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FEATURE
Visual Art_평범한 웃음

g: Special Feature

에디터. 박선주

자료제공. 미메시스, 열린책들, 이봄

 

 

Willy Ronis, 레위니옹 섬 / 1990

 

Visual 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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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웃음

“분당선에서 어느 아빠와 아주 어린 딸이 탔다. 한적한 열차라 애기 혼자 한 자리를 차지하고 앉은 것이 어찌나 귀여운지. 분홍색 운동화에 분홍색 양말, 회색 레깅스에 분홍색 티를 입고 분홍색 판초까지 차려 입은 것이 곱게 사랑 받고 있는 집 딸내미 같았다. 아버지는 말이 없고, 아기도 조용했다. 가끔 옹알이 비슷한 걸 하고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지하철의 흔들림에 맞춰 몸을 들썩들썩할 뿐이었다. 가져온 책을 읽으려다 그냥 이 순간의 옆에 앉아있는 것에 집중하기로 했다.” 지난 몇 달간, 머릿속에 남은 행복했던 기억들을 꼽아본다. 그것들은 대부분 보잘것없다. 겨울의 끝자락에 호빵을 사먹으면서 같이 집에 온 밤이라든가, 열 명 남짓의 관객이 있는 상영관에서 혼자 본 영화라든가, 카풀로 다 같이 퇴근하는 차 안의 우스운 얘기들이나 감자칩을 먹으며 아껴 읽을 수 있는 책 같은 것들. 행복의 실제는 대개 이런 평범한 얼굴을 하고 있다.

나는 유머와 휴머니즘 사이에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나뿐만은 아니겠지.) 언어학적 지식이 부족해서 ‘human’과 ‘humor’ 사이에 어떤 어원적 관련성이 있는지는 파헤칠 수 없지만, 과학적 지식 또한 부족해서 (어디선가 주워들었을) 웃음이라는 것이 사람만의 고유한 특성이라는 사실 또한 증명해낼 수는 없지만 말이다. 유머는 곧 웃음이다. ‘빵 터지는’ 웃음이 있는가 하면,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가는 작고 조용한 웃음들이 있다. 배를 움켜잡게 하는 웃음이 있는가 하면, 어딘지 모르게 가슴이 따뜻해지는 웃음이 있다. 그것들이 어디서 왔는지를 생각해본다. 대부분 주변에서, 거리에서였다. 특별하지도 않아 ‘어느 날’로 기억되는 날이었을 것 같다. 프랑스의 두 작가, 윌리 로니스와 장 자끄 상뻬의 어느 순간과 장면들을 여기에 싣는다.

 

 

윌리 로니스 (Willy Ronis)

2차 세계대전 이후의 파리와 프로방스의 삶을 가장 잘 보여주는 작가로 평가되며,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과 로베르 두아노와 함께 휴머니스트 사진작가로 손꼽히는 윌리 로니스는 1910년 파리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는 몽마르뜨에서 사진 스튜디오를 운영했고, 어머니는 피아노 교사였다. 음악을 사랑한 소년은 작곡가가 되길 꿈꾸었지만, 전역했을 때 아버지가 암에 걸리면서 바이올린 공부를 그만둬야만 했다. 사진관 일을 돕게 된 것을 시작으로 사진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1936년 아버지의 사망 이후에는 프리랜스 사진작가로 활동하기 시작했다. 1937년, 후에 매그넘을 창시하는 로버트 카파, 데이비드 시무어와 만났고 로베르 두아노, 브라사이와 함께 사진 에이전시 라포에서 일했다. 초기에, 1934년 노동자 시위, 1938년 시트로엥 자동차 회사 파업을 촬영한 것을 시작으로 1951년 세계적으로 유명한 사진 ‘규소폐증에 걸린 광부’를 찍는 등 평생 르포르타주(reportage) 작가로서 사회를 기록했다. 1953년부터는 프랑스 작가 최초로 미국 <라이프>의 사진기자로 활동했다. 2008년에는 프랑스 최고의 훈장인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기도 했다. 국민적으로 사랑 받는 작가이기도 해서 2006년 파리에서 열린 그의 회고전에는 50만 명의 시민이 다녀갔다. 파리에서 4명 중 1명은 본 셈이다. 2009년 99세의 일기로 세상을 뜨기까지 한 세기를 기록했다.

평생을 프로 작가로 일한 그는 일상의 사진가로도 명성이 높다. “나는 삶에 움직인다. 나는 사람들을 좋아하고, 사람들이 거니는 거리를 좋아한다.” 그는 7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거리와 일상에서 삶이 가져다주는 순간들, 그의 표현대로는 “가끔은 은혜롭게도 사물이 내게 주어”지는 “정확한 순간”들을 포착해냈다. “나는 내 모든 사진들에 대한 기억이 있다. 내 사진들은 내 인생의 조각천이다. 몇 해가 지나서도 내 사진들은 서로 자기들끼리 신호를 주고받는다. 서로 화답하고, 모여들며, 비밀을 엮어간다. 하나의 생에, 하나의 장면에 모든 것이 있고, 결국 이 모든 것은 작은 것들의 별자리로 귀결된다.”

