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FEATURE
낭만주의자의 사회-비비안마이어

g: Special Feature

 

비비안 마이어 Vivian Maier

 

에디터. 김상미

자료협조. Vivian Maier Prints Inc., 김재원

 

September 10th, 1955, New York City

 

2007년 부동산중개인이었던 청년 존 말로프(John Maloof)는 시카고의 포르티지 공원(Portage Park)에 대한 책을 집필하기 위해 자료를 찾던 중, 우연히 경매시장에서 400달러에 네거티브 필름 꾸러미가 든 상자 하나를 구입한다. 당시에는 원하던 자료의 데이터가 아니었기 때문에 창고에 그대로 두었는데, 2년여의 시간이 흐른 뒤 우연히 현상을 해본 그는 1950~60년대 미국의 거리 풍경에 매료되어 남겨진 나머지 필름과 8mm 영상물, 그리고 오디오 레코딩 테이프들을 더 구입하게 되었다. 무명 사진작가의 사진 복원에 대한 그의 사명감은 사진을 찍은 사람에 대한 궁금증으로 이어진다. 수소문 끝에 작가의 이름이 적힌 봉투 하나를 발견하였는데, 존은 그 이름을 검색하던 중 시카고 트리뷴지에 난 부고기사 하나를 보고 다음과 같은 사실을 알게 된다.

그녀의 실제 풀 네이밍은 비비안 도로시 마이어(Vivian dorothy Maier). 83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하기까지 한 번도 세상에 이름이 알려진 적이 없는 무명의 아티스트이다. 비비안 마이어는 1926년 뉴욕 태생으로 프랑스인 어머니와 오스트리아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 1951년 뉴욕에서 정착하기 전까지 유럽과 미국을 오가며 살았다. 어머니를 일찍 떠나버린 아버지 탓에 어려운 환경에서 자라났으며, 그 영향인지 초기 사진에는 어떠한 가족사진도 남겨져 있지 않다고 한다. 여러 일을 전전하다 그녀가 마지막까지 가졌던 실질적인 직업은 부유층의 아이들을 돌봐주던 유모였다. 하지만 아이들을 무척 좋아해, 힘든 직업이었지만 자신의 일에 만족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녀는 일이 없는 날이면 언제나 목에 롤라이플렉스 카메라를 메고 시카고의 도심을 거닐며 사진을 찍었다. 항상 꾸미지 않은 복장에 챙 넓은 모자와 남자 신발을 즐겼으며 주변에는 친구도 가족도 애인도 없었고 결혼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사진 외에도 모으는 행위를 좋아했다. 신문을 스크랩해놓는 것은 물론, 다양한 사진작가들의 사진집과 카메라를 모았고, 본인의 육성 레코딩 파일과 그리고 8mm 영상촬영을 통해 끊임없이 삶의 행적을 기록으로 남겼다. 사진을 비롯한 어떠한 정규 교육을 받은 적은 없지만, 평소 영화와 정치에 관심이 많아 비평에 능하며 뚜렷한 자기 철학이 있었다. 특히 영화는 영어를 영화로 익혔을 만큼 많이 좋아했다고 한다. 그리고 기록에 따르면, 어린 시절 어머니와 함께 살 때, 사진작가 진 버트런드(Jeanne Bertrand)와 몇 년 동안 같이 거주했던 것으로 나오는데, 그녀에게서 일정 부분 사진에 대한 영향을 받은 것은 아닌가 추정된다.

존이 자신의 블로그에 처음 그녀의 사진을 올리기 시작한 이후 엄청난 관심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개인의 움직임은 미학자들, 큐레이터들로 이동하기 시작하여 미국, 영국, 독일, 덴마크, 노르웨이 등에서 전시가 열리기에 이르고, 다양한 언론들이 그녀를 다루기 시작하였다. 이 모든 것은 생전 어떠한 활동 내역도 알려지지 않은 작가가 사망한 지 딱 2년 만에 이루어진 일들이다.

현재 존 말로프는 아직도 현상 되지 못한 그녀의 150,000개의 롤필름의 후반 작업과 그녀의 필름을 발견하는 과정 및 그녀의 인생을 다룰 영화 촬영을 위한 기금을 모금하고 있다. 지금까지의 모금액으로 영화는 제작 중인 상태이다.

 

1. Undated, Untitled

2. April 7, 1960, Florida

 

3, 4.Undated, Untitled

 

 

“Vivian Maier, proud native of France and chicago resident for the last 50 years died peacefully on Monday. Second mother to John, Lane and Mattew. A free and kindred spirit who magically touched the lives of all who knew her. Always ready to give advice, opinion or helping hand. Movie critic and photographer extraordinaire. A truly special person who will be sorely missed but whose long and wonderful life we all celebrate and will always remember."

