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FEATURE
Art = Artist / 손글씨

Art = Artist

 

브랜드의 존재성은 그것이 지닌 가치와 영향력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유형의 것이든 무형의 것이든 그 형태는 중요하지 않다. 우리가 브랜드를 말할 때 제일 먼저 떠올리게 되는 상업성이나 대중성이라는 요소에 대해 조금만 유연하게 생각할 수 있다면 예술도 브랜드가 될 수 있다. 예술은 그 어떠한 것이든 그 자체로 충분히 값어치를 지니며 그 존재가 가진 가치로 인해 브랜드가 될 수 있다. 가장 간단하고 쉬운 예를 들자면, 예술은 제품과 결합하고 응용되어 브랜드가 된다. 르누아르나 반 고흐의 그림이 프린트 된 에어컨이나 냉장고, 나전칠기 장인이 만든 가구, 화가의 작품을 입은 화장품 등과 같은 브랜드와의 협업은 이미 일반적인 사례가 되었다.

예술은 예술답게, 그 자체로 브랜드화 되기도 한다. 소녀시대, 슈퍼주니어, 카라, 2ne1, 빅뱅, 동방신기도 하나의 브랜드이다. 한국이라는 국가적 정체성을 지닌 한글, 한옥, 손글씨도 브랜드이다. 브랜드는, 어디서 누구에게 어떻게 의식되느냐에 따라 의미를 지니는 것이다. 이 사회에서 세상에서 혹은 그저 작은 집단의 바운더리 안에서라도, 고유의 가치와 독보적인 존재감을 가지고 있다면 그리고 무엇보다 그것을 제3자에게 인정받는다면 당신도 하나의 브랜드가 될 수 있다. 브랜드의 가치는 그것이 무엇인지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주위에 어떤, 얼마만큼의 영향을 미치는지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는 현재 한국의 정체성을 담고 가장 널리 한국을 알리고 있는 예술이자 브랜드인, 한글 손글씨(캘리그래피)와 K-POP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이 안에 담긴 피상적인 내용들 외에 그들이 지닌 고유의 가치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할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에디터 유인경

 

아날로그적인 감성의 언어 손글씨

 

손으로 쓰는 글씨, 손글씨는 오늘날 아날로그적 감성을 담은 예술이자 시각언어로서 소통한다. 한글 손글씨는 생명력이 있는 하나의 디자인 요소로, 그리고 장르로, 한국의 정체성을 담은 국가적 브랜드로 작용하기도 한다.

손글씨는 일반적으로 캘리그래피라는 영어명으로 쓰이는데, 캘리그래피는 서예로 번역되기도 하지만 명확한 디자인 의도와 콘셉트에 맞는 글자, 이미지를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전통 서예와 구분된다. 손글씨의 가장 큰 강점이자 장점은, 인간의 다양한 감정과 사상을 손으로 직접 쓰면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감정은 제3자에게 감정적 동요와 공감을 불러 일으킨다. 손글씨의 이러한 매력과 특징은 현대 디자인의 새로운 방향성으로 조명되고 있는 추세다. (미안하지만) 고리타분하게 느껴지는 전통 서예와 달리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에 맞는 감성과 유연성을 지녔기에, 현재 상업과 예술의 장르를 넘나들며 특유의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자리매김하고 있다. 여기에 한글의 뛰어난 조형성은 손글씨와 어우러져 다양한 장르에 활용되면서 문자의 의미를 넘어 이미지화되거나 디자인 요소로 기능하여 국제 사회에서도 경쟁력을 발휘하고 있다.

 

문자조형예술가 여태명

원광대 교수 작품들

1. 잠시 쉬어 가는 고추잠자리, 2011 46cm X 33cm

2. 天地人041006, 2004 212cm X 156cm

3. <타이포잔치> 포스터, 2011 제2회 서울 국제 타이포그래피 비엔날레 <타이포잔치> 포스터 손글씨 작업

 

 

한국영화 포스터에 활용된 다양한 손글씨 명작들

1.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손글씨 _ 김혜진

2. <복수는 나의것> 손글씨 _ 김종건

3. <타짜> 손글씨 _ 이상현

4. <황해> 손글씨 _ 이관용

 

Interview

 

김종건

손멋글씨 디렉터, ㈜필묵 대표, 한국캘리그라피디자인협회 이사

 

이영선

한국디자인진흥원 본부장 역임, 디자인 디렉터, ㈜필묵 고문

www.philmuk.co.kr

 