 

사르다나팔루스의 죽음 / 1960

 

 

학교 / 1948

 

* 본 작품들은 『그날들』(CE JOUR-LA, 윌리 로니스 지음, 류재화 옮김, 이봄, 2011)에서 발췌하였습니다.

 

 

 

장 자크 상뻬 (Jean-Jacques Sempe)

상뻬는 1932년 여름, 프랑스의 보르도 지방에서 태어났다.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것은 소년 시절, 악단 연주자가 되고 싶었던 꿈 때문에 재즈 음악가들을 그리면서부터였다고 한다. 그의 청년 시절은 파란만장하다. 학교에서 퇴학을 당하고 우체국, 은행, 철도 회사 등에 지원했으나 실패하여 가루 치약을 파는 방문판매원, 자전거를 타는 와인 배달부 등으로 일했다. 1950년 나이를 속이고 군에 입대하는데 ‘내게 일과 침대를 줄 유일한 곳’이었기 때문이었다고 한다. 보초를 서야 할 때 그림을 그리다가 곤경에 빠진 적이 종종 있었다고 전한다. 전역 후 파리로 올라왔고, 1960년 르네 고시니를 알게 되어 『꼬마 니콜라』를 함께 작업했다. 모두 알듯이 이 작품은 대성공을 거두었고, 1962년에 첫 번째 작품집 『쉬운 일은 아무것도 없다』를 출간했을 때 이미 데생의 대가로 알려졌다. 이후 현재까지 40여 권의 작품집을 발표했고, 각국의 언어로 번역되어 전 세계적으로 사랑을 받고 있다. <파리 마치>, <렉스프레스>, <뉴요커>, <뉴욕타임스> 등 유수 잡지의 주요한 기고자 중 한 명이기도 하다. <렉스프레스>는 ‘상뻬는 우리를 놀라게 하는 그만의 경이로운 능력을 지켜 가고 있다. 해를 거듭할수록 깊어지는 씁쓸하면서도 예리한 시선, 소소한 일상을 담담하게 그려 낸 스케치. 그 가운데 상뻬 특유의 순수함이 빛난다’고 말한 바 있다. 1991년에는 30여 년간 그려온 작업들을 모아 ‘파비용 데 자르(Pavillon des Arts)’에서 전시를 했는데, <파리 마치>는 ‘현대 사회에 대해 사회학 논문 1천 편보다 더 많은 것을 말해준다’고 평했다. 그리고 그는 그림으로 말한다.

 

 

 

 

* 본 작품들은 『프랑스 스케치』(Un peu de la France, 장 자끄 상뻬 지음, 열린책들, 2007)에서 발췌하였습니다.

 

 

1987. 6. 6 / <뉴요커(The New Yorker)> 표지 작품

 

* 본 작품은 『뉴욕의 상뻬』 (Sempe a New York, 장 자끄 상뻬 지음, 허지은 옮김, 미메시스, 2012)에서 발췌하였습니다.

 

 

 

『그날들』 (윌리 로니스 지음, 류재화 옮김, 이봄, 2011)

한 세기를 살고 간 휴머니스트 사진작가 윌리 로니스의 마지막 사진집이자 에세이집. 이 책은 그의 ‘그날들’의 모음이다. ‘그 순간’에 대한 기록이자 기억이다. 한창 활동하던 때인 1950년대의 사진부터 노인이 되어 찍은 1990년대까지의 사진이 담겨 있으며, 각 사진에 대한 작가의 단상이 함께 적혀 있다. 사진에 대해서는 더 말할 것이 없고, 사진에서 느껴지는 투명하고 따뜻한 관점이 그대로인 글 역시 아름답다.

 

『프랑스 스케치』 (장 자크 상뻬 지음, 열린책들, 2007)

2001년 파리를 주제로 한 데생집에 이어 상뻬가 2005년에 발표한 데생집으로, 예의 익살스럽고 따스한 시선을 느낄 수 있다. 우리가 흔히 프랑스에 대해 떠올리는 화려한 모습보다는 그곳에 사는 사람으로서 느낀 프랑스를 담아낸 책이다. 특유의 구도인 커다란 풍경 속의 작은 사람들은 조용하고 잔잔하게 삶을 살아가고 있다.

 

『뉴욕의 상뻬』 (장 자크 상뻬 지음, 허지은 옮김, 미메시스, 2012)

에디터들을 작가라고 생각하고, 일러스트레이터들을 예술가들이라고 생각하는 집단, 시사잡지 <뉴요커>는 그림 작가들에게는 명예의 전당과 다름 없다. 상뻬 또한 처음 <뉴요커>에서 ‘풍자화가 당당히 하나의 예술 분야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고 희망과 동경을 품었다고 한다. <뉴요커>는 1925년 창간 이래 어떠한 기사 제목도 없이 표지에 그림만을 싣는 전통을 고수하고 있다. 이 책은 상뻬가 30년 동안 <뉴요커>에 실은 150여 점의 작품을 수록하고 있다. 함께 실린 상뻬의 육성 인터뷰가 흥미롭다.

 

 

기사의 전문은 <지콜론> 5월호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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