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FEATURE
Graphic Design For Fashion / 양윤정

 

양윤정

양윤정의 패션 이미지폰트는, 패션의 속성을 전면에 드러낸다. 이미 글자를 구성하는 요소들이 전부 옷이며 신발, 가방, 액세서리 등 패션 그 자체이기도 하지만 시즌 별로 발 빠르게 움직이는 생동감이나 가위로 오려 만드는 제작 과정에서 드러나는 즉흥성, 그리고 디자이너마다의 독특한 스타일을 적용한 개별성 등이 그것이다. 현재 양윤정은 패션 그래픽의 더 긴밀하고 활발한 활용을 타진 중이다.

에디터 이상현

 

 

 

어떻게 패션 폰트를 만들게 되었나. 계기가 궁금하다

타이포그래피에 늘 관심이 많았다. 패션잡지를 보던 중 잡지 속 이미지들이 매 시즌 트렌트를 반영하고 있으면서 항상 새로운 비주얼을 보여준다는 점이 흥미로웠고 이것을 자연스럽게 타이포그래피와 연결 짓고 싶었다. 그렇게 개인적인 흥미로 2007년에 첫 작업이 시작되었고 2008년 여름부터 <보그 코리아>에 사용되면서 외부로 알려지게 되었다.

 

시즌별로 폰트가 달라지는 게 재미있더라. 어떤 의도인가

패션의 특징이 시즌 별로 변화한다는 것이다. 아마 여러 디자인 분야 중 가장 빠른 변화가 존재하고 가장 빨리 트렌드를 제시하는 분야가 아닐까 싶다. 그래서 이 특징을 차용해 폰트를 제작한다면 일 년에 두 번씩 변화하는 트렌디한 폰트가 탄생될 거라는 생각을 했다.

 

구체적으로 작업 과정을 설명해달라

시즌 별로 패션잡지, 광고, 카탈로그 등을 통해 이미지를 수집한다(최대한 많이). 수집된 이미지는 직접 손으로 오려낸 후 콜라주 작업을 한다. 각 알파벳이 완성되는 과정에서 컴퓨터의 사용은 철저히 배제한다. 이미 머리 속에 내재되어 있는 알파벳의 형태에 따라 마우스로 크기 조절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렇게 만들어진 형태는 홍미롭게 보일 수가 없기 때문이다. 손으로만 진행하는 콜라주 작업은 나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물이 나오게 되고 그렇기 때문에 매 시즌 다른 결과물, 즐거운 작업 과정을 보낼 수 있는 것 같다. 그렇게 완성된 활자는 고해상 스캔과 포토샵 작업으로 디지털화 시켜 사용한다.

 

엽서에 쓴 ‘이미지는 메시지다. 시즌마다 패션은 우리에게 다른 메시지를 전한다’는 문구는 무슨 뜻인가

이미지는 꼭 활자로 구성된 것이 아니어도 보는 이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 능력이 있다(보는 이에 따라 메시지의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패션 폰트는 일반적인 트루 타입 형식의 폰트가 아닌 이미지폰트이다. 이미지폰트라는 점 때문에 활자체로서 읽혔을 때의 의미와 각 활자에 사용된 이미지 자체가 전달하는 의미, 두 가지를 동시에 전달받을 수 있고, 매 시즌 새로운 버전이 디자인되기 때문에 시즌마다 다른 메시지가 전달 될 수 있다. 꼭 시즌별 런웨이를 보는 것처럼.

 

 

 

이 작업의 타이포그래피로서의 한계와 매력은 뭐라고 자평하나

이미지폰트라는 점에서 오는 한계가 가장 크다. 컴퓨터에 설치 불가능한 이미지폰트는 문장을 만들려면 알파벳 별로 일일이 나열을 해야 한다. 사용하기에는 실용적이지 못하다. 하지만 패션이 사람들에게 주는 설렘, 패션 폰트의 비주얼적인 매력은 충분하다. 그리고 3년이 넘는 (현재 8번째 버전을 제작 중에 있는) 아카이브를 통해 3년간의 패션 트렌트를 간직하고 볼 수 있다는 것도 다른 타이포그래피에는 없는 매력이다.