먼저 캘리그래피, 특히 한국의 캘리그래피의 정체성에 대해 묻고 싶다. 서양의 캘리그래피와 다른 개념일 것 같다

사실 대학원에 간 것도 그런 개념부터 정립하려고 한 것인데 예전엔 캘리그래피를 전공으로 한 교수님도 많이 계시지 않았던 상황이어서 내가 스스로 풀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캘리그래피라는 용어는 일반 사람들은 잘 모르고 또 어렵고해서, 사람들이 쉽게 알 수 있는 말이 뭐가 있을까 고민해보니, 두 가지로 구분이 됐다. 폰트나 활자냐, 아니면 사람이 직접 쓴 것이냐. 그래서 손글씨라는 말을 썼더니 사람들이 쉽게 이해했다. 어린이 교육을 할 때도 서예라고 하면 진부하게 보이는데 손글씨 교육이라고 하면 더 재미있게 받아들였다. 그 다음부터 손글씨라는 용어를 많이 썼다. 그런데 거기서 더 나아가 우리는 손글씨로 디자인을 하는 것인데, 디자인을 우리글로 하면 멋짓이다. 그래서 손글씨에 어떤 콘셉트가 들어간, 디자인화 된 것에 손멋글씨라는 단어를 쓰게 됐다. 캘리그래피는 외래어이고, 서양에서 캘리그래피는 펜으로 쓰는 글씨를 이야기하는 것인데, 동양의 캘리그래피는 도구가 다르고 개념도 다르다. 지금은 손멋글씨라고 얘기한다. 누구나 쓸 수 있는 것은 손글씨라고

얘기할 수 있다. 캘리그래피는 서예, 서예가와도 개념이 다르다. 엄밀히 따지자면 서예는 펜맨쉽이라는 단어가 또 있다. 그리고 서예가는 펜맨. 그러니까 추사 선생을 얘기할 때는 캘리그래퍼가 아니라 펜맨이 좀 더 정확한 표현이라고 얘기한다. 지금 학계에서도 용어사전을 개발하고 있는데 내년이나 올해 나오지 않을까 싶다. 필묵에서도 수업할 때 그런 개념을 먼저 이야기해준다. 폰트, 손글씨, 손멋글씨, 서예의 개념을 먼저 정리하고 출발하는 거다.

 

한글로 작업한다고 해서 무조건 한국적인 이미지를 담는다고는 할 수 없을 것 같다. 한글 손글씨로 한국적인 정서와 이미지는 어떻게 살릴 수 있는 것인가

지금 내가 하는 것은 문자 조형의 놀이 같다. 조형의 예술이다. 한글 발달사 자체도 훈민정음부터 지금까지 전해져 내려왔을 때 거기서 한국성을 얘기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냥 문자 조형이 조금씩 발달되어 변천되어 온 것이라고도 말할 수 있다. 그래서 내가 지금 하는 것도 한글을 써서 한국적인 디자인인 것이고 그 점이 일단 외국하고는 차별화될 수 있는 점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것보다는 어떻게 한글을 가지고 콘셉트에 의해서 잘 표현하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예를 들면 지금 투혼이라는 프로젝트를 하고 있는데, 투혼의 느낌을 어떻게 표현할 것이냐, 조형적으로 그리고 투혼에서 느껴지는 이미지성을 어떻게, 어떤 도구로, 어떤 질감으로 표현할 것이냐는 것이 관건이다. 그런 질감들이, 획들이 문자를 구성하기 때문이다. 그것이 조형적으로 어떻게 차별화되면서 독창성 있게 만들어질 것인가 하는 표현의 적합성도 따져야 하고. 그 다음에 거기 놓여지는 타이포그래피는, 어떻게 놓여질 것인가 그런 걸 고민하는 것이다. 그런데 남들이, 외국에서 막연히 볼 땐 우선 한글을 사용하기 때문에 차별화가 될 것이고, 거기에 어떤 미적인 판단은 지금 이 시대의 사람들이라든지 쓰는 작가에 따라 달라지게 되는 것 같다.

