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규 대백과_김송은

조경규 대백과


조경규 지음



김송은





코스트코 양평점에서 한창 쇼핑을 할 때는 전화가 와도 웬만해선 받지 않는다. 하물며 그것이 내 영업시간이

훌쩍 넘은 밤 8시였고, 모르는 번호라면 더더욱 더. 그런데 어쩐 일인지 그날은 받았다.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전화 중 Top 3라 할 만큼의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자신을 누구누구라고

소개하고는 내 시화집 『반가워요 팬더댄스』를 감명 깊게 읽었다 했다. 농담이시겠지! 그게 다가 아니었다.

자기가 청소년을 위한 문예잡지 창간을 준비하고 있는데, 거기에 팬더댄스의 시와 그림을

연재해줄 수 없느냐고까지 했다. 정말요???????
그 사람의 이름은 김송은. 그녀가 문학동네에서 준비하고 있던 청소년 문예지의 이름은 <풋,>이었다.

멋진 시와 그림을 준비해서 보내주었다. 실은 그때 창간 준비호의 표지도 내게 의뢰했었다. 근데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가 어느 때냐 하면, 침대에 팬더처럼 누워서 러브홀릭 표지를 그리고 있을 때였기 때문이다.

2006년 봄, 창간준비호가 나오고 6월에 여름호, 즉 1호가 나왔다. 지극히 개인적인 캐릭터였던 팬더댄스는

2년 여 동안 7번, 그 잡지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송은 씨는 이미 그 전에 직장을 옮겼다. 나도 나중에 알았다. 연락이 왔는데, 자기는 지금 얼마 전 창간한

<팝툰>이라는 만화잡지를 맡고 있다는 거였다. 그러면서 잡지의 표지를 의뢰해 왔다. 보통 만화잡지는 그 잡지에 나오는

만화의 주인공이 표지를 장식하는 게 일반적인데, 이 잡지는 특이하게도 다른 일러스트레이터들에게 표지를 맡겼다.

그렇게 3호와 6호의 표지를 그렸는데, 6호의 표지가 문제였다. 두 고등학생의 격정적인 순간을 포착한 그 표지는

정말 무슨 만화의 한 장면 같았다. 아닌 게 아니라 이 두 명의 얼굴은 <미스터 초밥왕>에서 따온 것이었다.

얼마 후 편집장님과 송은 씨가 나를 찾아왔고 집 앞 카페에서 내게 제안을 했다. 만화 한번 그려보지 않겠느냐고.

그렇게 시작한 것이 내 요리만화의 시작, 『차이니즈 봉봉클럽』이었다.






<팝툰>에 ‘차이니즈 봉봉클럽’을 연재하는 동안에도 별의별 일들이 참 많았다. 잡지 표지는 기본이고,

팬더댄스가 등장하는 2페이지 짜리 카툰도 있었고, 6페이지 짜리 단편 개그만화도 연재했었다.

모두 송은 씨의 제안이었다. 내게 있어 팬더댄스는 시와 그림의 형식만으로 존재하는 존재였지만,

송은 씨의 머릿속은 나보다 훨씬 넓었다. 홀로그램 표지로 된 팬더댄스 다이어리도 만들었고, 이천에서 구운 도자기에

그림을 입힌 팬더댄스 식기 세트도 만들었고, 팬더댄스 4칸 만화에 팬더댄스 틀린 그림찾기도 했고 코엑스와 부

천 만화박물관에서는 팬사인회도 가졌다. 귀여운 팬더가 까칠해지기도 하고 시건방지기도 했다가

보송보송 느긋해지기도 했는데, 역시 모두 송은 씨가 먼저 하자고 한 거다. 다시 말하면, 송은 씨가 아니었으면

하지 않았을 일이었단 얘기다. <팝툰>의 표지와 ‘차이니즈 봉봉클럽’, ‘팬더댄스 카툰’, ‘팬더댄스 틀린 그림찾기’

그리고 ‘배은식의 북경통신’까지 여러 코너를 도맡아 하며 송은 씨의 총애를 그리도 받아왔건만,

<팝툰>은 결국 폐간되었다. <팝툰>이 장렬히 전사한 후에 새 만화 연재 공간으로 인터넷을 알려준 것도 역시 송은 씨였다.

하지만 난 싫었다. 컴퓨터로 보는 만화라니 말도 안되지. 만화는 누워서 책으로 봐야 제 맛인데.

어쨌든 대세라 하니까 따르긴 따랐다. ‘아이구야~’ 이건 원 별세계더라. <팝툰>에 연재했던 팬더댄스

6페이지 만화를 웹툰webtoon으로 변환하고 나름 성공적으로 연재를 마쳤다. 그 후 ‘오무라이스 잼잼’과

‘차이니즈 봉봉클럽-북경편’ 등도 틈틈이 연재했다. <팝툰>이 없어진 후에 송은 씨는 뭐했냐고? 단행본을 내는

출판사로 자리를 옮겼다 했다. 마치 내가 연재한 웹툰을 바로 받아서 단행본으로 내려고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저자 소개


조경규
1974년 서울에서 태어나 뉴욕 프랫 인스티튜트Pratt Institute에서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하였다.
현재 프리랜서로 다양한 방면에서 일하며 아내랑 두 아이와 함께 서교동에 살고 있다.
www.blueninja.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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