 

그래픽디자인과 패션 브랜딩에 관한 논문을 썼다고 들었다. 어떤 주제와 내용인가

‘How can graphic design function in fashion labels?(그래픽 디자인이 패션 브랜드에서 어떻게 기능하는가?)’라는 주제로 이미지 커뮤니케이션(image communication)이 중요한 이유, 프라다와 네덜란드 패션 디자인 전략을 케이스 스터디로 들어 작성한 논문이었다.

 

상업적인 영역에서 실제 타이포그래피와 브랜드가 연계되는 부분에서 일을 하고 싶다고 피력했는데, 어떤 바람에서 그런 생각을 했나. 그리고 실제로 진행 중인 작업이 있다면

패션 폰트는 상업적이 아닌 개인작업으로 시작된 프로젝트였지만 외부에 알려지면서 상업적인 용도로 사용하고 싶다는 연락을 많이 받았다. 저작권 문제 등으로 아직 일반에게 판매가 불가능해 그런 연락이 있을 때마다 정중히 거절하고 있다. 지난 해 말부터 일본의 한 의류브랜드에서 타이포그래피 디자인 작업을 의뢰하고 싶다는 연락이 있었다. (현재 일본의 재난 상황 때문인지 보류 중에 있지만)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넘어 타이포그래피가 적극적인 마케팅 툴로 사용된다면 개인적으로 매우 흥미로운 프로젝트가 될 것 같다.

 

 

‘패션 그래픽’에 대한 국내의 인식은 미비하다. 외국의 경우 어떠한가

패션은 이제 단순히 옷을 만들어 파는 것이 아닌 이미지를 파는 비지니스다. 프라다가 시즌별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보여주는 룩북과 파리의 그래픽 디자이너M/M에게 알파벳 디자인을 의뢰해 티셔츠를 제작하는 것만 보더라도 그래픽디자인이 패션에 미치는 영향은 점점 커지고 있다. 패션 브랜드가 옷 대신 이미지로 편승되면서 다른 비지니스 군과 콜라보레이션하는 사례도 많이 생겼다. 패션이 옷을 넘어 라이프스타일을 아우르고 있는 셈이다. 이럴 경우 이미지 창조 작업은 그래픽디자이너의 몫이다. 적극적으로 활용되는 곳은 아직 메이저 브랜드 위주이지만 점차 확산되리라 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패션이기 때문에 느끼는 한계가 있을까

앞서 대답한대로 패션이 점차 라이프스타일화 되어가면서 보여지고자 하는 타깃의 감성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매우 감성적인 접근이 필요하고 동일한 감성으로 계속 유지되어야 하는 분야이어서 패션하우스 혹은 디자이너들은 늘 같은 그래픽 디자이너와 작업을 하는 것이 아닐까. 그래픽 디자이너 입장에서도 본인의 스타일을 고수하면서 제한 없는 창조적인 작업을 할 수 있다는 점이 무척 매력적일 것이다.

 

역사 상 패션 디자이너(혹은 브랜드)와 가장 창조적인 화약작용을 일으킨 그래픽 디자인의 사례를 꼽는다면

(역사 상이라는 단어가 좀 부담스럽지만) 2000년도에 들어서면서 패션광고에 패션이 없어지면서 실험적인 사진, 타이포그래피, 그래픽 비주얼 등이 선보이기 시작했다. 이 때 가장 ‘핫’하게 떠오른 M/M의 발렌시아가 광고는 지금도 세련되어 보일뿐더러 그들의 이름을 전세계로 널리 알렸다. 현재에는 아무래도 투바이포(2x4), AMO와 협업하는 프라다를 뽑고 싶다.

 

당신이 생각하는 ‘패션’은 무엇인가

가장 빨리 디자인 트렌드를 알려 주는 통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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