 

브랜드 제품에 작업을 할 때, 개인의 예술성과 브랜드로서 디자인해야 하는 것 사이에서 균형은 어떻게 잡나

일단 디자인 쪽에서 손멋글씨는 자기 예술성보다는 클라이언트에 맞춰줘야 한다. 자기 예술성도 물론 묻어 나온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나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그 회사를 위한 어떤 로고 타입이 중요한 것이다. 의뢰자한테 맞춰줘야만 하는 것이다. 그런데 거기에 더해지는 것이 있다면 작가의 또 다른 미라고 할까? 그게 들어간다는 것이다. 브랜드와 작업할 때는 거기에 맞춰줄 때가 있고 그러다 보니까 표현에 있어서 한정되는 게 있다. 그래서 나 같은 경우는 개인전을 해서 그때 못 풀었던 걸 푼다. 활자는 가독성 중심으로 변천되어 왔기 때문에 제일 뛰어난 것이라고 하면 손멋글씨는 이미지이다. 그런 걸 조율하는 게 쉽지는 않다.

 

손글씨가 적용될 수 있는 범위는 어디까지일까

한글과 문자를 쓰기, 만들기를 통해서 보여질 수 있는 것은 무궁무진한 것 같다. 일단 디자인 쪽에서 어떤 브랜드라든지 슬로건이라든지 아니면 활자가 들어갈 수 있는 부분이면 다 적용이 가능할 것이다. 그런 쓰임이 가장 기본적인 것이라면, 만들어지는 것으로는 생활용품도 가능할 것이다. 쿠션이나 타일, 카페 인테리어, 유리에 쓰는 글씨 등등. 문자에 쓰이는 영역은 굉장히 다양하지 않나. 그게 가독성 위주의 활자 중심이냐 아니면 이미지성을 강조한 어떤 손멋글씨냐 하는 보여지는 것의 차이가 있는 것일 테고. 글씨가 소통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이미지로서 그림으로서 보여질 수가 있다는 것이다. 그렇게 손글씨의 적용 범위는 끝이 없는 것 같다. 일본이나 중국을 보더라도 다양하게 하고 있고. 그런데 디자인에서는 아직까지 브랜드 작업으로서 많이 보여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손글씨는 움직임이 무궁무진해서 한계가 없다. 그러나 한편으론 이런 다양성과 개성이 보편적인 공감을 얻어내는데 있어 한계로 작용할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디자인에서만 말하자면 다 사용되는 게 아니라 한정적이기도 하다. 활자보다는 편리성이라든지 또 가독성이라든지 사용성이라든지 그런 데서 많이 떨어질 수가 있을 것이다. 그래서 지금 손글씨가 유행이라고 해서 디자이너들이 다 쓰고 쓰여지는 것이 아니라 쓰여질 데에만 쓰여져야 되는 것이다. 손글씨는 브랜드로서 갖고 있는 힘이 될 수도 있지만 그것도 서로 콘셉트가 맞아야만 하는 건데, 그게 안 맞는데 손글씨를 갖다 붙여도 안 되는 거다. 지금은 너무 많이 사용되고 있고, 거기에 따른 품질 저하도 있다. 그리고 또 손글씨는 문자이지만 붓이라는 도구가 가지고 있는 특질이 굉장히 커서 영향을 많이 받는다. 그런데 그 붓이라는 도구를 떠나 다른 도구들을 통해서 만들어질 수도 있어야하는데 지금 유행이라는 이유로 너무 그 스타일만 따라가는 것 같기도 하다. 그걸 벗어날 수도 있고 손으로 쓴 것을 컴퓨터에서 재창조시킬 수도 있고 다양하게 시도할 수 있는 것인데, 그런 부분들이 교육을 통해서 디자이너들의 사고, 인식이 전환되고 점점 발전해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손멋글씨 디렉터

김종건 작품들

 

그렇다면 손멋글씨의 교육계는 어떤가

지금 12년이 됐는데, 손글씨도 교육을 통해서 또는 어떤 개인 스스로 또는 어떤 디자인 전공자나 서예 전공자가 굉장히 많이 쓰고 있다. 보편화까지는 아닌데 많은 사람들이 쓰고 많은 디자인에 보여지고 있고, 그런 게 어떻게 보면 손글씨가 돈이 된다고 하는 개념이 생겨서 그런 것 같다. 디자이너가 회사를 다니면서 투잡으로 손글씨를 쓰기도 하고, 또 POP라고 하는 글씨보다는 더 고가의 돈을 받을 수 있으니까. 그런데 그게 또 경쟁이 되면서 전체적인 디자인 시장의 단가가 내려가기도 하고, 손글씨 단가가 내려가기도 하고, 그런 문제점들이 있다. 교육도, 디자인과 서예에 전문적인 지식도 없고 훈련이 잘 안 돼 있는 사람들이 교육을 하는 데도 많아지고 또 지역에선 나름대로 협회도 만들어지고 하는데 그걸 막을 수 있는 부분은 없지만, 그런 것들이 굉장히 위험하기도 하다. 그런 부분들이 좀 병폐이기도 하다. 그래서 더 전문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붓을 잡을 수는 있지만 아무나 다 손글씨 작가가 될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런데 이런 문제는 이쪽뿐만이 아니라 다른 쪽도 다 마찬가지인 것 같다.