프랑스와 미국 시카고에서 50년간 살아온 비비안 마이어가 지난 월요일 생을 마감하였습니다. 존, 레인, 메튜에게 또 다른 어머니와 같았던 그녀는 자유롭고 자애로운 마음으로 그녀를 알고 있는 모든 이의 삶을 마술적으로 어루만져 주었습니다. 그녀는 도움의 손길과 생각, 조언을 주는 데 언제나 열려 있었습니다. 그녀는 또한 비범한 사진가이자 영화비평가이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이 특별했던 한 사람을 매우 그리워하게 되겠지만, 그녀의 놀라웠던 생애를 기념하며 영원히 기억할 것입니다.

- 시카고 트리뷴지에 실린 부고란(2009) 중

 

“ 그녀의 사진은 새로운 눈을 통해 본 전혀 알려지지 않은 미국 역사의 한 순간이다.”

-배우이자 사진작가인 팀 로스(Tim Roth)

 

“나는 어떤 것도 영원히 남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타인을 위한 공간을 마련해야만 한다. 그것은 바퀴와도 같아서 끝을 달리기 위해 타야만 한다. 누군가는 그렇게 끝을 향하는 같은 기회를 가지며 누군가에게는 그 일이 반드시 일어날 것이다.”

- 비비안 마이어 사후 발견된 육성 녹음 테이프 중

 

“나는 그녀가 이 사진들을 공개하는 것을 기뻐할지 아닐지 여전히 알 수 없다. 하지만 나는 그녀를 역사책에 기록되게 하고 싶다.”

- 존 말로프(John Maloof)

 

“나는 아이들과 잊혀진 사람들을 찍는 것을 좋아했다. 내가 사진을 숨기기만 한 것은 아니다. 내가 돌보던 아이들에게 보여주었으며, 그들이 원하면 서슴없이 주기도 했다.”

- 단편 영화 <Vivian Maier, Photographer> 중 비비안 마이어로 분한 주디스 호프(Judith Hoppe)

 

* 텍스트는 단편 영화 <Vivian Maier, Photographer>와 WTTW <CHICAGO TONIGHT>에서 발췌하였습니다.

 

 

Second half of June, 1953

 

I want to hold your pictures.

 

83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하기까지 한 번도 제대로 조명 받지 못한, 아니 작가로 인정 한번 받지 못한 무명의 사진작가 비비안 마이어. 기구한 삶의 무거움에 대한 무언의 숙연함 앞에, 남겨진 그녀의 수백만 장의 사진은 조용히 그 처연한 빛을 스스로밝힐 뿐이다. 친밀한 대화 상대 한 명 없이 오직 기록에 천착한 그녀는 세상에 말하는 법을 사진으로 익혔던 것 같다. 유난히 많이 발견된 셀프포트레이트 속의 그녀는 때로는 진지하게, 때로는 소녀처럼 상기된 얼굴로 촬영에 열중한 듯 보인다.

그녀에게 사진은 기록이자 놀이이지 않았을까. 오직 사진을 통해서 세상과 마주하려 한 그 모습은 영화와도 같았던 그녀의 삶만큼이나 극적이다. 아니 이제는 영화로도 만날 수 있는 그녀의 삶은 그 자체가 영화인지 모르겠다. 힘겨웠던 말년, 그렇게 모으고 간직하려던 사진과 영상들이 갈 곳을 읽은 채 경매장을 헤매고 있을 때, 그녀의 심정은 어떠했을지 우리는 알 길이 없지만, 지금에서야 후회해 본들, 그 아쉬움만 커질 뿐이다. 그녀를 세상에 처음 알렸던 존 말로프가 Vivian Maier라는 이름을 발견한 날이 그녀의 부고 기사가 시카고 트리뷴에 실린지 불가 며칠 뒤였다고 하니 그 안타까움은 배가된다. 누군가 삶은 우연을 가장한 필연의 연속이라 했건만 그 말이 이토록 야속할 때가 없다. 얼마 전 Kodak에서 슬라이드 필름 생산을 중단한다는 기사가 나와 많은 필름 애호가들을 한숨 쉬게 한 적이 있다. 필름에 담긴 순간의 찰나는 기록이 되고, 역사가 되어 누군가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기도 하였지만, 그 마지막 뒤안길은 어딘가 씁쓸하기만 하다. 아직도 아련한 아날로그의 기억에 이처럼 미련을 가지는 것은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사라질 뻔했던 한 여인의 자취에 대한 우리의 마지막 예우이다. 영화 속 아멜리에가 카메라를 통해 바라본 하늘이 비현실인 판타지였다면, 그녀가 바라본 거리 풍경은 지독한 현실이며 삶이었다. 그럼에도 그녀의 컷이 비현실적 이미지의 범람 속에서 더 아름답게 빛나는 이유는 세상에 대한 낮은 자세와 연민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언제나 낭만은 높은 자들보다 낮은 자들의 것이듯.

그녀에 대해 우린 아는 것이 너무 없다. 세상에 보이지 못한 빛의 흔적들만이 남겨져 있을 뿐. 이제는 그녀의 사진을 감상하는 일만 남았다.

 

Image by Vivian Maier / Courtesy of the Jeffrey Goldstein Collec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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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기사는 <지콜론> 4월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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