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해도 너무 사랑해_류블랴나에서 태희가

사랑해도 너무 사랑해

네 인생이 너에게 최고의 놀이였으면 좋겠다

Res te imam rada, res! (슬로베니아어로 사랑해도 너무 사랑해!)

 

 

. 강병융, 강태희

일러스트. fab

정리. 이가람

 



아빠가 너무 좋아했던 마을, 체스키 크룸로프(Český Krumlov)

 

 

류블랴나에서 태희가

처음 슬로베니아에 도착했을 때 정말 깜짝 놀랐어요.

공항이 너무 작았어요. 사람들도 너무 적었고, 또 너무 조용했어요. 아빠 말대로 사람도 정말 몇 명밖에 보이지 않았어요.

사람이 없는 조용한 공항 분위기를 느끼고 있을 때, 아빠가 우리를 향해 손을 흔들었지요.

서로 얼싸안고 좋아했어요. 공항 건물을 빠져나오자 눈앞에 높은 산이 보였어요.

 

드디어 도착했구나!

 

오랜만에 만난 아빠가 정말 반가웠지요. 공항에서나와 작은 버스를 타고 앞으로 살 집으로 가는데

점점 마음이 불안해졌어요. 서울과는 다른 분위기. 우리가 너무 시골로 온 건 아닐까?

이건 꿈일까? 하지만 하루 이틀 지내면서 점점 류블랴나의 매력에 빠졌지요.

우선 사람들이 너무 친절했어요. 류블랴나 사람들은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꼭 인사를 했어요.

모스크바는 조금 어두운 분위기가 있었는데, 슬로베니아에는 그런 어둠이 없었어요.

제가 생각한 것보다 류블랴나는 작지 않은 도시였어요. 물론, 서울이나 모스크바보다는 훨씬 작았지만,

필요한 것은 다 있었어요. 공원, 백화점, 카페, 학교, 박물관, 미술관 등.

 

드디어, 제가 슬로베니아 학교에 가는 날이 되었어요. 정말 겁이 나고 무서웠어요.

한국에서 초등학교에 처음 갈 때보다 더 무서웠어요. 하지만 걱정과는 달리 친구들도 착하고 선생님도 좋으셨어요.

첫날, 엄마, 아빠의 손을 잡고 간신히 교실에 들어갔는데, 인디아(Indija)라는 친구가 다가와 한국말로 안녕?”이라고 했어요.

그 말을 들으니 무서움이 싹 사라졌어요. 그러나 너무 긴장한 탓에 저는 잘하지도 못하는 영어로

어색하게 떨리는 목소리로 땡큐(Thank you)”라고 했지요.

 



fab



3년이 지난 지금은 친구들과 재밌게 놀고, 슬로베니아어로 대화도 제법 한답니다.

슬로베니아에서 적응을 잘해 사는 것 같아 자랑스럽기도 해요.

슬로베니아어로 공부하는 것이 어려우면 언니 같은 과외선생님 라라(Lara)에게도 물어보고,

같은 반 친구들한테도 물어봐요. 그리고 학교에는 저를 위해 특별 수업을 해주시는 빌마(Vilma) 선생님도 계세요.

친구들, 선생님들은 거의 다 친절하게 대답해줘요. 어떤 친구들은 한국어를 배우고 싶겠다고 저를 조르기도 해요.

조금 배우다가 다 포기하면서들.

 

슬로베니아에 와서 엄마, 아빠와 다른 나라에 여행도 많이 갔어요.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크로아티아, 헝가리, 크로아티아…….

자세한 것들이 다 기억나지는 않지만, 모두 동그랗게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어요.

가끔은 제가 엄청 좋아하는, 이곳에는 없거나 가기 쉽지 않은 찜질방, 노래방, 한국식 백화점에 가고 싶을 때도 있어요.

물론, 한국에 있는 가족들이 너무 보고 싶지요. 다행스럽게 요새는 가족들과 영상통화도 자주 해요.

 

슬로베니아가 참 좋아요.

류블랴나가 서울보다, 모스크바보다 더 여유가 있는 것 같아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냥슬로베니아라서 좋아요.

언제까지 류블랴나에 살지 모르겠지만, 사는 동안 여기서 계속 행복했으면 좋겠어요.




크로아티아 모토분(Motovun)에 갔었는데, 정말 하늘길을 걷는 것 같았어요.



 


크로아티아 풀라(Pula)에 보낸 여름은 정말 더웠어요. 하지만 밝고 아름다운 하늘을 잊을 수 없어요.



* 위 글은 사랑해도 너무 사랑해에서 발췌하였습니다.

      

 

저자 소개

 

강병융

1975년 서울 출생. 소설가, 슬로베니아 류블랴나대학교 아시아학과 교수

www.facebook.com/oddyong

  

강태희

2004년 서울에서 태어났어요. 세 살도 되기 전에 아빠가 모스크바로 유학을 가서 엄마랑 외가에서 살았어요.

학교에 들어가기 전 '공동육아'를 했고, 다섯 살 때, 아빠와 살기 위해 모스크바에 갔어요.

그때는 러시아어를 꽤 잘했지만, 지금은 전혀 기억을 못 해요. 서울에 돌아와 한글도 제대로 모른 채,

초등학교에 입학했어요. 학원도 다니지 않고 놀기만 했어요. 수학도 못했고, 영어는 더 못했어요.

3학년이 되어서 슬로베니아로 이사를 왔어요. 슬로베니아어를 한마디도 못했지만, 씩씩하게 지냈어요.

지금은 류블랴나에서 아빠, 엄마와 즐겁게 살고 있어요.

세계를 돌아다니며 행복하게 사는 작가가 되는 것이 꿈이에요!

 

일러스트. Fab

그림 그리는 게 좋은 디자이너. I.Y.A.G.I x

i_am_fa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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