작하면서도, 이를 통해서 이 신의 문화를 알리는 것을 신세계 백화점에 굉장히 어필했다. 그래서 샤우트 엑스트라(Shout Extras)라는 주제로 브라운 브레스의 메시지를 담을 수 있도록 인테리어에 많은 시도를 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활동에 대해서 제품을 문화로 ‘포장’해 파는 행위가 아니냐는 식의 시선도 있다. 변호를 하자면 무슨 얘기를 할 수 있을까

브랜드가 커질수록 그런 시선을 자주 접한다. 그건 진정성의 문제인 것 같다. 이를테면 모 유명 힙합 브랜드가 아티스트들과 이런 저런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했을 때 이 신의 사람들로부터 외면을 받았다. 진정성 없이 그냥 흉내내기만 했으니까 티가 났던 거다.

 

브랜드를 만들어 보려는 분들께 조언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겪으면서 느끼는 건 모두 경험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컴퓨터 앞에 앉아서는 절대 이룰 수 없다. 발로 직접 뛰어라. 또한 브랜드를 하나의 ‘존재’로 대해야 한다. 그래서 거기에 인격도 불어넣고 움직임도 만들어야 한다. 단순히 나의 능력을 발휘하는 매체가 아니라 새로운 걸 만든다고 접근을 해야 한다.

 

그럼 브라운 브레스는 어떤 존재일까

시끄럽지 않으면서 자기 할 말은 하는 사람.

 

올해로 5주년을 맞았다. 꽤 바쁠 것 같다

우여곡절 끝에 맞은 5주년이라 티 내면서 기념하고 싶다. 9월 즈음에 브라운 브레스의 히스토리를 담은 전시와 책자를 기획하고 있다. 가능한 뮤지션들과 앨범을 낼 생각이다. 다양한 콜라보레이션도 기획하고 있다. 하고 싶은 게 너무 많다. 5주년이니까 많이 할 거다.

 

그간 브라운 브레스가 보여온 과정 자체가,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 같다

그렇게 봐준다면 고마울 뿐이다. 의도했던 대로 나가지 못했다. 계속 방향성에 대해서 얘기를 하고 있다. 다만 초심을 지키겠다는 생각은 전혀 변함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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