 

손글씨, 손멋글씨가 예술 장르를 넘어 문화적 브랜드로서 아이덴티티를 가지고 있다고 할 때, 브랜드적인 관점에서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나

손멋글씨가 가지고 있는 힘이 있는데 어디에 어떻게 사용되느냐에 따라 다를 것이다. 그게 좀 더 다양하게, 표현에 적합하게, 그리고 차별화될 수 있게끔 보여지면 좋은데 그것은 글씨를 쓰는 사람과 디자이너와 클라이언트가 잘 맞아야 하는 일이다. 예를 들어 일본에서는 굉장히 재미있는 작품들이 많이 나오는데, 그것은 일본에서는 디자이너들이 일단 제안을 하면 디자인 회사에서, 의뢰처에서 그걸 받아주니까 가능한 것이다. 우리나라는 조직 사회에서, 특히 대기업일수록 거치는 단계가 많이 있지 않나? 그럴 때 계속 콘셉트가 바뀌고 시안이 바뀌고 또 최종 결정권자의 안목에 따라서 결정되는 부분들이 많이 있는데 그런 것들이 많이 아쉽다. 그래서 필묵에서는 보여지지 않은 B컷들을 모아서 몇 년에 한번씩 책을 내고 있다. 제품에 쓰인 것이 다가 아니라는 것, 또 다양한 작품을 보면서 안목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기획됐다.

 

손멋글씨는 어느 하나의 미디어나 장르이지 그것 자체가 브랜드가 되는 건 아닌 것 같다. 브랜드라는 건, 이제 만들어지기도 하고, 또 인위적으로 만들기도 하는 건데, 만들어지는 경우를 보면, 역사를 통해서 시간을 통해서 거기에 어떤 의식이나 철학이 들어간, 그러니까 이야기가 들어가서 브랜드화가 되는 거고, 인위적으로 만드는 거는 어떤 소재라든가 디자인이라든가 장인 정신이라든가, 서비스 같은 경우에 어떤 철학이라든가 신뢰라든가 그런 것들이 녹아 들어가면서 명품이 되는 것이고 그것이 제3자에게 인정됐을 때 브랜드라고 하는 것 같다. 그래서 그런 전략을 가지고 홍보나 마케팅을 하는 것, 그것이 브랜드를 강화하는 방법이다.

 

브랜드에 적용된 손글씨 작품

 

문화 브랜드로서의 손멋글씨의 핵심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그 가운데에는 분명히 한글이라는 게 있고, 한글을 표현하는 데 있어서 좀 더 자유로운 특징이 있다는 거다. 그리고 그런 것들이 이미지라고 하는, 그림이라고 하는 부분이 강하기 때문에,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엄청나게 많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것이 브랜드로서 어떤 상품으로서 아니면 또 다른 무언가로서도. 일단 서양에는 없는 것, 동양적인 것이니까. 어떤 붓의 문화라고 하는 것이. 그리고 또 동양의 정서를 담고 있지만 중국과 일본하고 다른 한글이라는 특질을 가지고 있다. 그런 것이 좀 차별화되는 점이 아닐까 싶다.

 

손글씨가 브랜드 자체로 존재하지는 않는 것 같다. 다만 손글씨의 핵심을 이야기하자면, 글씨에 마음이 담긴다는 것이다. 단순히 글씨가 글씨로, 가독성을 얘기하는 게 아니라 눈으로 보는 가독성에 더해 마음이 그 글씨에 담겨 있는, 그러니까 같은 노래라도 가수에 따라서 그 느낌은 다 다르지 않나. 그런 거다. 어떤 폰트를 예로 들면, 부드러운 느낌, 딱딱한 느낌 그러면서 명조나 고딕체의 폰트들이 많이 있을 텐데, 손글씨라면 그런 가독성은 보조 역할을 하는 것이고, 마음이라든가 느낌이라든가 이게 우선이 되고 그 다음이 가독성인 것 같다. 그게 큰 특징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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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의 전문은 <지콜론> 3월호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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